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의 궤적 - 과학과 이성은 어떻게 인류를 진리, 정의, 자유로 이끌었는가
마이클 셔머 지음, 김명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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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독서모임 필로어스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토론을 하고 나서 '도덕'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때 튜터 중 한 분이 추천해준 책이 바로 마이클 셔머의 [도덕의 궤적]입니다. 바로 책을 구입해놓고는.. 펼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책장파먹기'를 하면서 읽어보겠노라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어느 정도 반 강제성이 있어야만 하게 되는 듯 합니다.)

과학자이면서 과학 작가이기도 한 마이클 셔머는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제이 굴드 등과 함께 과학의 최전선에서 사이비 과학, 창조론, 미신에 맞서 싸워온 대표적인 회의주의자이자 무신론자입니다. (그래서 인지 책속에서 신랄하게 '기독교'를 비난하는 모습은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현재 과학주의 운동의 중심인 스켑틱소사이어티(Skeptics Society)를 설립하고, 회의주의 과학저널 <Skeptic>을 창간하여 발행인과 편집장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마이클 셔머가 고등학생 때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신학자가 되기 위해 '기독교 신학'을 공부했다는 것입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것일까요..)

책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점점 더 도덕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종교적 힘이 아니라 세속적 힘의 결과로, 과학과 이성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많은 사료들과 증거 자료들을 약 600페이지에 쏟아내고 있습니다.

먼저 이 책에서 말하는 도덕적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봅니다. 저자는 도덕적 행위자를 인간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도덕적 행위자를 감응적 존재라고 말합니다.

"(26) 감응적이란 감정 지각, 감각, 반응, 의식이 있어서 느끼고 고통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나는 도덕적 고려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에 지능, 언어, 도구 사용, 추론 능력, 기타 인지 능력뿐 아니라, 진화적으로 더 오래된 뇌의 더 기본적인 감정 능력까지 포함시킬 것이다. 우리의 도덕적 고려는 단지 감응적 존재들이 무엇을 생각하는가뿐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느끼는가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사실 이 책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고대 원시시대에 비해 지금 시대가 훨씬 더 폭력이 줄어들었고, 도덕적인 세상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과정에서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종교'나 다른 어떤 것이 아닌 '이성'과 '과학'이라고 조금 더 세게 이야기하며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기존의 권위와 미신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서 이성과 과학을 진리와 지식의 중재자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223) 국가의 성질은 인류의 성질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그것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도구는 과학과 이성이다.

종교가 도덕적 진보의 근원이 아닌가에 대해서는 워낙 신랄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기독교인'은 보지 않는 편이 상처받지 않을 것같다고 생각됩니다.

(233) 성경은 문학을 통틀어 가장 부도덕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계도와 연대기, 법과 관습으로 엮여 있는 이 책은 땅과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승자가 이 둘을 모두 차지한느 서아시아의 부족 전사들에 의해 쓰였으며, 따라서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261) 종합하면, 종교는 한 나라의 전반적인 행복에 크게 기여하지 안ㅇㅎ는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저자는 기독교의 십계명을 비판하며 오히열 다음과 같은 과학과 이성을 기반으로 한 '잠정적인 도덕률'을 구성하자고 말합니다.

(271) 과학은 그 방법들과 결론들을 바꾸고, 개선하고,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발전한다. 도덕과학도 그래야 한다. 모든 곳, 모든 사람, 모든 상황에서 옳고 그런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과학에 기반을 둔 도덕의 목표는 -경험적 조사와 합리적 분석으로 평가한 결과 - 대부분의 시기에 대부분의 상황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으면서도 적절한 곳에서는 예외와 수정을 허락하는 몇 가지 잠정적인 도덕률을 구성하는 것이다.

열 가지 잠정적 도덕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황금률은 호혜적 교환과 호혜적 이타주의라는 기본 원리에서 파생한 것으로, 구석기 조상들에게 기본적인 도덕 감정들 가운데 하나로 진화했다 .이 원리에서 도덕의 행위자는 둘이다. 도덕 행위를 하는 주체와 그 행위의 대상이 되는 객체다. 도덕적 행위의 대상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할지를 행위의 주체가 확신하지 못할 때 도덕적 질문이 발생하고,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바로 황금률이다. "누가 내게 이런 행동을 한다면 어떨까?"라고 자문함으로써 당신은 "내가 그들에게 이런 행동을 하면 그들의 기분이 어떨까?"라고 묻고 있는 것이다. (누가 내게 이런 댓글을 단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모두가 한다면 악성댓글들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2.  : 어떤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알고 싶으면 상대방에게 먼저 물어보라. (...) 도덕 행위의 주체는 도덕 행동의 객체에게 그 행동이 도덕적인지 부도덕적인지 물어야 한다. 다시 말해, 황금율은 여전히 당신 위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덕은 당신 위주로 작동하지 않으므로 타인 위주로 도덕을 생각하는 '먼저 물어보기 원리'가 필요하다.

  3. : 항상 다른 누군가의 행복을 고려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고차원적인 도덕 원리다. 무력과 사기를 통해 다른 누군가가 불행해질 때는 행복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4.  항상 다른 누군가의 자유를 고려하면서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고차원적인 도덕 원리다. 무력과 사기를 통해 다른 누군가의 자유를 빼앗는 것일 때는 자유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자유 원리는 서구 사회에서 실행되는 모든 형태의 자유에 기본이 되는 원리인 내 믿음과 행동이 타인들의 동등한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내가 선택한 대로 믿고 행동할 자유의 연장이다.

  5.  어떤 도덕적 행동을 하려고 계획할 때는 내가 행위자가 될지 행위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고 상상하라. 그리고 의심스럽거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대방의 입장에 서라. 이 원리의 기초는 존 롤스가 제시한 개념인 '무지의 장막'과 '원초적 입장'이다. 즉 인간의 의사결정에는 자기 본위 편향이 작용하기 때문에 몯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규칙과 법을 결정할 때 도덕적 행위자는 사회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6.  자신의 도덕적 행위에 대해 자기 정당화나 합리화가 아닌 논리적인 근거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그러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라.

  7.  : 자신의 도덕적 행동을 온전히 책임지고, 타인에게 잘못한 일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하겠다는 자세를 가져라. 또한 타인들에게 그들의 도덕적 행동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묻되,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용서하는 마음을 내라.

  8.  : 악한 사람들과 도덕 규칙을 위반한 사람들에게 맞서고, 방어 능력이 없는 피해자를 방어하라.

  9. : 가족, 부족, 인종, 종교, 국적, 젠더 또는 성적 지향성에서 나와는 다른 집단에 속하는 타인들을 나와 똑같은 도덕적 지위를 지닌 내가 속한 집단의 명예회원으로 생각하라.

  10.  다른 감응적 존재, 그들의 생태계, 그리고 생물권 전체의 생존과 번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라. 생물 애호는 자연에 대한 사랑이고, 우리는 자연의 일부다. 감응적 존재를 먹여 살리는 환경들까지 포괄하도록 도덕의 영향권을 확장하는 것은 숭고한 도덕 원리다.

이상의 열가지 십계명을 한마디로 줄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솔직히 책은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습니다. 어렵습니다. 과학적 사료들과 역사적 사료들이 뒤섞여 있어서 집중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확실히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고, 생각하게 되고,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치열한 투쟁 가운데 획득된 것인지도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보면 좋을 책 [도덕의 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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