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우울의 심리학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심리 치유 보고서
수 앳킨슨 지음, 김상문 옮김 / 소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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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말로만 듣던 우울증에 걸린 게 아닐까 걱정했을 정도로 몸과 마음 모두가 힘들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우면 눈물이 흘렀고, 울다보면 숨쉬기가 힘들어져 일어나 앉아야만 했다. 잠을 설쳤고, 웃을 일이 없었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즐겨 들었던 왁자한 밴드 음악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데미안 라이스'와 '이소라' 음반에만 손이 갔다. 그때도 '이런 게 우울증 아닐까' 싶었는데, <우울의 심리학>을 읽으면서 그게 우울증이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3~4개월만에 그 어두운 시간이 지나가서 다행이고, 다시 그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감정을 만나기 전에 이 책을 만나 더욱 다행이다. 우울증이 오지 않게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덜 다치면서 극복하는 방법은 알게 되었으니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 병원에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다. 분명히 마음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인식하면서도, 또 심각한 병은 아닐까 우려하면서도 주변 시선 때문에 의사를 마주하는 일이 곧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혹시라도 (내가 그랬듯)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고 싶은데도 용기가 나지 않았던 분들이 있다면 이 책 <우울의 심리학>을 권하고 싶다. 심각하지 않은 상태라면 이 책의 지시를 따르는 것만으로 자가 치료가 가능할 것이며, 자가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상태라 하더라도 병원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아지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테다.

이 책의 저자 수 앳킨슨은 온갖 방법으로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우울증 환자임과 동시에 임상 심리학을 공부해 심리 치료소 근무 경험도 있는 반(半)의사이기도 하다. 그런 덕에 이 책에는 우울증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거기에서 비롯한 전문적인 지식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한차례 유행했던 심리학 책들과는 달리 실용적인 정보가 들어있어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개인적인 우울의 원인이나 패턴을 파악하기 위한 일지 쓰는 법, 우울한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나에게서 끊어내기 위한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인문'분야에 속해 있지만 동시에 '자기계발'분야에 속할 만한 책이다.

또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주변인들을 이해하기 좋은 책인 만큼, 가족이나 친구들 중에 우울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읽고 권해준다면 좋겠다. 저자도 1.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2. 그들의 보호자를 위해 3. 우리 사회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고 실제로 세 가지 기능을 충분히 수행한다. 정신과 의사라고 해서 모두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며, 자신에게 맞는 의사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까지 담고 있을 정도로 우울증 환자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시키므로 위안을 얻기에도 좋다.

이 책과 함께 <한낮의 우울>이라는 책 역시도 우울 극복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우울의 심리학>보다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더 많고 자세한 의학 지식을 담고 있으며 우울증 환자의 다양한 케이스를 접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앤드류 솔로몬도 우울증 환자라는 점은 <우울의 심리학> 저자 수 앳킨슨과 같지만, 그녀와 달리 소설가이기 때문에 서사를 읽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울증은 심각한 병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흔한 병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위안 삼아 모두들 조금만 슬퍼하고, 조금만 외로워한다면 좋겠다. 저자 수 앳킨슨도 말하듯 '인생은 원래 힘든 것이다'. 나만, 혹은 그대만 힘든 것이 아니다. '원래 힘든 인생'을 무사히 차근차근 견뎌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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