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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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을 읽었습니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내가 벌레가 되어있더라는 이야기 말입니다(이런 소설은 20대에 읽어줘야 하는데).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된 이 소설을 부조리 문학의 대표작이라고 합니다. 

 무엇이 부조리하다는 것일까. 갑자기 벌레가 된 것? 벌레가 된 것을 하나의 은유라고 본다면 사실 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 사고나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됩니다. 심장혈관이 막히거나 암선고를 받아 죽음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치매나 정신병으로 기존의 인격으로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인간이 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쉽게 보고 듣는 일들을 부조리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무엇이 부조리일까요? 제 생각에는 견고해 보이던 일상이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것, 그것이 부조리인 것 같습니다. 갑작스런 불운에 이전의 삶이 망가지고 계획하던 미래가 허망하게 없어지는 것 말입니다.  

 주인공인 그레고르와 그의 가족은 결국 깨어진 일상을 다시 수습하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벌레가 된 그레고르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그레고르도 인간으로써 남아 있는 지성을 이용해 가족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시도하지도 않습니다. 아니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문을 제기하지도 않고 살아남으려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벌레 그레고르는 가족의 냉대속에 죽고 맙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상상을 하나 해봅니다. 가족들은 벌레를 써커스에서 구경시켜서 큰 돈을 벌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변신을 이룩한 그레고르를 초월적 존재로 광고하고 사교집단이라도 하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언제 어느 때 어떤 치명적인 불운을 겪을 지 알 수 없지만 결국 그 후의 삶은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적응하고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벌레 그레고르와 가족은 변화에 긍정적으로 적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황당하고 재미난 소설을 읽고  이렇게 식상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 나는 역시 아저씨 다되었군 하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한편 진리는 진리니까 라고 위안해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일상이 이렇게 취약하다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도대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보험? 복지제도? 공적부조? 갖가지 생각이 떠오르는데 이는 너무나 재미없는 이야기들인지라 이제 그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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