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개정판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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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밥상>을 필두로 한 "밥상"시리즈 읽기. ^^
ㅋㅋㅋ

물론 이 책들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
그저 제목에 "밥상"이 공통적으로 들어간다는 것 뿐.....


<왕의 밥상>을 빌리며 전부터 목록에 넣어놓았던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와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도 함께 빌렸다. 
나의 책읽는 속도로는 3주에 책 3권은 당연히 무리이나 
왠걸~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3일만에 뚝딱 읽을만큼 <내 밥상위의...> 는 
쉽고도 재밌다. 

산전수전 다 겪은 거문도 출신 작가의 글은
그가 소개한 바닷것들처럼 싱싱하고도 차지다. 

비린 것을 싫어하는 나지만,
해삼의 식감과 미더덕의 향, 
광어회의 쫄깃함과 삼치구이의 넉넉함,
홍합의 찐한 맛과 새우의 달착지근함,
게의 부드러움과 미역의 미끈함은 정말 좋아한다. 

읽는 내내 소개하는 물고기, 조개, 해조류가
머릿속을 헤엄치다 혀끝에서 박차올라
입안 가득 파도처럼 침이 고였다 사라진다. 

섬은
사람 살기엔 외로울지 몰라도
입은 하나 외롭지 않겠구나 싶다. 


"몇 달 전,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들 부부는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아들이 마당에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중략...) 아이 말대로 하자면, 학교에서 돌아오니 좆나게 큰 문어가 길에 올라와 있던 것이다. 앞뒤 볼 것 없이 책가방 벗어 던지고는 달려들었다. 둘은 뒤엉켰다. 문어는 아이를 끌고 물속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이를 악물곡 마당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니 서로 조르고 물어뜯고 패대기치는 전투를 한동안 치렀던 것이다.
<잘했다. 잘했어.>
크기가 크기인지라 부부는 말려서 팔 생각이었다. 그 말을 들은 아이가 기특한 소리를 했다.
<아부지하거 어무니하고 잡수라고 내가 목숨 걸고 잡았으니께 팔지 말고 잡수시오.>
그러니 어떻게 팔겠는가. 워낙 커서 하루에 다리 하나씩, 몸통은 마지막날, 이렇게 9일간 훌륭한 몸보신을 했으며 자기의 기운은 거기에서 나온단다. 문어가 대표적인 보양식이긴 하지만 그런 마음을 얻는다면 어떤 힘인들 안 나올까.
그 때부터 우리는 힘을 쓰지 않았다. 왜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느냐고 사장이 채근하면 아들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 p.66~67-


"밤낚시의 묘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들 돌아올 때 찾아가는 역행의 맛이 있고 모든 소음을 쓸어낸 적막의 맛도 있다. 넓은 바닷가에서 홀로 불 밝히는 맛도 있고 당빛을 머플러처럼 걸치고 터우빈 마을길 걸어 돌아가는 맛도 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회 떠놓고 한 잔 하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밤에 하는 짓이 몇가지 되는데 가장 훌륭한 게 이 짓이다." - p.100~101-


- p.112~113 "확률에 대해서 생각하다"


"고둥 - 철수와 영희의 소꿉놀이 같은 맛"
- p.203-


"무료함을 본격적으로 맛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사람이 쓰는 물건은, 주인이 손을 떼면 그 자세 그대로 한정 없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그 때였다."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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