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글씨를 천하에 세운 김정희 - 한국편 5 그림으로 만난 세계의 미술가들 한국편 5
조정육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삼대명필이라는 말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학교 선생님께서 서예시간에 삼대명필에 관해 설명해 주었을 것이고 책이나 신문, 뉴스 등으로 접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올해 5월쯤 우리 반이 서예수업을 하면서 삼대명필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삼대명필에 속하는 사람들은 흔히 석봉이라 일컫는 한호, 아직 낯선 느낌의 봉래 양사언, 그리고 추사 김정희이다. 이 세 분들은 조선시대 글씨를 무척 잘 쓰신 분들로 크게는 한국 예술에 있어서 작게는 서예 계에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이다. 석봉이란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고 양사언과 김정희라는 이름은 그리 흔하게 듣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조선의 글씨를 천하에 세운 김정희』라는 책을 읽기 전에는 김정희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하였다. 이 책은 김정희가 남긴 작품, 김정희의 일생 등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여태 김정희라는 이름조차 몰랐던 내가 이때까지 무엇을 공부했는지조차 궁금할 정도로 후회가 되었다. 때로는 반듯하게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힘차게 씌어진 멋진 글들과 주로 난, 나무, 절 등 자연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들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알게 된 점과 본받을 점, 관계된 경험 등을 네 가지로 적어보았다.

첫째로 위인들을 보면 본 이름이나 자 외에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지은 이름인 ‘호’가 있는 사람이 많은데, 유명하고 업적이 많은 만큼 자신의 호가 백여 개나 되는 김정희를 보고 나도 나의 호를 만들어 본 것이다. 김정희는 자신의 스승과 주위 인물들에 대한 호를 많이 만들었다. 그래서 나도 담임선생님과 관련지어 나의 호를 만들어 보았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아동문학가이시다. 그래서 아동을 나타내는 아이 동(童), 문학의 첫 글자 문(文), 스승을 나타내는 스승 사(師), 배움을 나타내는 배울 학(學)자를 써서 동문사학(童文師學)이라는 호를 만들어보았다. 즉, 아동문학에 관심이 많은 스승에게 배운다는 뜻이다. 이리저리 생각해서 내가 직접 나의 호를 만드니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위인이 된 것 같았다.

둘째는 학교에서나 집 등 서예 붓을 잡고 먹을 묻힌 뒤, 화선지에 글을 쓰려고 하면 자세만 잡고 글은 전혀 잘 쓰지 못하는 나를 떠올리며 웃었다. 서예를 배운 적이 있는 나는 특히 학교수업 시간에, 친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지 선생님께 칭찬을 듣고 싶어서인지 나 자신도 모르겠지만 서예 붓만 잡으면 글의 모양은 생각하지 않고 자세부터 잡는다. 실제로 그런 자세를 보고 모든 친구들이 있는 교실 안에서 한 친구가 “우와, 자세 나온다!” 하며 소리친 적이 있었다. 그 소리를 듣고 내 주변에 모여든 몇 명의 친구들이 내가 쓴 글씨를 보고 실망하며 돌아간 적이 있었다. 그런 추억이 떠올라 이 글의 제목도 '붓만 잡으면 김정희가 되는...' 이라고 했는데 내가 김정희처럼 글을 잘 써서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은 절대 아니라고, 자세만 김정희를 흉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이런 걸 보고 ‘빈 깡통이 요란하다’ 라고 하는가? 지금 생각해도 웃긴 그때의 일은 평생 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세 번째는 적당히 슬쩍 지나치는 법 없이 완벽한 배움을 원하는 김정희로부터의 깨달음이다. 지금 특히 공부를 하는 우리들은 어떤 한 가지를 배우면 두 가지, 세 가지를 알려고 하지 않고 그 한 가지만 계속 반복해서 공부하는 즉, 발전이 없는 공부를 많이 한다. 물론 두 가지, 세 가지를 알려고 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그런 학생들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 우물을 파라’ 라는 말도 있듯이 여러 우물을 파지 말고 한 우물만 집중적으로 파서 하나를 완성시키고 또 다른 우물을 파는 그런 공부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넷째로 김정희가 죄 없이 유배를 당한 것을 보고 느낀 점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김정희는 죄를 지은 것도 아니요, 반역을 한 것도 아니다. 단지 김정희 주위의 사람들 때문에 억울하게 유배를 당한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김정희의 성품이 곧고 글과 그림 그리는 솜씨가 뛰어나자 많은 사람들이 김정희에게 몰려드는데. 김정희 주위에 많은 사람이 모이자 김정희의 힘이 커질까봐 두려워했던 여러 신하들이 오래전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김정희를 유배 보낸 것이다. 그래서 김정희는 그 당시 가면 거의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한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된다. 하지만,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고 인기가 많았던 김정희에게 제자들과 벗들이 제주도까지 찾아와 김정희에게 필요한 것들도 주고 정보도 알려주며 김정희를 위로해준다. 바로 이 점에서 평소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신뢰를 받은 김정희의 인품과 성품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김정희는 평생 유배를 두 번 경험했는데 후에는 두 번의 유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다며 오히려 유배라는 벌을 받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얼마나 참된 생각인가, 유배를 보낸 사람들에게 원수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는, 역시 위대한 인물들은 마음가짐이 올바르다.

이처럼 김정희에 관해 잘 알 수 있고 여러 작품들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는 덧붙여 여러 느낌을 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조선의 글씨를 천하에 세운 김정희』라는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