과학의 종말
존 호건 / 까치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1. 과학의 종말에 관한 논리적인 고찰 과정이 없다.

2.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 인터뷰 과정에서 말 자체가 아닌 말투를 꼬투리 잡고 과학자를 희화하고 비꼰다. 게다가 문학적 수사로 인터뷰 내용을 왜곡하기도 한다.

3. 가설과 이론, 법칙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한다. 저자가 말하는 대부분의 ‘반어적 과학’은 설익은 가설에 다름 아니다.

4. (과학의 종말 이라는) 명제 자체가 사변적인 방법으로는 검증 불가능 한 것이다. 호건이 시도하는 석학과의 인터뷰를 통한 여론조사는 다분히 문학적이고 (그의 표현을 빌자면, 증명될 수 없는) 반어적인 방법이다.

5.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30대를 전후해 평생의 업적 대부분을 이루어 낸다. 나이가 들어 ‘석학’이라는 호칭을 얻게 될 때면 이미 과학자로서의 영감은 쇠퇴해 버리기 마련이다. 호건은 이미 시들어 가는, 시들어 버린 꽃에서 과학의 미래라는 영감을 얻으려 했다. 새로움과 발전은 젊은이들의 것이다. 인간의 지식은 미약하고, 자연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보물단지다. 현재 연구되는 분야가 맛없고 영양가가 없다면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면 될 일이다.

6. 석학들의 업적과, 과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엿볼 수 있다.

7. 현재를 사는 과학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8. 현재 과학의 쟁점을 알 수 있다.

9. 무엇보다 풍부한 인터뷰, 폭넓은 사색의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다!

10. 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이들에겐 자기성찰의 기회를, 과학을 배격하거나 몰랐던 이들에겐 진리에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남녀노소, 지위여하 막론하고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단, 호건의 독설에 중독되지 않도록 한 발짝 떨어져서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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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식물학
마이클 폴란 지음, 이창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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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봄날 정원을 휘젓고 다니는 벌은 ‘꿀’이라는 자신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꽃을 이용한다. 왜 꽃이 그리도 화려한 색을 하고 있는지 벌을 알지 못하지만, 오직 자신의 욕망을 위해 꽃을 이용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벌의 관점에서 한 이야기다. 속씨식물은 꽃이라는 생식기를 통해 번식을 한다. 꽃은 화려한 색과 모양, 달콤한 꿀로 벌을 유혹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수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 식물의 입장에서 벌은 번식이라는 욕망을 위해 기꺼이 일하는 말 잘 듣는 노예일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꽃과 벌의 관계를 ‘공생’이라 부른다.

<욕망의 식물학>은 식물과 인간의 관계가 꽃과 벌의 관계와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달콤한 꿀로 벌을 유혹하는 꽃처럼, 식물이 인간을 유혹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사과는 감미로움을, 튤립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마리화나는 도취를, 감자는 지배라는 인간의 욕망을 미끼로 인간을 유혹한다. 식물은 자신들의 생존전략으로 인간이라는 도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마이클 폴란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과학저술가로서 제 1회 ‘로이터-세계 자연보호연맹 전지구상’ 환경저널 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욕망의 식물학>은 환경 저널리스트라는 저자의 성향처럼 인간과 식물의 ‘공진화’적 관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인간이 식물을 지배한다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일 뿐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공생 관계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간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는 기존 이야기와는 달리, 지구상에서의 삶이라는 얽히고설킨 거대한 상호작용의 거미줄 속으로 우리 인간을 되돌려 놓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책에서 밝히고 있듯이 마이클 폴란은 자연을 통제와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서양인의 시각을 꼬집는다. 또한 ‘우리 인간과 긴밀하고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적극적인 동료로 식물을 바라본다면, 우리 자신의 모습도 조금은 달라 보일 터이다.’ 라고 말하며 자연을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봐 달라고 호소한다.

<욕망의 식물학>은 인간의 욕망이 식물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식물이 인간세상을 다시 변화시키는 상호작용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교양 과학서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역사적 에피소드들을 풀어 놓으며, 미국사회의 금주운동과 사과, 네덜란드 경제와 튤립, 고대 희랍 철인들과 마리화나의 이야기들을 엮어간다. 이런 일화들을 읽고 있자면 식물의 막강한 힘이 인간세상을 이끌어온 원동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역사적 에피소드들이 너무 장황하게 늘어져 있어 책을 지루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특히 미국 전역에 사과를 전파했다는 존 채플런에 관한 자잘한 풍문들이 그러하다.

<욕망의 식물학>은 인간과 식물의 이야기다. 나아가 인간과 자연 사이의 이야기다. 혹시나 아직도 인간이 식물을, 자연을 지배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일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 아마도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얽혀있는 공생 관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간도 여기서 예외일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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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2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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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E=mc^2,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공식이다. 헌데 이 유명한 공식이 뜻하는 바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주변사람을 붙잡고 물어본다면 글쎄... 열에 아홉은 학습 보조기구의 이름 아니냐고 대답할 것이다. 그 유명세에 비하면 참으로 놀랄 일이지만, 이처럼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은 (E=mc^2는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부터 도출되는 결과이다) 일반인들에게 그저 이해하지 못할 과학 공식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E=mc^2'는 상대성 이론을 어렵게만 느끼는 일반인을 위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상대성 이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대신, E=mc^2 라는 하나의 공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아, 상대성 이론이 이런 뜻을 가지고 있었구나‘ 라고 어렴풋이 느끼게 될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E=mc^2’ 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대강 짐작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E=mc^2' 라는 제목덕분에 사람들이 이 책을 멀리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언젠가 알고 지내던 중학교 국어선생님께 이 책을 권해 본 적이 있다. 평소 책을 많이 읽던 분이었는데, 기대와 달리 책을 펴보시지도 않고 손을 내졌는 선생님 덕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도대체 왜 그런지 여쭤 봤더니, 제목부터가 이해 못 할 공식인데 내용이야 보나마나 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어려운 과학 공식 투성인 책일 것이라고 으레 짐작하신 모양이다.

하지만 책을 펴보기도 전에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E=mc^2'에는 제목에 나와 있는 단 한 줄의 과학 공식 이외에, 그 어떤 수식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소설책을 읽는 듯한 재미에 푹 빠져 단 하나밖에 없는 과학 공식 따위는 머릿속 한 구석에 처박아 둘지도 모른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경쟁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의 백미라 하겠는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속도감이 있다.

책은 공식의 일대기를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E’, ‘=’, ‘m’, ‘c’, ‘^2’ 각각의 기호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겨났고,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공식이 만들어진 후에는 인류에 의해 E=mc^2 이 어떻게 이용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이용될지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과학 공식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보는 색다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부록으로 제공되는 ‘주요 인물’, ‘주석’, ‘더 읽을거리’, ‘연보’는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느꼈을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준다. 여느 책의 부록과는 달리 상당히 많은 양을 자랑하는데 이는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보여준다.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알고 싶다면 부록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특히 ‘주석’ 부분은 이야기의 큰 흐름을 위해 미쳐 꺼내놓지 못했던 재미난 뒷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으므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E=mc^2'는 정확한 과학 지식을 쉽게 풀어 쓴, 아주 좋은 과학책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어려운 수식을 써서 독자를 겁먹게 만들지도 않고, 얼토당토않은 예를 들어 공식의 원 뜻을 왜곡하지도 않는 균형미가 돋보인다. 또한 읽고 난 후 E=mc^2의 의미를 어렴풋이 머릿속에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책을 읽은 후 얻을 수 있는 기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쉽고 재밌게 읽혀, 과학책에 막연한 거리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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