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로벨리가 유럽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
원제는 <여기 호수 위에서 알았네>
연결 주제 : 하나의 선과 희망
우리 자신과 서로에 대해 확신하기보다는 기꺼이 대화하고, 마음을 열고, 협력하자

우리가 세계의 일부임을 깨닫고, 모든 존재와의 연결성을 인식할 때, 더욱 공감하고 책임감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임.

앎, 마음, 물고기가 느끼는 즐거움 등은 자연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딘가 가닿을 수 없는 아득한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자연의 정상적 측면이고, 우리가 자연의 복합적 구조에 부여하는 이름이며, 우리도 그 일부 입니다. 우리가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앎을 얻는 것 역시 자연의 한 측면입니다. - P17

세상을 바꾸는 일은 가장 아름다운 모험입니다. 인생은 타오르며 빛날 때 아름다운 것입니다.
말할 줄 아는 사람은 말하고,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은 연주하고,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발표하고, 글 쓸줄 아는 사람은 글쓰고, 조직할 줄 아는 사람은 조직하고, 더 많이 할 줄 아는 사람은 더 많이 하는 것입니다. - P25

우리에게는 오직 해석된 대상만 있을 뿐입니다. 그 대상은 만화경 같은 상호작용 네트워크에 의해 구성됩니다. 주변환경과 우리 자신, 그리고 뇌에서 일어나는 엄청나게 복잡한 일이 연결되어 대상을 해석한 결과를 내놓는 것이죠.
(중략)
그러다 어떤 사물이 더 크게 공명하거나, 우리의 손을 잡고 기존의 범주에 의문을 품게 합니다. 그 공명과 질문은 우리와 사물 사이의 연결 고리를 확장시키고,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저는 이것이 최고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섬세하게 제안하는 것이죠.
과학은 이 일을 다른 수단을 통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드물고, 한계에 도달하고, 인식할 수 없는 것과 형언할 수 없는 것에 인접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의미 자체를 가지고 놀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우리가 너무 자주 잊어버리는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현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지루한 분류보다 훨씬 풍요롭다는 사실 말입니다. - P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은 진즉에 깨친 것이다. 남사스럽다는 마음 자체가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남을 의식하느라 내가 행복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결국 자연인들의 거침없는 자기 개방을 염려했던 내 마음조차 오만이었다 싶다.
남의 눈에서 해방된 진짜 고수들에게 오히려 내가 오지랖이 넓었던 것이다. - P100

어쩌면 유머는 살면서 고단함의 무게를 덜어주는 가장 강력한 ‘치트키‘일 수 있겠다 싶다. 그리고 그 덕에 우리가 일상의 작은 낭만을 놓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P108

이제는 자책과 후회 대신 고군분투하고 있는 내게 조금은 더 다정해지려 한다. 어디까지 가야 하고 어디서 멈춰서야 할지 매번 고민하는 내게 이제라도 다정하게 그 마음을 물어봐 주려는 것이다. 몇 년 후에 지금의 시절이 어떻게 회고될지 모르는 채로 그저 오늘의 나를 믿으며 발을 떼고 있는 내게 그 안부가 힘이 돼주기를 바라는, 그 걸음이 덜 외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P115

<어떻게 진짜 어른이 되는가>(데이비드 리코)라는 책에 보면 우리가 어린 시절 경험했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풍족함을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행동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욕구가 충족돼야 건강하게 자기표현을 할 줄 아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셀프 양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P145

어떤 형태의 결핍을 안고 태어났든 자라면서 결핍을 안게 됐든 간에 누구든지 조건으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어른이 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이제 스스로가 존재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머리로 이미 아는 말이고 자주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참으로 이상적인 말이지만 그만큼 실현 불가능한 말이 또 있을까?‘
- P165

