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사과하라 - 정재승 + 김호, 신경과학에서 경영학까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신뢰 커뮤니케이션
김호.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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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 이후로 공교롭게도 우리는 매일유업 대표의 동영상 사과, MB의 동남권 신공항 사과, 신라호텔 한복 출입금지 관련 이부진 사장의 방문 사과를 보았다. 관련된 논란이 완전히 잠재워진 것은  아니지만 책임있는 자의 사과를 통해서 핵심이 아닌 부차적인 일로 불씨에 기름을 붓는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관련 전문가들도 이 사과들은 그 효과와는 상관없이 비교적 적절한 사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이런 사과들의 등장이 과연 이 책의 출간과 무관한 걸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21세기의 여러 변화와 함께 대두되는 사과의 중요성과  효능, 올바른 사과의 방법, 훌륭한 사과와 짜증나는 사과를 총 망라하여 알아 볼 수 있다. 이 책은 올바른 사과법을 명료하게 제시한 것 만으로도 읽을만하다. 하지만 독자로서의 희열은 딴 곳에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적당히 사과하고 넘어가고자 했던 많은 사건과 그 작자들의 면모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왜 그 사과들을 듣고 짜증이 났는지를 명쾌하게 이해 할 수 있다. 주요한 엉터리 사과들을 하나 하나 까 뒤집어서 무엇이 미운 털이었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작자들이란 우리와 같이 숨쉬고 밥먹고 있는 우리의 정치계, 재계, 정부 지도자와 연예계 스타들 및 얄미운 이웃나라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 나는 올바른 사과법을 알게 되었구나,  나도 올바른 사과를 하면서 살아야지, 나쁘게 사과한 그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야' 하고 책을 덮는 독자는 지나치게 순진하다. 첫째, 우리는 앞으로 이 책에서 배운 지식으로 적당하게 사과 아닌 사과로 넘어가려는 작자들을 통렬히 박살내 줄 수 있다. 서두의 3가지 사과 사례는 이미 눈치빠른 작자들이 적당히 사과하고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것 아니겠는가. 둘째로,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역으로 적당히 사과하는 법도 체계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쿨하게 사과하는 법'이란 결국  '짜증나게 사과하는 법'이 무언지 알려주는 것이다. 착한 사람들에게는 살다보면 사과는 해야 할 것 같지만 솔직히 그러고 싶지않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긴다. 이럴 때 적절히 써먹을 수 있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진심은 없어도 이 책에서 제시된 요건들을 갖추어서 쿨하게 사과할 수 있다. 결국 진심이란 것은 내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미있었다는 소감과 올바른 사과법 정도 메모해두는 것으로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권한다. 이 책을 어떻게 악용할 것인가의 관점으로 한번 더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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