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큐레이터 이영빈의 팍스 클래시카나 - 국방부 고위공무원의 음악예찬론 국보산문선 269
이영빈 지음 / 국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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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 ]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브람스'가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고전 음악 작곡가'들과 그 작품명, 그리고 주요 파트를 듣고 맞추는 것이 시험에 나오곤 했는데....

그러고 보면 '클래식' 음악은 제가 학교 다닐 때도 약간 생소하긴 했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어서 (예를 들어, 자동차 후진할 때 나는 소리, 전화기 벨 소리, 유명 영화 속 배경음악, 광고 속 음악) 음악 자체는 친숙하긴 하지만 실제 그 음악의 작곡가에 대해서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연주가'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미술의 경우는 오히려 유명한 <그림>과 <작가>를 많이 알고 있는데 반해, 이상하게 음악은 친숙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제가 원래 귀로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이어폰을 들고 다니기는 하지만 대부분 통화할 때 사용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영어 음원을 듣는 용도였습니다.

이렇게 저랑은 전혀 친숙하지 않은 클래식이다 보니, 그동안 '클래식' 음악에 대한 책들은 의도적으로(?) 잘 읽지 않은 편입니다. 우선 몇 장 몇 편~ Op. .. 이런 식으로 설명되는 제목도 이해가 잘되지 않을뿐더러.. 아무리 음악을 들어도(사실 이 정도까지 들어본 적도 없지만) 그 음악이 그 음악 같다~~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팍스 클래시카나』를 읽기로 마음먹으면서도 '아.. 내용 이해 못 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막상 책상에 앉아서 읽기 시작하자 '내용'이 술술 읽혔습니다. 그 음악 자체는 모르겠지만 이 작곡가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고난 속에서 작곡을 했는지, 그리고 그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가는 어떠했는지....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읽혔습니다.

거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동양사'가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역사 속비밀들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 책 『팍스 클래시카나』를 다음 3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 클래식 음악.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듣지도 않고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자! 우선 들어보자!입니다. 그냥 막연히 어려울 거야, 나랑 안 맞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과연 평론가들의 평처럼, 혹은 저자의 느낌처럼 나도 그 음악에 어떠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들어보고 이야기해 보자!입니다.

둘째,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뿐만 아니라 '지휘자'도 중요하다.입니다. 왜 이 책에 리더십 큐레이터라는 말이 붙었는지 '책'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미술의 경우는 작품을 그린 이후에 더 이상의 변주는 없습니다. 그저 그 작품의 모습 그대로 유지될 뿐입니다. 경매에 의해 가격이 올라가거나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작품 자체가 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은 다릅니다. 물론 클래식 음악만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예술이 가지는 특성입니다. 누가 부르냐, 누가 연주하느냐, 어떤 템포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음악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악기들의 합주로 진행되는 교향악 등 '클래식 음악'은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누구의 연주'라고 하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었는데... 이제는 책에서 소개된 4명의 지휘자 (카라얀, 번스타인, 아바도, 므라빈스키) 음악을 먼저 찾아볼 듯합니다. 재미있게도 제가 작품이 궁금해서 찾아본 첫 번째 음악의 지휘자는 '엘 시스테마'를 진두지휘한 구스타보 두다멜의 연주였습니다. (그땐, 아직 그가 나오기 전 파트라... 누군지도 모르고 들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내공 쌓기의 중요성입니다. 예술가의 발전 과정에 '21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고, 어느 분야에서든 달인이나 고수가 된다는 것은 단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는 것. 나이 80세가 넘어서야 '해석의 깊이가 생겼다'라고 말하는 브루노 발터 지휘자의 말에서 진정한 내공의 폭발을 위해서는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을 가지고 내공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과만 보고, 그 뒤에 흘린 땀과 눈물을 잊지 않도록.. 혹시 나는 그러한 땀과 눈물 없이 '과실'만을 바라고 있지 않는지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 책은 미술사를 소개하는 책처럼 뭔가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들을 나열하기보다는 교향곡을 중심으로 작곡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 그리고 이와 연결된 '지휘자'들의 생애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앞으로 클래식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기 위한 소중한 지도가 되어줄 책입니다.

클래식 음악세계라는 낯선 세계에 이제 한 발자국 내내디뎠으니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걸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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