요즈음 매일 일상에 존재하는 작은 즐거움을 더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내가 지나고 있는 이 시절 곳곳에 놓인 작은 행복의 조각을 충실히 찾는 중이다. 이런 나의 착실한 노력덕에 어쩌면 어떤 어려운 시절을 지나고 있더라도, 기어코 빛나는 순간을 찾아낼 수 있겠다는 약간의 희망 같은 것이 생겼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하루들도 예전보다 조금은 더 감사로 채워지는 듯하다.
앞으로도 나는 이 찰나의 기록을 계속해볼 참이다.
"(지나간 것은 아름답고)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라는 푸시킨의 싯구에 조금은 덜 공감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그 순간을 잘 감각하기 위해 촉수를 세워보려 한다. - P182

결국 우위를 재고 따지는 대신 진짜 해야 할 중요한 질문은 하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생각해서 나는 과연 행복한가?"
행복하자고 하는 모든 일에서 왜 굳이 행복에 반하는 감정들을 끌어들여 힘듦을 자초하는지, 마치 불행하지 못해 안달인 사람처럼 구는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나를 힘겹게 하는 감정들을 모두 이 하나의 질문에 걸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질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과감히 버려보자고, 보이지 않는 눈을 떠올릴 때 그랬듯 오히려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한 틀이 해답일지 모르니까.
- P207

내가 살아가는 이 하루를, 나와 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남겨야 할지 새삼 진지해진다.
몰아치는 일들 사이에서 그럼에도 내게 주어진 감사를 잊지 않기 위해, 내가 사랑을 말해야 할 사람을 지나쳐 보내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엉뚱한 방향을 향해 바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이다.
당연한 줄 알았지만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므로 매일 생기 가득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나의 애도가 말을 건네고 있기에. - P227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자신의 내면과 깊이 연결된 사람은 그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으리라는 사실이다.

(중략)

그런 시간을 통과해본 사람이라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어떤 삶의 사건들도 결국 자신의 가치를 손상시키지는 못했다는 것, 비록 수없이 흔들렸겠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시간들이 응축돼 지금에 도착했기에 우리가 지나온 시간은 모두 의미 있었다는 것 까지도. - P2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러니 내게도 조금은 너그러워지자. 이미 흘러간 것은 어쩔 수 없노라고. 대신 그날 새벽 부끄러움의 감각을 고스란히 기억해뒀다가, 살면서 수많은 데드라인 앞에 다시 서게 될 때마다 점점 더 어른을 연습해보자.
평정심을 잃지도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으로 일을 그르치지도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며, 같잖게 힘자랑을 하지도 않는 어른을. 이제 그때의 부끄러움으로부터 조금은 가벼워져 보자고 다짐해본다. - P22

수백 명의 인연들을 만나오며 누구에게나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됐기 때문이다. - P28

그라고 뭐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사방이 지뢰밭인 인생을 살면서 언제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모르니 늘 긴장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 모든 일들은 다 처음 겪는 것이니 심각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 P35

생각해보면 아마도 멈춰야 할 아주 명백하고도 결정적인 이유가 없는 한 나는 늘 학교에 가는 것이, 즉 ‘멈추지 않는 것이‘ 맞다는 나름의 삶의 기준이 있었던 것 같다. 설령 멋이 없다고 자주 느꼈을지라도. - P44

자기답게 기운을 쓰는 사람의 뭉근한 힘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됐다. 가만히 살펴보며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자기가 가진 만큼의 기운을 썼을 때, 그 기운은 가장 적절한 힘을 가지게 됐던 것 같다. 스스로를 과시하기 위해 내가 가진 것보다 과도하게 쓴 기운은 결국 나를 소진시켰고, 내 기운이 아닌 것을 그런 척하며 가져다 썼을 땐 그저 부끄러운 속내가 드러날 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애초에 누구의 기운을 제압하고 말고의 필요조차 없었던 것은 아닐까? - P51

결국 나는 이런 바람을 갖게 됐다. 고민 없이 돈 안되는 일을 선택할 수 있을만큼만 호사스러운 삶이면 좋겠다. 일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인생에서도 나이 들수록 사치스러워도 될 마늠 먹고사는 걱정은 좀 제쳐둘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지점에 더욱 가까워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 - P69

그저 오고 가는 사람들과 그 시절에 해야 하는 일들을 해내기에도 바빴다. 어쩌다 계속 연결이 되면 오래 남는 것이고 떠날 일이 생기면 또 그냥 멀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고마운 인연을 놓치는 줄도, 무례한 인연에 마음이 다치는 줄도 몰랐다. - P75

‘뭘 그리 안달복달하며 사냐. 그냥 좀 무던하게 살자. 하루는 폴짝 뛰어올랐다가, 또 다음 날은 맥 빠져 지하를 뚫었다가 하지 말고. ‘
거대한 자연 속 작고 작은 존재의 더 작고 작은 문제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생각에 닿으니 조금 전 달뜬 마음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 P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집을 찾는 방법을 아나요?

