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Mr. Know 세계문학 5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두목,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바보, 아시겠어요? 모든 걸 도박에다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좋은 머리가 있으니까 잘은 해나가겠지요.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 붙잡아 맬 뿐이지...... 이 잡것이! 줄을 놓쳐 버리면 머리라는 이 병신은 그만 허둥지둥합니다. 그러면 끝나는 거지. 그러나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않을 바에야 살맛이 뭐 나겠어요? 노란 양국 맛이지. 멀건 양국 차 말이오. 럼주 같은 맛이 아니오.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 <그리스인 조르바> 중 

 

책장엔 책들이 쌓여가고 옷장엔 옷들이 쌓여간다. 한때는 책들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려 했었고 옷에는 관심이 없었다. 돈을 벌어 책을 사고 옷을 사자 더욱 많은 책욕심과 옷욕심이 생겼다. 이제는 나만의 서재를 만들고 싶고 색색별로 옷을 맞추고 싶다. 나의 책과 옷은 늘어갈 것이고 내 자유를 짓누르는 무게도 그만큼 늘어갈 것이다. 모든 것을 버릴 때, 모든 가치를 부정할 때 진정 자유로울수 있으리. 분명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알면서 그리 되지 않는,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나의 욕심은 없어질 수 없는걸까. 나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인간 자체가 그런 존재인가. 차라리 나만의 문제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결국, 카잔차키스 자신도 버리지 못하지 않았는가. 그 역시 조르바를 동경하고 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유를 절실히 알았을테지만 결국엔 버리지 못하였다. 조르바를 동경할망정 자신이 조르바가 되지는 못한 것이다. 제 멋에 겨워 사는 인생, 어쩌면 카잔차키스는 조르바를 동경하면서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자신을 더 우월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조르바도 인간이니 물욕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은 아닐 것이다. 다만 타고난 기질일 수는 있을 것이다. 조르바는 원체 조르바로 태어났다. 그리고 나는 나로 태어났다. 나의 기질,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꼭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변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삶을 통째로 바꿔버릴만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변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렇다면 조르바가 될 수 없는 난 나대로 자유를 찾아야하겠다. 비록 진짜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이 세상에 왜 나왔는지 그 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시선을 돌리더라도, 두리번 거릴지라도, 나는 어차피 살아야 하니까 내 삶도 소중하게... 가꿔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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