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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식물학
마이클 폴란 지음, 이창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봄날 정원을 휘젓고 다니는 벌은 ‘꿀’이라는 자신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꽃을 이용한다. 왜 꽃이 그리도 화려한 색을 하고 있는지 벌을 알지 못하지만, 오직 자신의 욕망을 위해 꽃을 이용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벌의 관점에서 한 이야기다. 속씨식물은 꽃이라는 생식기를 통해 번식을 한다. 꽃은 화려한 색과 모양, 달콤한 꿀로 벌을 유혹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수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 식물의 입장에서 벌은 번식이라는 욕망을 위해 기꺼이 일하는 말 잘 듣는 노예일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꽃과 벌의 관계를 ‘공생’이라 부른다.
<욕망의 식물학>은 식물과 인간의 관계가 꽃과 벌의 관계와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달콤한 꿀로 벌을 유혹하는 꽃처럼, 식물이 인간을 유혹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사과는 감미로움을, 튤립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마리화나는 도취를, 감자는 지배라는 인간의 욕망을 미끼로 인간을 유혹한다. 식물은 자신들의 생존전략으로 인간이라는 도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마이클 폴란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과학저술가로서 제 1회 ‘로이터-세계 자연보호연맹 전지구상’ 환경저널 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욕망의 식물학>은 환경 저널리스트라는 저자의 성향처럼 인간과 식물의 ‘공진화’적 관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인간이 식물을 지배한다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일 뿐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공생 관계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간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는 기존 이야기와는 달리, 지구상에서의 삶이라는 얽히고설킨 거대한 상호작용의 거미줄 속으로 우리 인간을 되돌려 놓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책에서 밝히고 있듯이 마이클 폴란은 자연을 통제와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서양인의 시각을 꼬집는다. 또한 ‘우리 인간과 긴밀하고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적극적인 동료로 식물을 바라본다면, 우리 자신의 모습도 조금은 달라 보일 터이다.’ 라고 말하며 자연을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봐 달라고 호소한다.
<욕망의 식물학>은 인간의 욕망이 식물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식물이 인간세상을 다시 변화시키는 상호작용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교양 과학서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역사적 에피소드들을 풀어 놓으며, 미국사회의 금주운동과 사과, 네덜란드 경제와 튤립, 고대 희랍 철인들과 마리화나의 이야기들을 엮어간다. 이런 일화들을 읽고 있자면 식물의 막강한 힘이 인간세상을 이끌어온 원동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역사적 에피소드들이 너무 장황하게 늘어져 있어 책을 지루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특히 미국 전역에 사과를 전파했다는 존 채플런에 관한 자잘한 풍문들이 그러하다.
<욕망의 식물학>은 인간과 식물의 이야기다. 나아가 인간과 자연 사이의 이야기다. 혹시나 아직도 인간이 식물을, 자연을 지배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일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 아마도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얽혀있는 공생 관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간도 여기서 예외일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