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요강 -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보는 시 보리 어린이 4
임길택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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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마음을 울리는 시가 많을까요?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울지는 않았지만 몇년 전, 어린이날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전 지금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부모님이 맞벌이 하시느라 저는 어릴때 할머니집에 맡겨졌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많이 생활을 하였죠. 그때는 어렸지만 할아버지 얼굴을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해는 제가 어느덧 커서 이제 부모님과 생활하는 ‹š였죠. 놀기에 바쁜 어린이날이 돌아와 우리 가족과 큰아버지네 가족은 그 해가 유난히 더워서 5월초이지만 시원한 산 속의 계곡으로 놀러를 갔습니다. 계곡을 다녀와 병원에 입원해계시던 할아버지를 만나고... 그 후에는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누워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제가 문을 열자마자 편찮으신데도 불구하고 바로 일어나셔서 저를 반기셨습니다. 그때는 어려서 그냥 인사만 하고 앉아있었지만 지금은 무척 후회가 됩니다. 그러고는 제 손에 돈을 쥐어주셨어요. 그러고는 몇시간후 돌아가셨던것 같습니다. 며칠 뒤 교회에서 장례식을 하는데도 저는 이상한 상자 옆에 꽃을 왜 놓는지 몰랐습니다. 어머니께서 우시는 이유도 몰랐고요. 어머니가 꽃을 놔두고 오라해서 저는 놔두었던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되는 일이지요.. 만약 지금 그런일이 있다면 누구보다 슬퍼하고 많이 울텐데요..

어쨋든 할아버지는 그렇게 몇년전 떠나셨습니다. 요즘도 아버지께 할아버지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무척 뵙고 싶습니다. 아직 꿈에서도 한번 뵙지 못하였습니다.

이 책에서 딱 두개의 시가 저의 마음을 울립니다. 책 31쪽의 '할아버지 요강'이라는 시와 70쪽의 '할아버지 말씀'이라는 시입니다.

 

할아버지 요강

 

아침마다

할아버지 요강은 내 차지다.

 

오줌을 쏟다 손에 묻으면

더럽다는 생각이 왈칵 든다.

내 오줌이라면

옷에 쓱 닦고서 떡도 집어 먹는데

 

어머니가 비우기 귀찮아하는

할아버지 요강을

아침마다 두엄더미에

내가 비운다.

붉어진 오줌 쏟으며

침 한 번 퉤 뱉는다.

 

 

할아버지 말씀

 

사람이 베어 넘기기에

너무 나이가 들어 버린 나무는

밤이면 울곤 한단다.

 

달빛을 안고도 울고

별빛을 안고도 울고

 

할아버지 요강에서는 마지막 연이 무척 슬픕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붉어진 오줌 쏟으며 침 한 번 퉤 뱉는다.'    오줌이 붉어지다? 이는  할어비지께서 어디 편찮으신 모양입니다. 그래도 글쓴이는 짜증나고 귀찮다는 뜻으로 침을 뱉었다지요. 역시 글은 이렇게 썼지만 글쓴이도 마음속으로는 무척 후회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처럼 병원에 계시는 할아버지께 돈을 덥석 받는것 같이요..

그리고 할아버지 말씀에서는 첫째 연이 가장 슬픕니다. '사람이 베어 넘기기에 너무 나이가 들어 버린 나무는 밤이면 울곤 한단다.' 이 부분입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을 테지요. '자식들에게 짐만 되는 나를 어디 일터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병이라도 걸리지 않으니 살아서 뭐하나, 빨리 죽고 싶은데...' 그러면서 우셨을 것입니다. 요즘 나이 드신 분들이 모두 이런 생각을 하실 것입니다. 자식들은 내색은 하지 않지만 짐이 된다고 싫어할 것이고 병도 걸리지 않고 일터에서도 받아주질 않으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실 것입니다. 무척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을 그냥 버리고, 잘 해 주지도 않고..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서평을 쓰다보니 다시 한번 할아버지 생각이 간절하게 납니다.

오늘 밤 꿈에서 할아버지를 뵙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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