우선 꿀이 담긴 컵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기다려요.

벌이 컵으로 날아오길요.



벌이 컵 안으로 들어왔다가 날아가면 그 벌을 따라가요.

벌이 눈 앞에서 안보이게 되면 또 그 자리에서 기다려요.

다시 벌이 날아올 때까지요.



벌이 다시 날아오고 또 날아가면 다시 그 벌을 따라가요.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벌집을 만날 수가 있어요.



폴 윤 작가의 책 [벌집과 꿀]은 ‘벌집‘을 찾지 못해 어딘가 빈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총 7편의 작품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이 작품들의 시간적 배경과 장소가 모두 달라요.

한국인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미국 캘리스부터 스페인 코스타브라바 해안, 일본과 뉴몰든을 거쳐 러시아 연해주의 우스리스크까지 정말 다양한 장소들에서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죠.





[벌집과 꿀]은 뉴욕 퀴스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폴윤이 팬데믹 기간 쓴 단편소설들을 모은 책이예요.



작품 속 주인공들이 보이는 감정은 ‘외로움‘이에요. 그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지독한 외로움을 느껴요. 그래서 그들은 의미를 찾고 싶어하고, 연결되고 싶어하죠.



그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주변과 동화되지 못하는 이유들을 찾고, 다른 곳이라면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끊어진 연결고리는 쉽게 이어지지 않아요.



작품이 다소 우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누구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기대했던 만남이 기대되로 이어진 이야기는 단 한편도 없어요.



그렇기에 오히려 이 작품은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있어요.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물속을 한없이 떠가는 것 같은 불확실함 속에서도 우리가 가끔씩은 서로에게 집이 되어주고, 타인을 위해 이토록 성실하게 길을 만들어줌으로써 허무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그건 어떤 의지나 결단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짐승이 새끼를 돌보듯 그저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우리의 본능이라는 것을,˝(297쪽) ​



-----



<보선>에서 보는 어디에 정착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카로‘를 만나서 ‘무언가 굉장한 일이 일어날 기대감‘을 가지게 되요.



˝보는 카로에게 하고 싶은 질문들을 계속 떠 올렸다. 그리고 그가 거기 달빛 속에, 카로의 곁에 긴장을 풀고 가볍게 서 있는 동안, 공기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나고, 바람이 불었고, 그는 갑자기 자신이 아주 먼 길을 왔으며 무언가 굉장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리라는 걸, 오늘 밤이나 내일은 아닐지 몰라도 머지않아 일어나리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 집중했다. 그들이 밤의 마지막 시간 내내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그 느낌이 지속되기를 바라며.˝(53쪽)



---



<코마로프>의 ‘주연‘은 자신을 만나러 온 코마로프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결심을 하죠.

그리고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비명을 지르죠. 그 비명의 소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잠깐 불러 일으킬 뿐.. 사람들은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요.



어찌보면 허무한 듯한 이야기이죠



---



<역참에서>의 배경은 에도시대 1608년이고, 일본 임진왜란 이후 끌려간 ‘아이‘를 다시 돌려주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무라이의 이야기예요.



고향을 잃고 강제로 떠나오게 된 아이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나‘였는데 실상 갈 곳을 모르고 방황하는 것은 바로 ‘나‘였죠.



