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망다랭 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송이 옮김 / 현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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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지나갔고, 독일군은 패주했다.

무언가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풍경부터 시작됩니다.

폴과 앙리의 원룸아파트에서 뒤브뢰유 가족들과 레지스탕스 운동을 함께 했던 동료들이 모입니다.

이제 전쟁이 끝나감을 조금씩 느끼면서 그동안 전쟁이라는 압력에 눌려 생각지 않았던 것들을 하나 둘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보부아르는 앙리 페롱과 안 뒤브뢰유를 통해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전후 어느 곳으로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지식인의 모습이었을까요?

삶과 죽음이라는 두 선택 외에는 없는 전쟁의 포성이 끝나고 이들의 귀에 들린 것은 ?

전쟁 중에 자신이 살기 위해 한 선택들로 인해 질타를 받아야 하는 이들..

멀리 볼 것도 없이 일제 강점기에 적극적으로든 강제적으로든 친일을 한 이들과 같이 독일에 협력한 이들.

전쟁 전의 생활로 돌아가길 바라는 이들.

그런데 이미 전쟁이라는 것을 겪은 이들이 전쟁 전의 삶으로 돌아간 다는 것이 가능한 것이기나 할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여실하게 보여준 전쟁.

만일 전쟁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당시의 지식인들은.. 말그대로 탁상공론에만 빠져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실제 목숨을 내어놓고 행동으로 옮겼던 지식인들에게 전쟁 후의 생활은 ..

자신들이 그동안 생각했던 이론들의 검증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하나 빠진 것 같은 그런 생활은 아니었을까요?

1권에서 흐르는 전반적인 느낌은 전후의 상실감, 무력감... 그리고 방황입니다.

먼저 앙리의 방황..

그는 잘 나가는 소설가이며 또한 <레스푸아>라는 신문의 편집장입니다. 그에게 전후의 생활은 다시금 여행을 할 수 있고,

이제는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연인 폴과의 작별을 고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한편으로는 점점 정치화되어 가는 주변 사람들과의 거리를 실감해 나갑니다.

그는 전쟁의 상황을 쉽게 잊어버릴 수도 없고, 정치에 뛰어들어 살아갈 수 도 없습니다.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문학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그 부분에서 많은 반대와 정치적 이념 싸움에 휘말리게 됩니다.

또한 연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한 채 어찌보면 문란하다고 보여지기까지하는 행보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안..

아직까지는 안이 왜 주인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뒤브뢰유라는 거목의 그늘에 가려져서 인간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자신도 잘 모르고, 특히 자신의 딸인 '나딘'에 대해서는 포기를 떠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1권에서 특별히 복선이 깔린다거나 이야기가 복잡하다거나 하는 부분은 별로 못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2권을 보진 않았지만 그냥 이대로 이야기가 끝날 거 같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레 망다랭 책자의 표지그림처럼 테이블 위에 그냥 정물들이 별 의미없이 놓여진 것처럼 책 속의 인물들은 특별히 영웅적인 인물이나 큰 사건의 부딪침 없이 무난하게 평범하게 그리고 무심하게 이야기들이 전개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글의 한 줄 한 줄에서 날카롭기도 하고, 매섭기도 하며, 집중을 높여주는 구절들이 유독 다른 소설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인물들이 뭔가 평범한 인물들이 없고, 다 어디 나사 하나 빠진 것같은 느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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