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영혜.....

몸에 가해지는 물리적 학대만이 학대가 아니다.

배려 없는 섹스,
애정없는 시선,
책임은 없고 의무만 남은 결혼생활,
이기적인 무관심.....
조용함을 넘어선 적막도 때론 학대가 될 수 있다.

외부로부터의 학대를 내 안으로 끌고 들어와
자기가 자신을 학대함으로써
타인의 학대를 벗어버리려 했던 영혜의 선택이
몸서리쳐지도록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내가 그녀를 이해해서일까? 아니면,
그런 선택을 한 그녀의 덤덤한 아우라에 대한 동경일까?

어찌보면 답답하리만치 모든 걸 감내하는 인혜보다
훌훌 다 벗어버리고 모든 걸 놓아버린 영혜가
더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책 읽는 내내
설컹한 생고기가 씹히듯
입안이 비릿하다.

열손가락을 쫙 펴 하늘에 비춰본다.
나도 이 손을 바닥에 짚고 다리를 들어올리면
열 손가락 마디마디 실뿌리가 내려와 얽히고 섥혀
단단히 선 나무가 될 수 있을까?
기괴함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한 영혜의 자학이
사타구니 가득 붉은 꽃을 가득 피운 나무로 되살아난다.
초월하듯......
해탈하듯.....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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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내가 물구나무서 있는데, 내 몸에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 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응,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p.156-

▶️ ....... 왜, 죽으면 안되는 거야?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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