˝유미? 그 해골 입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있었어. 어린 벚나무였어. 신기하지 않니? 우린 이 생을 살다가 또 다른 무언가가 되는 거야. 네 생각도 그렇지 않니? 너는 이 생을 살았지만, 내일이면 금방 또 다른 누군가가 돼서 또 다른 누군가와 살게 될 거 잖아. 그런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되는 거야. 그걸 받아들이고 더 강해져야 돼.˝(97쪽)



˝그 모든 것이 갑자기 하나의 돌이 되어 내 목구멍 깊숙이에서 덜그럭거리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어떻게 그 돌에 닿을 수 있을지, 그래서 그것을 부숴버릴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평생 머릿속에 들어갈 방들을, 그리고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될 방들을 지어왔는데, 마치 그 모든 방을 잘못된 방식으로 지어온 것만 같다.˝(136쪽)



---



<크로머>는 런던 남서부의 대규모 한인공동체에서 태어나고 자란 부부의 이야기예요.



갑작스레 양가 부모님들이 모두 돌아가신 후에 ‘고립‘된 삶을 살게 된 해리와 그레이스,

이들에게 갑자기 나타난 ‘소년‘ ..

그리고 그 소년을 다시 만나길 기대하며 찾아간 크로머가 배경이죠.



˝마치 그즈음의 날들과 그날들을 이루는 모든 시간이 그들을 둘러싸고 고리 모양으로 굳어져버린 것 같았다. 해리는 무언가가 그 경계 밑을 파고들어 모습을 드러내주기를 계속 기다렸다.˝(147쪽)



----



연해주 우수리스크 지역 남부에서 일어난 이야기 <벌집과 꿀>은 고려인 정착지의 치안관으로 오게 된 안드레이 불라빈의 이야기예요.



갑자기 일어난 ‘강간‘과 ‘살해‘ 사건들로 인해 혼자가 되어 버린 ‘아이‘를 관찰하는 안드레이.



˝아이는 나이에 비해 마르고 키가 작았고, 저는 그 순간 그 애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게 무엇일지, 무엇이 그 애를 통과해 지나갔을지, 슬픔일지, 분노일지, 둘 다일지, 둘 중 어느 쪽도 아닐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략) 아이는 고아였고, 이제 자신의 부모님이 지었던, 하지만 자신이 태어났던 그 장소에서는 한 세상만큼이나, 한 사람의 평생만큼이나 멀어져 버린 그 판자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189쪽)



˝아버지, 저는 지금 당신이 어디 계신지 상상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요. 왜 누군가는 저주받은 장소를 떠나지 않으려 하는지도요.

아이는 이제 멀리 있습니다. 온통 햇빛으로 둘러싸인채, 아주 조금만 보일 뿐입니다. 숨겨진 자신의 왕국으로부터 돌아오던 벌은 이제 더는 돌아오지 않습니다.˝(206쪽)



---



이 작품과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지만 아무리 봐도 연결작품은 아닌 <고려인>은 ‘사할린 섬‘의 교도관으로 떠난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상하게 끌리는 마음을 가지고 ‘사할린‘으로 가는 막심.



˝막심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바다의 이상한 힘을 느낀다. 그는 개에게 묻는다. ˝이 다음은 뭐지?˝˝(222쪽)



막심이 삼촌의 죽음 이후 아버지를 찾은 이유와 그 기대가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저 찾아왔을 뿐입니다.



---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 <달의 골짜기>는 한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매일 밤 여기서 달이 뜨고, 기울고, 부서졌단다. 그러고는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냈지.˝(250쪽)



전쟁 이후 홀로 남겨진 동수는 달의 골짜기에 있는 농장에서 홀로 살아갑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북으로 가고자 하는 남자‘와의 사건으로 인해 더더욱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듭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전쟁 고아인 ‘은혜‘와 ‘운식‘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하게 되지만..

다시 헤어지게 되고..



그렇게 쓸쓸한 삶을 이어갑니다.



과연 인간의 삶은 어떠한 모습이어야하는지,

누구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죽기 전까지 숨을 이어가지만, 그 숨이라는 것의 의미가 있을까요.



˝은혜는 하나의 결정이 어떻게 삶에 존재하는 그 모든 다양한 겹들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 생각했다. 그런 겹겹의 삶은 은혜에게는 꽃의 내부와 마찬가지로 닿을 수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286쪽)





˝달은 뜨고, 기울고 ....

