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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욕망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기 위해 ㅣ 오늘을 비추는 사색 1
우메다 고타 지음, 노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평점 :
우메다 고타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쇼펜하우어 철학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고통의 본질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쇼펜하우어 철학의 정수를 이해하기 쉽고 체계적으로 풀어낸 이 책은, 고통과 욕망으로 가득 찬 현실 속에서 구원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책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출발점인 ‘삶의 비참함’을 조명합니다. 삶이란 고통이며, 인간은 욕망의 노예로 살아간다는 그의 철학은 19세기 유럽의 어두운 사회적 배경에서 태어났습니다. 혁명의 좌절과 자본주의의 폭주 속에서, 개인의 고통과 비참함은 더 크게 부각되었고, 이는 쇼펜하우어 철학의 중요한 밑바탕이 됩니다. 그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가 ‘표상’에 불과하다고 보며, 욕망이라는 의지가 삶의 고통을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람은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좌절과 괴로움을 느낀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인생은 본질적으로 고통이다.”라는 문장은 자의 설명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사고가 얼마나 현실적이며 인간 심리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의지의 부정”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가 단순한 표상일 뿐, 그 배후에 있는 ‘의지’가 인간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근본 원인이라고 보았습니다. 욕망은 끝이 없고 충족될수록 새로운 갈증을 낳기에, 인간은 영원히 고통 속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욕망을 부정하고 의지를 억제함으로써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현대인이 겪는 끊임없는 소비와 성취 지향의 문화에서 오는 피로감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철학적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구도 철학”과 “처세 철학”이라는 두 축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여기서 ‘구도’는 불교적 의미의 해탈과 유사하며, 삶의 비참함을 직면하고 이를 넘어서는 인식의 흐름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이론적 명제가 아니라 삶에서 실천 가능한 철학적 자세로 제시되며, 고통을 직시하고 그것을 초월함으로써 개인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천적입니다. 그는 예술과 자연을 통해 일시적으로 고통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특히 음악을 고통과 욕망을 넘어서는 가장 높은 형태의 예술로 평가합니다. 이러한 구도 철학은 단순한 철학적 사색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통을 초월하려는 실천적 접근이었습니다.
반면, 처세 철학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삶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만년의 저서 '여록과 보유'에서 쇼펜하우어는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인생의 다양한 지침을 제시합니다. 그의 처세 철학은 행복을 더 많이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을 줄이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는 실용적이고 냉철한 통찰에서 출발합니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긍정적 사고’나 ‘행복 추구’라는 구호와는 대조적입니다. 오히려, 괴로움을 직시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삶의 방식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위안을 제공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염세주의로 규정하곤 합니다. 그의 저서에서 자주 인용되는 “삶은 고통이다”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같은 구절은 그가 세상을 어둡고 비관적으로만 바라봤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이 단순히 고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직시하고 의지를 부정함으로써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그는 우리에게 가짜 세계의 허상을 인정하되, 그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허무와 염세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길을 찾고자 하는 희망의 철학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쇼펜하우어의 처세 철학은 현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쇼펜하우어는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며, 자신의 인생에서 불필요한 괴로움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이는 삶이 본질적으로 고통스러운 것이기에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통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그의 조언과 일치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고통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대신, 고통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쇼펜하우어 철학의 실천적 가치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를 조명합니다. “쇼펜하우어 철학을 배우면 마음속에 피난처 비슷한 것이 생겨난다.” 라는 글처럼, 그의 철학은 현대인의 고통과 불안을 위로하는 심리적 피난처가 됩니다.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고 삶을 보다 철학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길러줍니다. 현대의 빠르고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경쟁하고 비교당하며, 이에 따라 더 큰 고통을 느낍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며, 욕망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공해줍니다.
쇼펜하우어의 “행복을 더 많이 추구하지 말고, 괴로움을 되도록 줄여라”는 말은 삶의 방향성을 재고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종종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을 혹사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오히려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더 큰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현대인의 삶에서 스스로의 욕망을 통제하고 삶의 단순함과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현대인의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실천적인 철학서로서,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구도 철학과 처세 철학은 고통과 욕망 속에서 흔들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를 제공합니다. 이 책만의 매력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것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고통을 줄이며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희망의 철학임을 일깨워준다는 것입니다. 철학적 깊이와 일상적 지혜를 동시에 전달하며, 현대인의 삶에 철학적 위로와 실질적 가이드를 제공하는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