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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생 ㅣ 새움 세계문학
기 드 모파상 지음, 백선희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 『어느 인생』 은 당연한 말이지만, 기 드 모파상의 신간이 아니다. 기존 우리나라에서는 『여자의 일생』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다고 한다. 잘못됐던 제목을 바로잡고 이번에 새로 출간된 책이다. 원어 제목은 UNE VIE 프랑스어다. 나는 프랑스어를 잘 모른다. 다만 지인에게 물어보니 프랑스어로 '인생'이라는 단어가 여성명사로만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 번역이 될 때 여자의 일생이라고 번역이 됐을까?
『어느 인생』 의 저자 모파상은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는 고전 작가라고 한다. 생텍쥐페리, 알베르 카뮈, 빅토르 위고 등이 뒤를 잇는다고 하니 (나는 잘 몰랐던 작가지만) 대단한가 보다. 책의 주인공은 기존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여자다. 모파상은 19세기의 한 여성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인생을 이야기하려 했다.
이 작품을 통해 모파상이 말하려는 건,
'보라, 이 여자의 일생을'이라기보다는,
'보라, 이것이 인생이다'인 셈이다.
책은 주인공 잔느가 수녀원에서 돌아온 날부터 시작된다. 수녀원에서 돌아와 자신의 성을 갖고 이제 성인으로의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처음 만난 잔느는 밝고 희망 가득 찬 소녀로 보였다. 몇 년간의 수도원 생활 때문에 더 자유에대한 갈망이 컸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성에서 마주하는 자유에 흠뻑 취한 잔느는 앞으로의 앞날을 아주 밝게 그린다. 그리고 그 나이의 누구나 상상하는 운명같은 사랑을 찾으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쥘리앵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조금 성급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사랑을 원하는 잔느와 마침 눈 앞에 짠하고 나타난 쥘리앵, 그리고 잔느의 부모님도 딸을 곁에 둘 수 있겠다는 생각에 둘은 서둘러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쥘리앵은 잔느가 생각했던 그런 운명적 사랑이 아니었다.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진행된 결혼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잔느는 자신이 생각하던 쥘리앵의 모습을 찾을 수 없어 절망에 빠진다. 상상과 다른 결혼생활,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쥘리앵은 바람을 핀다. 이런 이야기가 늘 그렇듯 그 상대는 잔느와 자매와 다름없이 지내는 하녀 로잘리. 게다가 평소 친하게 지냈던 백작 부인과도 내연관계임을 알게된다. 쥘리앵에게서 마음이 완전히 떠난 잔느는 점점 아들 폴에게만 애정을 쏟으며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잔느의 삶은 급속도로 무너진다. 쥘리앵에게서 받은 상처를 아들 폴에게 치유받으려던 잔느는 폴의 사업 실패로 가세까지 기울게 된다. 결국 잔느는 자신의 성까지 팔아치우게 되는데, 이쯤에선 '이게 인생' 이라니 너무 하잖아 싶은 마음도 들었다. 아들에 의해 집안이 무너졌지만, 잔느는 아들에 대한 맹목적이고 무한한 사랑은 어머니의 모성애를 너무도 깊이 보여줘서 마음이 더 아렸다. 그렇게 밝고 찬란했던 잔느가 마지막에 그렇게 무너졌음에도 폴의 아이를 보며 기쁨에 겨워하는 모습. 그 마지막 모습에 하녀 로잘리가 마지막 말을 남긴다.
보시다시피 인생은 우리가 믿는 것처럼
결코 그리 좋지도 그리 나쁘지도 않답니다.
이 책이 당시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책 속 내용에는 이해할 수 없는 관습과, 종교의 문제들도 많이 담겨있었다. 그런 것들이 지금에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 인생에 산재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하며 내던지는 내 인생이 사실은 어떻게 되버릴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 하는 인생은 어떤 인생이 되어야 하는지 한 번 쯤 생각을 해보게도 했다.
어려운 도전을 하는 내게 아빠는 너무 힘든일에 뛰어들지 않았으면 하셨다. 인생 별거 없다고, 너무 어렵게 대단한일 하며 살려 하지 말고 쉽게 사는 것도 좋다고 하셨다. 당시엔 응원보다 만류를 하는 아빠에게 서운함이 더 컸지만, 차츰 해가 넘어가면서 조금씩 아빠의 말을 이해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