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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고의 10경 - 영화평론가 김소영이 발견한
김소영 지음 / 현실문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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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을 읽으며 '작품 하나에 왜 이리 의미부여를 해 가며 심각하게 논하는 거야?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만 얘기하면 되는 거지'하며 투덜대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못할 책. 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면 다른 관객들의 감상이 궁금해지는 사람들, 근원을 알 수 없는 개인적인 감상을 언어로 구체화시켜보고 싶어지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교재가 될 만한 책이다. ('교재'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겠다. 대중적이라기보다는 학술적인 느낌이 강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점차 문화평론지로 확장되고 있는)영화지 <씨네21>의 '전영객잔'섹션에는 지하철에서 슬슬 넘겨보기에는 부담스러운 깊이의 글들이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 김소영은 그 '전영객잔'섹션에서 공고한 지위를 확립한 영화평론가이자 한예종 영상원 교수이며, 최근에는 '김정'이라는 이름으로 장편영화 <경>을 감독한 여성 영화감독이다.

이 책은 평론가 김소영이 <씨네21>에 실었던 칼럼을 주축으로 해 각종 학술대회와 강의, 일간지를 통해 발표한 글들을 10가지 주제로 엮었다. 1934년 영화 <청춘의 십자로>에서부터 2006년의 임권택, 김기덕, 홍상수, 봉준호 감독의 영화까지 다루는 만큼 한국 영화사의 굵직한 면면을 한번 더듬었다는 기분이 든다. 특히 글 전반에서 특유의 여성적 관점이 예리하게 빛을 발한다.

근접섹스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4경(이 책은 경景,鏡,經이라는 단어를 장章 대신 사용한다)이 인상적이었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중심으로 <지구를 지켜라> <매트릭스>, 소설 <타이탄의 사이렌>을 끌어들여 함께 논하면서 한국영화의 근대화와 세계화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는데, 짧고 간결한 단문으로 이루어진 사유를 따라가다보면 이미 본 영화가 전혀 다른 영화로 읽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본 영화보다 보지 않은 영화 이야기가 더 많아, 책이 담고 있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것만 같다. 이 책이 논한 영화들을 하나씩 감상하면서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한다. 이 책은 영화를 깊이 읽을 수 있게 돕는 평론집임과 동시에 한국 영화의 계보를 짚어나가고자 하는 관객에게 '한국영화사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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