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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
제이미 커츠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여행' 이라는 단어는 항상 설렘을 준다. 여행을 가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 부터, 함께 갈 사람을 찾고,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에 대해 알아보고, 일정을 짜는 것 부터 시작해서 실제 그곳에 가서 그곳을 즐기는 것. 그리고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며 그곳을 다시 회상하는 것 까지 모든 순간이 즐겁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났다는 것 만으로 커다란 재미를 안겨주는것이 여행인 듯하다.
이 책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은 여행에 빠져있는 심리학자가 쓴 책이다. 행동과학을 연구하는 이 심리학자는 여행을 하는 과정도 심리학적으로 풀이해냈다. 사실 그저 즐겁기만 한 여행이 되면 좋지만, 여행에는 무수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처음 가는 곳이기 때문에 그곳의 문화, 환경뿐만 아니라 함께 가는 이와의 관계에 있어서 까지. 행복해야할 여행이 지옥으로 바뀔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이러한 위험을 어떻게 하면 미연에 조금 방지 할 수 있는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여행일지를 찾아서 위험을 재우고 좀 더 행복한 여행을 하는 방법에 대해 쓴 글이다.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우리가 가는 곳에 대해 조금 배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에 관한 몇 가지 근본적이고 놀라운 진실들, 심리학에 의해 밝혀진 진실들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문 20p)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하듯, 이 책은 여행을 하는 어떤 팁이 담겨있기 보다는 여행에 앞서 나를 좀 더 깊게 이해해보고자 하는 심리학 서적이다. 도구를 여행으로 가졌을 뿐, 초점은 '나'에게 맞춰져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좀 더 깊이 나를 이해하는데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책이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사실 이게 가장 어렵다.),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여행을 계획해야 좀 더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여행사에서 다양한 패키지 여행들을 준비하지만, 그 패키지 여행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가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는 그 곳의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도 내가 나를 잘 안다면, 좀 더 나에게 맞는 패키지여행을 찾아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 '길을 잃는 방법'이었다. 사실 스마트폰이 보급화 되면서 일상에서는 물론이고 여행에서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전 세계 지도는 골목까지 확대되어 내 손안에 들어있고, 어떤 상점도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며 우리는 선택을 한다. 이러한 것이 주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분명 많다. 모두가 좋다고 하는 것은 볼 수 있겠지만, 나만이 좋다고 생각하는 그 무엇은 이제 찾을 확률이 줄어든 것이다. 나는 안가본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모르는 길을 종종 찾아간다. 이 골목으로 들어가서 보이는 풍경과 저 골목을 들어가서 보이는 풍경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생활을 하는 곳에서는 매일매일이 기회가 되기 때문에 모든 길을 다 갈 수 있지만, 여행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있는 네비게이션을 따르게되고, 대부분의 여행자가 가는 길을 나도 가게 되는거다. 그러면 모두가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고, 나만의 길, 나만의 여행지는 없다. 뭐가 좋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겠지만, 나는 길을 잃어버리는 쪽이 더 즐거울 것 같다.
그리고 공감이 갔던 부분이 '깊게 음미 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과 '여행지에서의 사진을 찍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역시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여행지에서도 SNS에 접속이 되다 보니, 여행지를 깊게 음미하기 보다는 이 곳의 순간을 SNS에 올리고 알리는데 급급한 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또 사진의 부분에서도 디지털카메라로 (혹은 스마트폰) 무한정 사진을 찍을 수 있다보니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것에만 열중한 나머지 기억에 잘 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를 조금 방지하기 위해선 사진 컷 수를 제한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좀 더 심사숙고해서 장면을 고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장면을 자신의 기억속에 더 담을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를 실천하기는 힘들것 같긴하다.
책에서 말하는 여행은 해외여행이었지만, 사실 일상을 여행하듯 지낼 수 있으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잠깐 언급했지만, 평소에 다니지 않던 길로 들어서면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재밌는 경험을 하곤 한다. '우리동네에 이런 것이 있었네' 싶기도 하고 '여기가 이렇게 바뀌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면 일상에서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 종종 하던 것인데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모르는 동네에 내려서 그 동네를 둘러보는 것도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좋은 풍경이나 아주 새로운 경험은 아니지만.
여행은 사실 돈과 시간이 많이 투자가 되는 일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닌만큼 그 기회를 소중히 이용해야한다. 이 책은 그런 소중한 기회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책이다. 사실 여행을 이야기해서 가벼울 줄 알았지만, 가볍지 않고 심리를 분석해가며 이야기 해둔 책이라 깊이 읽어야 했다. 앞으로는 내 여행을 만들어 감에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하며 조금 더 신중하게 여행을 계획해야겠다. 그래서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