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휴머니멀 -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
김현기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평점 :

가슴 아픈 일들은 참 많이 외면하며 살았다. 뉴스를 통해 사건 사고를 접하거나, 마음 아픈 이야기를 듣거나 때론 다큐멘터리를 통해 마음아픈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그럴 때면 안타까운 마음과 가슴속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순간이 지나면 또 외면하고 살았다. 학대 받는 어린 아이의 이야기,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아프다가도 동네에서 마주치는 아이나,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지나가면 그저 부딪히지 않으려고 빠르게 제 발걸음을 옮기기 바빴다. 주인에게 버림 받은 애완동물이나, 익명의 누군가에게 학대 받는 길고양이 뉴스를 보면서 분노하다가도, 정처없이 떠도는 강아지를 보거나 길고양이가 쓰레기를 뒤지다 달아나도 무신경했다. 가끔 티비 채널을 돌리다 마주하는 환경 다큐나 동물 다큐는 그저 호기심에 조금 바라보다 채널을 돌리기 일쑤였다. 보고있자면 마음은 불편한데,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이 책 『휴머니얼』은 MBC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이 되었던 것이란다. 물론 다큐멘터리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책을 읽고나니 꼭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휴머니얼'은 '휴먼'과 '애니멀'을 합쳐놓은 말이다.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 사실 이 것을 얘기하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인간만이 동물들을 학대하고, 지구 생태계를 교란하며, 인간들의 이익에만 메달린다는 것을. 동물원을 반대하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던 얘기였다. 요즘에는 잘 보기 힘들지만, 서커스에서 코끼리가 묘기를 부리는 것, 아쿠아리움에서 돌고래가 재롱을 부리는 것. 당연히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해야했는데, 우리는 어쩌면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그들의 행동과 재롱에 신기해 하고 박수를 쳤다. 그들이 정말 그 것이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뒤에서 혹독한 학대를 받으며 훈련을 받은 것인지는 알지 못한채 말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동물을 마음대로 이용하기 위해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지어낸 학대가 담겨있었다. 읽는 동안 마음이 아프고 화가났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같은 상황에서 처했을 때 책 속에 나오는 인간들처럼 똑같이 하지 않을까, 아무 소리 없이 인간 문명을 누리고 있는 지금 나도 어차피 공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죄책감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인지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그렇다고 당장 내가 이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적극적이라면, 관련 기관에 후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렇게 까지 행동하진 않을 듯 하다. 하지만, 읽고 나서 좋은 책을 읽었다라고 생각한 것은,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고, 고마웠다는 거다. 그리고 책 속에 나오는 동물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면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늘어 날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르포르타주 글을 많이 쓰는 어느 작가가 말했다. 세상의 변화는 인식에서 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당장 내 삶에 와 닿지 않고, 마음만 아픈 이야기라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시하고 인식하는 것 부터 세상은 변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외면해 버리는 사실이라면,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실천까지는 못하더라도 눈길을 한 번 주고, 목소리를 들어주고, 그 마음에 함께 눈물이라도 흘릴 수 있다면 세상은 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