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
오소희 지음 / 큰솔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임신 축하 선물로 아는 언니에게 선물받은 책 중의 하나였다.

 

보통 책을 손에 쥐면 금방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완독하는 데에 한달 이상 걸렸던 것 같다. 그나마도 처음 1장을 읽고 나서 책 꽃이 한 쪽에 쟁여두어야겠다 싶기도 했다. 엄마와 아들의 대화가 주 인 책 내용이 간질간질하기만 하고 전혀 와닿지 않아서 나중에 아이가 커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 즈음이 되어서야 이 마음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후에 우연한 기회에 책을 다시 읽으면서(그리고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갉작갉작 일어내리면서) 뭉근히 전해져 오는 감동을 느꼈다. 아마도 처음에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이런 뭉근한 감동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한번 찾아온 감동은 책의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까지 지속되었다.

 

아이가 주는 행복, 그것이 무엇인지 지금 뱃속에서 신나게 발도 차보고 자세도 바꿔보며 놀고 있는 아이를 느끼며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가 세상에서 나올 때, 그리고 내 품에 안길 때 느낄 행복과 감동을 상상하며 나는 요즘  내 가슴에 말로 설명하기 힘든, 예리한 아픔 같기도 한 감정의 파장을 느끼게 된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엄마가 되면, 아니 엄마가 되어가면서,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아이와 교감하면서 이 감정의 정체를 보다 분명히 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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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마더 - 예일대 교수 에이미 추아의 엘리트 교육법
에이미 추아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이 책이 번역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굳이 한국에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나누는 '중국 엄마'와 '서양 엄마' 분류기준으로 치면 한국 엄마는 중국 엄마에 가깝기 때문이다. 굳이 예일대 교수님의 자녀 교육 철학을 듣지 않아도 이미 한국 엄마들은 자녀의 자율성보다는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랑의 매'의 효율성에 고개를 끄덕이고, 학원 스케쥴과 시험 스케쥴을 '스스로' 정해주신다. 때로는 그런 열성이 지나쳐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한다. 최근에 이르러야 그러한 양육 방식이 시대착오적인데다가, 기대했던 결과보다는 부작용만 몰고 올 수 있으며, 사랑으로 격려받은 아이들이 결국에는 더 뛰어난 성취를 보일 수 있다는(결국 자녀의 성취를 복돋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야기들이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엄마들은 자신들의 양육방식과 자신들이 양육되어졌던 방식을 돌아보기도 한다.

 

이 책은 그렇게 과거에는 '중국 엄마'에 가까웠으나 '서양 엄마'의 방식의 중요성도 놓치고 싶지 않기에 양쪽 엄마의 대열에 한쪽 발씩을 걸치고 있는 한국 엄마들에게 '과거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중국 엄마'가 '서양 엄마'보다 더 낫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양쪽의 장점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서양인 부모는 자기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고 아이가 진정한 열정의 대상을 찾도록 인도하며 ㄱ 애가 선택한 길을 지원하고 긍정적 강화 효과와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한다. 반면 중국인들은 아이가 미래를 준비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며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기술과 일하는 습관과 자긍심으로 무장학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최선책이라고 믿는다(p81))"

 

