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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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호박군을 재우며 함께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다 동 틀 때인가 싶어 화들짝 깨면 으례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 
3시간 남짓의 잠이 꿀잠이었나보다. 

깬김에 읽다 만 책을 마저 읽었다. 
자기를 "여행생활자"라 명명하는 유성용이란 사람의 "다방기행문"이다. 
작은 스쿠터를 타고 우리 나라 곳곳을 다니다 만난 오래된 다방들의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다방 이야기가 주이지만,
온전한 기행문이라 하기엔 뭔가 감상적이고, 에세이라 하기엔 뭔가 서술적인...

나는 군더기가 많이 붙은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화려한 비유와 자기만이 아는 은유가 많은 글도 별로다. 
어려운 말로 휘휘 돌린 글도 읽기엔 거북스럽다. 
그냥 딱 떨어지게 설명하고, 장식 다 떼고 포인트 은유나 비유 하나 있는
그런 글이 좋다. 
다 취향 차이겠지만....
이 책은 나의 취향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어느 부분은 거북스러웠고, 어느 부분은 한없이 공감이 갔다.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나는 뭔가 오래된 다방을 찾아다니는 여행기가 흥미로웠고, 재밌을 것 같았다. 
내가 생각했던 다방기행이 아니어서 조금은 실망했지만,
보는 내내 작은 스쿠터에 화구 몇 개 챙겨 싣고 여기저기 떠도는 나를 상상하며 조금은 설레었다. 
우리 사는 이곳에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 남기고픈 맘이 굴뚝처럼 솟았다. 





"아무래도 인간은 `나`로 태어나서 평생토록 `나` 아닌 다른 것이기를 꿈꾸지만 끝내 `나`로 죽는 우스꽝스러운 존재다"
- 95p-


"진정으로 사귄다는 것은 혼자 느낄 고독감을 둘이서 하는 일. 세상에서 혼자 외롭다가 둘이서 외로운 일. "
- 208p -



"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우리를 배신하고 얼마나 적은 것들이 우리를 감싸주는가. 그는 한번도 죽어보지 않은 나에게 따뜻한 느낌을 말해주었다. 죽었다 살아난 어떤 사람들은 돌연 행복전도사로 돌변하기도 하던데, H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그들은 어쩌면 제대로 죽었던 사람이 아닌 것만 같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 어찌 다시 세상의 가치들을 그토록 열변할 수 있단 말인가. 세상을 과하게 긍정하는 것, 그것도 참 불편한 일이다. "
-2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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