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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생각해보면 '품위'라는 단어를 잘 쓰지는 않는 듯 하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지, 이 책 『무례한 시대를 품위있게 건너는 법』의 저자 악셀 하케도 친구로부터 '품위'라는 단어가 곰팡내가 풀풀 나는 진부한 표현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품위 보다 좀 더 편하게 쓰는 말인 '예의'는 어떨까. 가만 생각해보면 '예의'라는 말도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조금 더 전에는 에티켓이라는 말로 종종 바꿔 쓰긴 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용어도 찾기 힘들다. 대신 불편한 상황에 대해선 'XX금지'라던지, 맞는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노키즈존, 노튜버존 등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종종 하던 나로서는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자인 악셀 하케는 맥주를 마시며 시작한 '품위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천천히 확장시키며 이야기한다. 이 모호한, '말랑말랑한' 가치의 품위가 과연 무엇인지, 그렇다면 왜 지켜야하고, 왜 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지. 과거 독일의 나치가 '품위'를 강조하며 유대인을 학살한 이야기부터 인터넷 사회가 시작되면서 공동체에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이야기 하며 풀어나간다. 저자 자신도 품위가 없다며 얘기하고 있어, 강한 어조로 독자들에게 품위를 지켜라고 강요하는 책이 아니라 읽는 동안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뭔가를 강조하기 보다는 다시 한 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돌아볼 시간을 주는 책이었다.
과거 예가 중요한 가치가 되었던 시절에는 사회적으로 지켜야할 예절이 있었다. 법치국가가 성립하고 대부분의 사회질서가 법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조금씩 예는 뒤로 밀려났다. 근래까지는 법이 커다란 생활의 줄기를 잡고, 나머지는 예가 보완을 해주며 지내온 듯 하다. 하지만 요즘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법이 따라가지 못할 뿐더러, 뒤로 밀려나있던 예는 잊혀져 버린 듯 하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에 거리낌 없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아슬아슬 줄타기 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된 듯하다. 초연결시대에 접어들어 많은 문화가 뒤섞이고 있고, 수 많은 가치관이 혼합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 적절한 시기에 법으로 모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국회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도 불가능 할 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고리타분하다며 뒷 전으로 미뤄 둔 품위가 아닐까. 혹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삶을 살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공동체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단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으로는 우리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부족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거창한 것이 아닌 생활속에서 실천 할 수 있는 그런 품위가 필요하고, 강조되어야 할 시대인 듯 하다. 이 책을 널리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