그다음은 뭐였더라?

은혜는 곧 기억해낼 것이었다.˝(287쪽)



----

우리들은 부영초일지 모릅니다.

뿌리내리지 못하고, 시대의 조류와 흐름에 맞추어 흔들리며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가야 할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땅을 파고, 시작할 수 있기에 인간의 생은 아름다울 수 있는게 아닐까요.





-----



솔직히 저에게는 많이 어려운 소설이었어요.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감성 충만‘의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죠.



소설을 읽고 난 그 쓸쓸함, 허무함



‘그래서 어쩌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스포라‘

늘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한 줄기 위로가 되는 것은 ‘누구나 방황한다는 것‘ 그리고 이 방황이 당연하다는 것이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젓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말이나 행동따위가 점잖고 무게가 있다. 이다.

그렇다면 의젓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책 <의젓한 사람들>은 이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저자인 김지수 작가는 의젓한 사람을 '고통과 시간, 인내와 책임'라는 키워드로 연결한다.

당장의 욕구를 통제하는 자제력을 씨앗으로 삼아 '상호 돌봄'으로 이어져 '의젓한 정신'으로 성숙되어 간다고 보았다.

그의 네번째 인터뷰집인 <위대한 대화>가 "함께 가기 위해 약해지라"라는 문장 앞에서 '다정한 사람들'을 호명했다면,

다섯번째 인터뷰집인 <의젓한 사람들>은 '다정함'에서 나아가 '책임적 존재'들을 호명한다.

'난 책임없어요!'

'난 책임자가 아니에요'

라고 외치는 시대에 '책임지는 사람'이라니..

아무 책임자도 없었던 '세월호 사건'과 '이태원 참사'가 생각났다.

이미 벌어진 일에도 서로 책임지는 사람 없이 '떠넘기기'에 바빴는데..

의젓한 사람이란 이렇게 책임지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을 보고 책임지는 의젓한 존재로 본 것일까?

김지수 작가가 인터뷰한 14명의 사람들

그래도 이름을 알고 있었던 사람으로는 가수 양희은, 배우 박정민, 시인 나태주, 경제학자 러셀 로버츠, 작가 마크 맨슨,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 6명..

전혀 생소한 인물로 순례자 김기석, 작곡가 진은숙, 정치인이자 기업가 플뢰르 펠르랭, 노년내과 의사 가마타 미노루, 의사결정 전문가 애니 듀크, 목수 마크 앨린슨,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 부고 전문기자 제임스 R. 해거티 이상 8명이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책임을 다하는 자들이다.

그들이 그 분야의 Top이라고까지 말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연대하며 함께 가기를 이야기한다.

직접적으로 '타자에게 의젓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은퇴한 목사님인 순례자 김기석님

평생을 힘빼는 연습을 하며 살아왔노라고, 똑똑한 말보다는 '도무지' '문득'같은 변두리 부사들을 가지고 무해한 말과 노래들을 풀어내는 사람 냄새나는 가수 양희은님

내가 그동안 클래식에 정말 무지했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우주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현대클래식 작곡가 진은숙님의 슬럼프 없는 인생이 없다는 담담한 이야기들. 당대의 갈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묵묵히 그려나가는 오선지를 생각하면 과연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된다.

서점주인이면서 작가, 배우. 박정민. 그의 연기에 대해 극찬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이렇게 단단한 생각과 의젓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것은 몰랐기에 그의 작품 <쓸 만한 인간>이 읽고 싶어졌다.

함께 걷는 연대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우리가 쫓고 있는 것이 허상은 아닌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김지수 작가의 작품은 새로운 우주로 나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인터뷰들을 읽다보면 인터뷰이들..

이들이 쓴 작품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읽을 책이 산더미인데.. ㅠㅠ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이들의 작품을 천천히 읽어보자.

이들이 이야기하는 연대하고 책임지는 삶, 삶의 중요한 가치를 찾고, 최고의 결정, 완벽한 인생을 꿈꾸기 보다는 서로 사랑하며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

이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