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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어둑어둑하고 칙칙한 무채색 표지와 그에 걸맞는 제목만 보고서 '삶을 방관하는 비관론자, 혹은 반 우울증 환자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쿡'하고 웃음 터지는 순간이 수시로 찾아온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제목의 책을 읽으며 웃음을 터뜨린다는 게 의외겠지만(나같아도 지하철 맞은 편에서 제목부터가 우울한 이런 책을 읽으며 웃는 사람을 본다면 감정선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병자로 오해할지도 모른다), 이건 나만의 평가가 아니라 언론의 서평과 유명인들의 추천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니 의심은 거두어들여도 될 듯.
영어 원제는 'The Thing about Life is That One Day You'll be Dead'. 어떻게 번역해야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게 곧 삶임에 대하여' 정도로 해석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즉, 이 책은 한국식 제목처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삶이란 죽음과 이어져 있음'을, 나아가 '생에서 죽음까지'를 다루는 책이다. 인간이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식으로 살아가다가 어떻게 죽는지를 주르륵 훑어준다고나 할까.
97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소리 높여 생을 찬미하며 건강하게 살아있는 아버지와, 툭하면 엄마에게 대들며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사춘기 딸 내털리, 그리고 저자인 데이비드 실즈 자신의 일화가 유쾌하게 그려진다. 성경험이 없었던 17세의 저자가 처음으로 여자친구와 동침하게 된 비오는 날의 창고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청년기의 성', '소년과 소녀의 차이'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으로 이어진다. 에세이같다가도 금방 교양과학서적 같아지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그런가하면 쇼펜하우어나 버지니아 울프 같은 유명인들이 남긴 삶과 죽음에 대한 명언도 풍부하게 들어있어 짧고 깊은 통찰을 남긴다.
뭐라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낯섦을 '이상하다'고 표현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이상하다. 삶은 곧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고 죽음은 곧 삶의 완성이니, 이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담은 책은 이상할 수밖에...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고, 그런 의미에서 삶과 죽음, 희극과 비극, 기쁨과 슬픔은 서로 통하는 법이다. 이 책을 마주하고 앉아 웃으며 삶을 얘기하는 중이었는데, 어느새 웃으며 죽음을 얘기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덧. 읽으면서 순간순간 빌 브라이슨이 떠올랐다. 비슷한 방식으로 유머코드를 구사한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