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진화론의 대가 리처드 도킨슨의 대표작. 30년 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진화론 입문서로 아직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진화의 주체를 유전자로 보고 유전자가 어떻게 진화를 일으키는가에 대한 가설을 0에서부터 하나하나 설명하고 증명해 나가는데 그 내용들이 논리적이면서 경이롭다. 가설이라고 한 이유는 책이 처음 나왔을 땐 내용의 대부분이 가설 이었고, 이 책이 유행한 이후로 많은 가설들이 증명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선 자기복제자(유전자)와 운반자(개체) 사이의 관계를 프로그램과 생존기계로 비유한다. 체스로 예를 들면, 각각 다른 전략이 프로그램된 체스머신이 여러 대 있다. 그리고 한 번 만들어진 체스머신의 프로그램은 수정이 불가능 하다. 체스머신들은 랜덤한 상대방과 체스를 둬서 승률이 일정 이하면 폐기 된다. 그리고 승률이 일정 이상의 체스머신과 같은 프로그램을 가진 체스머신을 여러 대 추가 생산한다. 이때, 낮은 확률로 프로그램된 전략의 일부분이 변한다. 이 변화가 승률을 올릴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다.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체스룰(환경)의 최적화된 체스머신이 주류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체스룰(환경)을 변경해 보자. 폰의 수가 절반이 되던가, 룩은 한번에 5칸만 움직일 수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기존의 체스룰의 최적화된 체스머신들은 줄줄이 폐기되고, 새로운 체스룰의 최적화된 체스머신이 주류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게 진화다. 새로운 환경의 적응된 개체만 살아남아 퍼지는 것.


 그렇다면 인류도 단순히 유전자라는 프로그램대로 번식만 하는 존재인가? 대답은 ‘아니오’다. 이 프로그램은 직접적인 통제를 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기에 간접적인 방법으로 생존기계를 통제한다.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될 때는 즐거움을, 방해가 될 때는 고통을 줌으로써 행동의 경향성(본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아를 획득한 AI인 인류는 본능을 거스를 수 있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이거다. 유전자는 자기복제가 최종 목적이기에 이기적으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인류는 본능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진화로는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이타주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생각하면 반전으로 생각될 만큼 로맨틱한 주장이다. 근데 이 결론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자연스럽고 논리적이라 어느새 납득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기적 유전자가 진화의 기원과 원리, 필연성에 대해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는 책이다 보니 의도치 않게 기존의 가치관을 좀 많이 공격하게 된다. 종교, 종족애, 가족애, 존재의 의미 등을 너무 적나라하게 해석하다 보니 저런 것을 소중히 하는 사람에겐 읽기 괴로운 책 일듯 하다. 읽고 나면 삶이 너무 무의미하고 초라하게 느껴지거든.


 하지만 정확한 문제인식이 정확한 답을 이끌어 내듯, 이로부터 좀 더 현실적인 삶의 의미를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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