결국 그녀는 두 양육 방식 모두 장점은 있지만 그녀가 생각했을 때(그리고 그녀가 길러진 방식과 그로 인해 얻게 된 성취와 성공 경험을 생각했을 때) 서양 엄마의 양육 방식이 가져올 수 있는 단점(스스로에 대한 기준을 높게 갖지 못하기에 방종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뻗어나가지 못할 수 있다)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중국 엄마, 그 중에서도 엄격하다 못해 폭군과 같은 '타이거 마더'를 지향하는 것 같다. 이런 양육을 통해 자신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고 자신의 두 딸 역시(매일 같이 전쟁과 같은 싸움을 벌이면서도) 역량과 재능 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들로 길러냈으니 그녀가 자신의 양육 방식에 큰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 같다.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그녀 특유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역설과 극단적인 행동과 표현이 숨김없이 드러나기에 진지하고 전투적인 그녀의 양육 방식에 대해 반감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웃음을 띈 채 바라보게 된다. 극성스런 한국 엄마의 치맛바람과 그녀가 지향하는 타이거 마더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어 그렇기도 한 것 같다. 자녀들이 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무턱대고 높은 기준을 들이밀며 결과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 나름의 논리와 합리성과 아이들이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그녀는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타이거 마더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상담심리사로 타이거 마더의 폭력적인 기대 때문에 엄마의 사랑을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심하게 흔들리는 가를 자주 보아왔고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좋은 동기는 외부에서 심어준 외적 동기가 아니라 내면에서 넘쳐 흐르는 내적 동기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엄마 역할을 해내는 데에 있어 한 가지 전형적인 모습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타이거 마더의 페르소나가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고(자녀를 대할 때 뿐 아니라 단호한 태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할 때), 무조건 안아주고 얼러주는 (저자인 에이미 추아가 보기에는 물러터진) 서양 엄마의 페르소나가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옷장에서 그 때 그 때 필요하고 어울리는 옷을 꺼내 입듯, 나의 욕구와 철학, 아이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하는 엄마의 얼굴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의 평소 사고 방식과는 정 반대편에 있는 관념과 철학을 담고 있는 이 책이 나에게는 무척 도움이 되었고 재미도 있었다. 어떤 방식이든 한쪽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타이거 마더의 성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겠지만(공감과 격려와 사랑을 중시하는 여린 말들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기용으로 쓴다면 또 다른 얘기겠지만) 승자독식이라는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회 속에서 조금 더 마음을 단단히 다지기 위해 '단호함'과 '엄격함'과 '냉정함'의 덕목이 필요한 사람들과 너무 관대하다 못해 아이가 명백히 잘못할 때에도 사람 좋은 웃음만 띄운채 그냥 넘어가게 되는 부모님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과거에는 타이거 마더 였지만 지금은 열렬한 공감적 마더가 된 나의 어머니께 이 책을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엄마는 가끔 '그 땐 나도 사는 게 빡빡해서 너무 공부 공부만 했지'라며 냉정했던 자신의 양육 방식에 대해 후회섞인 반성을 하시는데,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그랬기에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머니의 죄책감을 덜어들이기 용으로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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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열권의 책을 썼다. 2009년 말에 출간된 책 <심리학 사랑에 빠지다>를 시작으로 지난 삼년을 돌아보면 '쓰고 쓰고 또 쓰고'의 연속이었던 삶이었다. 올해 초에 임신을 한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쓰고 쓰고 또 쓰느라 실컷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고 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임신과 출산, 육아, 모성과 관련된 책들에 저절로 관심이 간다. 

 

나는 책 탐이 많다. 빌리기보다는 소유하기를 원한다. 빌린 책들에는 기한이 정해져 있거나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따라오기 때문에 편하게 읽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사는 데에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어떤 때에는 사고 싶은 책을 사기 위해 글 쓰고 상담하며 돈을 버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사놓고도 읽지 않은 책도 많지만 사고 싶은 책은 나날이 늘어나서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는 책 때문에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야하지 않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일을 많이 줄이고 인세 수입도 주춤해지고 나의 작은 집에 책들이 넘치기 시작할 무렵 즈음 종로에 알라딘 중고 서점이 생겼다. 나는 이 곳을 보자마자 좋아했다. 나에게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한정된 재화로 충족할 수 있는 책 탐을 보다 여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장이자, 허기진 마음의 혈관에 쉽게 책 수혈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장이기도 했다. 책을 읽는 기쁨은 주지만 책을 소유하는 기쁨까지는 주지 않는 도서관이나, 책을 소유한다는 설렘은 주지만 새로운 책의 얼굴을 설렘은 주지 않는 서재보다 좋은 장소일 수 있었다.

 

중고서점은 갈 때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남편과 나는 종로의 거리를 두 손을 잡고 걷다가 '오늘의 한도액'을 각자 정하고 주황색 서점으로 들어섰다. '오늘의 한도액'이란 '오늘은 2만원 어치 이상은 집어들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을 말한다. 우리는 자주 한도액을 넘어섬으로써 이 다짐을 지키지 못했고 그렇다고 해도 서로 크게 구박하지도 못했다. 양쪽 다 책 탐이 많기는 마찬가지 였기 때문이다.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아이를 위한 심리적, 물리적 책 세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나는 언젠가부터 마음을 사로잡는 동화책, 청소년 도서, 양육과 관련된 도서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알라딘 중고 서점을 더 적극적으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책을 사기만 할 것이 아니라 팔기도 하면서 말이다.

