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 온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10
이지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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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처음에 나오는 문장으로 닉 캐러웨이의 아버지가 닉에게 한 말이다.

완전 상류층인건 아닌 듯 하지만 어느정도 상류층 사라들과의 교류를 이어가는 닉이 세상을 바라보며, 특히 개츠비를 이해함에 있어서 그의 입장을 생각해본 것도 이 아버지의 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 [완벽이 온다]는 내가 그동안 전혀 만나본적 없는,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라 온 나에게 '홈그룹'생활을 하고, 의지할 친척이나 가족들이 하나 없는 '민서'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설픈 동정심'을 갖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부모가 다 있어도 불행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단지 부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에게 값싼 동정심을 가지는 것은 위선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듯한 '민서'의 모습을 볼때마다 '안타까움'의 감정이 먼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P.15) 또래 알바생들은 불편했다. 그들과 같이 웃어야 할 타이밍을 맞추는 게 어려웠다. 다들 웃는데 나 혼자 웃지 못하는 순간이 가장 난처했다. 생각하는 걸 다 말하는 게 아니라고 배웠지만 그 다음은 익히지 못했다.

(P.44) 언니는 내가 어릴적에 자연스럽게 익혔어야 할 기본적인 자극이 부족한 탓이라며 전에 들었던 선생님 얘기를 흉내 내어 말했다. 솔언니는 맞장구를 쳤다. 우리는 영영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p.61) 검사 결과, 버려지는 것에 대한 유기불안이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고, 그로 인한 무기력증이 심각한 상태라고 했다. 담당의사는 자라면서 중요한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안전한 관계 안에서 일관성있는 지지와 수용을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p.79) 남들과 다른 까닭에 설명할 게 많은 인생은 피곤했다. 자세히 설명한다고 더 환영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설명하는 일은 분명 손해였다.

(p.135) 해서 언니와 설, 솔 언니는 익숙한 듯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보낸 선물을 원래 자신의 것인 양 받았다. 나도 곧 그런 선물들에 익숙해졌는데 정작 솔 언니가 준 선물들은 낯설게 느껴졌다.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었고 나는 선물을 받을 정도로 잘한 일이 없었다. 그게 이상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는 민서가 '그룹홈' 생활을 하는 처지여서가 아니라 그저 그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부모가 모두 있어도 그러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란 사람 또한 민서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랑받지 못하는 '아동학대'의 일종이다. 집에서 일어날 경우에는 '부모' 혹은 양육자라는 분명한 학대 가해자가 있는 것이고, '고아원' 등에서 일어나는 경우는 어찌보면 사회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일수도 있다.

아무리 '보육교사' '지도사'가 노력을 한다고는 하나.. 일반 가정과는 같을 수 없는 그 간격이 있기 때문일텐데.. 과연 그 간격은 어떻게 메꿀수 있을까? 그냥 부모가 잘 하면 돼요~ 라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사회의 역할을 다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집 근처에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그룹홈'이 있다. 여자 아이들만 사는 것 같은데 가장 큰 아이가 중학생 정도로 보였다. (실제 우리집 아이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근처에 있었지만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가정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만일 그 가정에서도 '민서''해서' '솔''설'처럼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렇다면 그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줄 수 있을까?

사실 처음 소설을 읽을 때는 '자립청년'들이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주가 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삶의 고단함보다는 치유되지 않고 남아있는 민서의 트라우마, 상처가 헤어진 후 다시 만난 언니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소된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치유될 거 같았으면 왜 같이 살때는 서로 보다듬어 주지 못한 것일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보면서 무서운 점이 '설,솔' 아버지가 '칼을 들고 위협하는 장면'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그 장면이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과 오버랩되면서 이제는 '흉기 위협'이 단순 위협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 무서워졌다. 그만큼 세상이 흉흉해진 것일까...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다 노력해야 한다는 말처럼, 부모가 있고 없고의 문제를 떠나서 사회가 책임져야 할, 그리고 보다듬어야 할 어린 영혼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얼마만큼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듯 하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남들보다 뒤쳐진 출발선에서 남들처럼 살기 위해 아웅다웅하며 노력하는 많은 이들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난 그런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한편 앞으로 완벽이는 세 여자들 사이에서 이들과는 다른 '사랑'을 받고 관계를 맺으며 성장할 수 있을까? 이 세 여자를 한데로 묶어준 것은 '완벽이'일까? '할머니'일까? 궁금증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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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사람들
캐서린 벨턴 지음, 박중서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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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이너서클이라니... 오늘 안그래도 푸틴에 의해 제거된거로 추정되는 프리고진 뉴스를 들었는데 과연 푸틴이 어떠한 인물인지 그 주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엄청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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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 열린책들 세계문학 285
다니엘 디포 지음,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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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디포의 작품은 [로빈슨 크루소]밖에 몰랐는데 <페스트>와는 또 다른 느낌일거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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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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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는 아직 안읽어봤는데.. 도스토옙스키의 글이 늘 어렵고 난해했던 사람으로써 이를 해석해주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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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2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 2
토머스 도드먼 외 엮음, 이정은 옮김, 브뤼노 카반 기획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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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늘 준비하고 있고 ,삶이 전쟁인 사람으로서 도대체 전쟁의 모든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진짜 이 책을 읽으면 전쟁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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