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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철학에는 알 수 없는 벽이 있었다. 한 번쯤 철학에 대해 공부하고 싶으면서도, 왠지 모를 '어려운 것'이라는 벽이 세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은 꼭 한 번 공부하고 싶은 분야다. 30년간 살아왔음에도 아직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보지만 결론에 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지난 오랜 시간동안 여러 철학자들도 고민 했음을 알기에, 철학은 항상 공부해 보고 싶었던 분야였다.
우선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라는 책은 철학에 일자무식한 내가 쉽게 철학을 맛볼 수 있는 책이었다. 얇다면 얇은 책에 50가지의 철학이 담겨 있다. 50명의 철학자가 등장하고, 50가지 다른 철학적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 권의 단행본에 50여가지의 철학 이야기가 담겨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나처럼 철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좋은 입문서가 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철학을 우리의 '삶'에 직접 끌어들여와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론에 분량을 꽤 할애하면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왜 철학공부에 실패하는지, 그렇다면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은 어떻게 책을 썼는지 장황하게 얘기한다. 사실 좀 자랑하는 듯한 서론부분이 마뜩잖은 부분도 있었지만, 책을 다 읽고 돌아보니 구구절절 설명했던 것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철학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쉽게 그리고 독자들의 피부에 와닿도록 쓰려고 노력했으리라. 50가지 철학이야기를 읽어나갈 수록 그 수고는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으로 와닿았다. 적절한 실험, 사회 현상, 사람의 심리 등으로 어쩜 그렇게 잘 설명해 놓은 것인지. 그것이 원래 그 철학을 설명하는데 흔히 쓰이는 실험이나 현상이더라도 말이다.
저자는 사람/조직/사회/사고 의 네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철학을 이야기 한다. 현대사회에 빗대기도 하고,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비추어 보기도 한다. 책 제목에서부터 철학이 삶의 '무기'가 되는 것을 말하듯이, 비즈니스에서 어떻게 철학적 사고로 업무를 증진 시킬 수 있을지, 우리의 현대 사회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봐야 할지도 이야기 한다. 50가지의 철학에서 몇몇은 바로 실생활에 적용시켜 생각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핵심을 정리해 두었다. 이것이 이 책의 무기가 아닐까.
다만, 한 권의 책에 50가지의 철학이야기를 담다보니, 내용이 그렇게 깊지는 못한 듯 했다. 어찌해서 철학자가 이러한 이론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런 이론을 세움에 있어서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러한 철학적 사유를 함에 있어 주의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어떤 고민을 해야할지. 하는 여러가지의 것들은 함께 실리지 못했다. 그저 작가가 요약정리해 둔 철학자를, 그들의 이론을 단편적으로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아쉬웠다. 좀 더 깊은 사유를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철학을 하나도 모르는 독자가 접하기 좋은 책임은 분명하다. 담겨있는 이야기가 몇몇의 철학자에 국한 되는 것도 아니며, 아주 폭 넓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여느 철학 입문서들 처럼 시간의 흐림에 따른 것도 아니어서 지겹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대부분이 무너진다고 한다.) 철학에 관심이 있었으나 쉽사리 시작하지 못했다면, 이 책을 통해 철학의 맛을 보는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