 

서재를 한 차례 정리해서 팔 책들을 솎아냈다. 그저 꽃혀 있기만 하던 책들을 모두 동화책이나 지금 딱 읽고 싶은 책으로 바꾸기 위해서 였다. 사두고 나서 '언젠가는 읽겠지'했으나 그 언젠가가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큰 책들이나,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시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은 책들, 나의 선호와 관계없이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들, 이렇게 서재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책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나는 이 책들을 너댓권씩 안고 아침 나들이를 하기 시작했다. 마침 28주에 접어든 지금부터는 순산을 위해 걷기 운동도 많이 해두어야 한다고 한다.

 

오늘도 집에 누워있던 책들을 팔고 새로운 책들을 수혈받아 오는 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도 생생하게 살아있고 나도 생생하게 살아있고 내 뱃속의 아기도 생생하게 살아있는데 이 생생한 책 여행들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이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했다. 다른 곳에도 블로그가 있고 혼자서 노트에 쓰고 컴퓨터로 옮기지 못한 글들이 많지만, 굳이 새로운 블로그 공간을 열게 된 이유는 요즘 읽고 있는 모성(어머니 노릇)관련된 책에 대한 단상들을 모을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여 이 공간의 핵심주제는 '모성', 매개물은 '책', 매개물 제공자는 '알라딘 중고서점'(때때로 다른 온/오프라인 서점), 기대 결과는 '행복한 모성', '나를 위한 모성'이 될 것 같다. 학문적으로는 문학과 심리학과 여성학에 닻을 내린 에세이를 써왔기에 책 선정이나 블로그의 분위기 역시 그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들로 채워질 것 같다.

 

지금까지 나는 글쓰기를 통해 개인적 관심을 꾸준히 기록하다보면 그 기록이 공공성이 묻어나는 유익한 담론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체험해왔다. 이 곳이 나 위한, 그리고 너를 위한,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한 책읽기, 글쓰기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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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ㅣ 사계절 그림책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사계절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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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달 전 즈음 집앞 문화회관에서 같은 제목의 뮤지컬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다. 그림도 재미있고, 설정도 재미있어서 한참동안 바라보며 웃었었다. 그리고는 저 우수운 모습 속에서 나를 보기도 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불평불만을 터뜨리며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저 표지에 그대로 묻어났던 것이다.  누군가 내 머리에 똥을 쌌다면 일단 냄새나는 똥부터 머리에서 치우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때로는 똥 봉변을 당했다는 사실에 집착하다보면 더 큰 봉변을 당하게 되는 일도 많다. 그런데 그럴 때면 나는 누구인지 범인을 색출하는 데에 혈안이 되건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으면서 불평불만에 휩싸인다. 그러다보면 머리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지독한 냄새도 내 곁을 떠나지 못하는데 말이다. 

 

며칠전 알라딘 중고 서점을 거닐다가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구입해서 단숨에 읽었다. 과연 표지 그대로 '누구가가 싼 똥'을 맞는 봉변을 당한 두더지 아저씨가 똥을 싼 범인을 색출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마음 속 한 가득 치밀어 올는 분노를 안고 만나는 동물들마다 붇잡고 심문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결국 범인을 밝혀내고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범인의 머리 위에 자신의 소박한 똥을 싸고야 마음의 평화를 되찾게 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불평과 색출과 복수가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범인을 찾고 나서야 증거품으로 머리에 이고 다니던 똥을 내려놓고 '눈에는 눈, 귀에는 귀'의 방식으로 복수극을 벌인 아저씨의 모습이 더 현실적이고 통쾌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비록 그가 지를 수 있는 똥의 크기는 애초에 그의 머리에 엄청난 양의 똥을 내지른 개의 그것에 비해 사소하리만큼 작지만 말이다.

 

이 책의 결말에 통쾌함을 느낀 이유는 당하고도 말 못한벙어리 냉가슴의 사례들을 너무 많이 보고 듣고 느낀 탓인지는 모르겠다. 왠만하면 용서하고 지나가라는 옳고도 진부한 말씀들이 주는 압박감도 싫었을것이다.  뻔한 교훈대신 과학적인 문답형 규명방식(용의자들에게 '너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질문을 반복하고 '난 아니야'라고 고개를 흐드려 증거자료를 제시하는 각종 동물들의 똥들을 구경하고)과 전문가(각종 동물의 똥 전문가인 파리)의 정밀한 분석을 통해 '통쾌한 복수'를 실현하는 결말이 신서해서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내 뱃속의 아이와 이 재미를 함께 나누려면 앞으로 얼마나 한 시간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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