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소녀시대 (문고본) 요네하라 마리 특별 문고 시리즈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앞서 읽은 책이 괴로워서 고른 수필. 역시 가볍게 읽으려면 일본 수필이 제일 아니겠는가... 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선택이었지만 요네하라 마리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었다.그렇다고 어두운 작품이라도 되는 거냐 라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원제인 <거짓말쟁이 아냐의 새빨간 진실>의 주인공인 아냐는 자각이 없는 <꺼삐단 리>의 주인공 같다고 할까, 좀 섬찟한 면이 있다.

요네하라 마리는 내겐 아주 재미있는 작가인데, 일단 '빨갱이'라고 하면 머리에 뿔 달린 도깨비라고 교육받았던 남한의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내게 있어 일본 공산당 대표; 급의 아버지 밑에서 자라 60년대 공산권이었던 체코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소비에트 교육을 받았고 이후 소련이 붕괴되기 전에도 꾸준히 공산권 국가들을 오가며 러시아어 통역을 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뿔 달린 도깨비'가 아닌 공산 국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개인적 추억과 함께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라고 할까. 러시아와 러시아 이전 소련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얻기 쉬우면서도 꽤나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작가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한 건 소소한 소비에트 학교 시절 추억담인가 했는데... 솔직히 국내판 제목에서 속았다고 할 수 있다. 프라하 소비에트 시절에 만났던 세 친구들이 성장한 후의 이야기, 각기 다른 국적과 환경에서 이루어진 그들의 각각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연필로 섬세하게 그린 초상화를 연상케 한다고 할까. 픽션의 인물을 묘사하듯 딱 잘라 말하는 것도 아니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대화로 유추하며 섬세하게 그린 연필 초상화...

나는 현대사에 약하다. '프라하의 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기 보다는 어렴풋이 알 뿐이고, 하여튼 현대사란 점점 더 복잡해지지 않는가. 차우셰스크 정권에 대해서도 그렇고 세르비아 내전 등등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 책에서 그 어려운 시절을 직접 겪고, 그 역사의 흐름에 휩쓸리기도 하는 개인의 삶으로 조금이나마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아울러 개인과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

현대화가 되더라도 이 정체성에서 완전히 동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적극 동의한다. (난 아나키즘에 동의하지 않는다) 

읽기 편한 책이냐? 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동창 만난 이야기구나~ 하고 읽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차우셰스크 정권과 세르비아 등등 근현대사 세계사를 보고 푹푹 마음 심란해지는 나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하여튼 요네하라 여사는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 사노 요코 여사처럼 오래오래 사셔도 괜찮으셨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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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 2019-03-0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라듸오에서 소개된 책이라 관심을 갖게 되었네요.
지루한 봄날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라는 맨트에 혹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