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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바다 ㅣ 암실문고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평점 :
종교전쟁이 계속되는 1650년대 유럽 피 묻은 거리에서도 음악과 예술을 붙잡고 사는 이들, 키냐르는 류트와 비올라가 사라지는 세월 동안 그들의 인생사와 당대 음악사를 열두 폭 병풍처럼 펼쳐낸다.
중심은 튈린과 하튼의 사랑. 떠나는 이는 남자가 아닌 여자다. 노작가가 아름답다, 아름답다를 연발하는 바다의 여인 튈린. 아름다운 목소리는 숨기고 비올라를 켜는, 길고 하얗고 머리는 새를 닮은 선장의 딸, 아무래도 반인반조 님프 세이렌이 모델인가. 그러니 어찌 하튼 옆에 머물 수 있을까.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어떤 작은 틈에서 금이 가기 시작하는지, 그 실체를 깨닫게 하는 세심하게 포착한 대목들이 아름답다.
이곳에도 아쟁을 켜고 거문고를 뜯는 악공들과 은둔의 명인들이 넘쳤을텐데... 키냐르가 없는 것인가."진정한 사랑은 우리가 꾸는 꿈으로 상대를 길들이는 일이 아니다. 그 꿈들은 우리 각자가 홀로 경험한 것의 유령일 뿐이며, 따라서 오직 우리 자신하고만 관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_ P.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