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굴레에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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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 필립은 종교에 경도된다. 평생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평온함을 찾으려 하였다. 하지만 성직자인 소년의 숙부를 보고 자라며 소년의 마음은 변해간다. 답답하고 지루한 숙부의 삶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종교의 규율과 윤리들이 진정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소년은 회의한다. 결국 소년은 종교를 떠나고 종교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종교의 굴레를 떠난 소년은 예술에 빠져든다. 자신에게 그림 그리는 약간의 재능을 발견하고는 화가가 되기 위해 파리로 미술을 공부하러 떠난다.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청년은 파리에서 화가, 시인 등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그림에 매진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재능이 얼마나 알량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화가가 되기를 포기한 청년은 예술과 아름다움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청년은 이번엔 사랑이란 정념에 빠진다.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여성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정념, 욕정. 청년은 열과 성을 다 바치지만 결국은 버림 받는다. 하지만 청년의 정념이 꺼진 것은 아니다. 이 후 한참 만에 비참하게 변한 여인을 다시 만난 후에야 청년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던 정념이 다했음을 깨닫고 안도한다. 청년은 사랑과 정념의 굴레에서도 벗어난다. 

청년은 궁핍의 굴레를 쓴다. 잘못된 투자로 모든 돈을 날린 청년은 생전 겪어보지 못한 불편과 수치를 겪는다. 몇년동안 이런 저런 고생을 하다 결국은 숙부의 유산을 받아 굴레를 벗어나게 된다. 

필립은 소년에서 청년이 되도록 이런 저런 굴레를 쓰고 벗어나곤 한다. 그러다 필립이 안착한 곳은 안정된 직장과 행복한 가정. 필립은 의사가 되고 참한 여자와 결혼을 할 것이다. 그리곤 전형적인 중간계급의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지. 이것이 인간의 굴레들을 벗어나 안착을 할 곳인가 아니면 또 다른 굴레인가.  

결국 모옴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인생은 무의미하다. 어떤 절대적인 의미 따위는 찾으려 하지 말고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잘 살아라." 이런 것이었을까. 이 점은 나도 공감하는 바이다. 나도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 나름 애써 생각해 보았으나 결국은 인생은 참 무의미하단 결론을 내렸으니까. 하지만 <달과 육펜스>에서 불 같은 열정을 보여준 모옴의 인생론이라 하기엔 이건 뭔가 좀... 

어느 소설가가 얘기하기를 "살면서 고작 이것 뿐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 (여행을) 떠나야 할 때다" 고 하였다. 그렇다면 나야말로 지금 여행을 떠나야 할 것이다. 그래 그럴 때가 종종 있는 것이다. 안정되고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더라도 "고작 이것 뿐인가" 라고 느낄 때가 있는 것이다. 결국 인생이란 것이 이것 뿐인가... 하지만 결국은 이것 뿐이기 때문에 그 소설가도 여행을 떠나라 한 것 아닐까.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면 잠시나마 그런 무의미함을 잊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다 다시 상념이 들면 또 떠나야 하고... 

덧붙여 

 <인간의 굴레에서>는 19세기 영국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상류층과 중간계급과 노동자 같은 하층민들의 생활이 얼마나 달랐는지. 중간계급인 필립을 통해 주로 중간 계층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로 의사나 성직자, 회계사 같은 전문직이다. 이들은 아무리 궁핍하다 하여도 하숙을 얻을 수 있고 식당에 나가서 식사를 하며 외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다. 말하자면 궁핍하다 하여도 중간계층에서의 궁핍일 뿐이다. 하층민이 먹을 게 없는 궁핍을 겪는다면 이들은 단지 더 싼 것을 먹는 궁핍이다.  

영국에선 이 당시의 노동자들조차도 휴가가 기본 2주는 되었나보다. 중간계층 정도면 두어달 정도 되고. 1주일도 쓰기 힘든 21세기 대한민국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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