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담백한 이야기, '한국이 싫어서'

[전자책] 한국이 싫어서 ㅣ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6월

살다 보면, 아 이놈의 나라가 나한테 해 준 게 뭐가 있나! 아 진짜 한국을 뜨고 말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지요.. 요즘같이 사건사고가 잦고, 또 그에 대한 국가의 대처가 실망스럽게 느껴질 때는.. 더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을 보았을 때, 그래 이거야! 하면서 집어들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메시지를 기대한 것이 아니라, 그냥 열심히 공감하고 싶어서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은 많은 부분을 제목에 빚지고 있는데, 무척 재미있으면서도 제목값을 잘하고 있는, 괜찮은 작품입니다.

소설은 젊고, 솔직담백합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금융권 회사에 취직하여 일을 하다가 호주로 이민을 결심하게 된 이십대 여자가 주인공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반말투로 솔직하게 술회하는 스타일의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아저씨임에도, 이십대 여성의 심리라거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반말투 안에 잘 녹여내고 있어서 감탄스러웠습니다. 잘난 척 어려운 척 나서지 않는 문체도 참 좋았고요..

한번쯤 스치듯이 해 봤을 생각들을 구체화한 부분들에서는 작가의 센스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내가 지금 “한국 사람들을 죽이자. 대사관에 불을 지르자.”고 선동하는 게 아니잖아? 무슨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태극기 한 장 태우지 않아. 미국이 싫다는 미국 사람이나 일본이 부끄럽다는 일본 사람한테는 ‘개념 있다’며 고개 끄덕일 사람 꽤 되지 않나?
-알라딘 eBook <한국이 싫어서 - 오늘의 젊은 작가 07> (장강명) 중에서

읽으면서 내내 그래, 한국은 그런 나라야.. 한국인은 그렇지.. 그래그래.. 나도 저런 결단을 내렸어야 하나? 그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주인공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들은 그저 한국이 싫어서, 라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가두고 있는 이 틀이 싫어서, 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주 낯선 환경에서, 모든 것을 리셋하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 구축한 일상들이 다시 틀로 다가오게 되지는 않을까요? 주인공이 말하는 행복이라는 것이, 과연 그런 잣대로 측정해서 비교될 수 있는 것일까요?

한국이 싫다면서 주인공 계나는, 거기에 아직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우리 모두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작품도 재밌고 좋았지만, 덧붙은 해설 또한 작품에 대해 더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어서 보기 드문 좋은 짝이 되어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참조한 자료라거나 따온 내용들을 꼼꼼히 짚어 주어서, 그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연 요즘 화제인 신작가의 일이 떠오르더군요..

문학은 아름다움만 추구하고 이야기하는 고상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발붙이고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넬레 노이하우스판 성장 소설의 탈을 쓴 통속극

[전자책] 여름을 삼킨 소녀 [할인] ㅣ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넬레 노이하우스는 대단한 이야기꾼입니다. 그녀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타우누스 시리즈가 아닌 다른 작품을 읽어 보니 더욱 확실하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작품은 일단 굉장히 술술 읽힙니다. 인물도 생동감이 있고요.

'여름을 삼킨 소녀'는 굳이 분류해 보자면 성장 소설이지만, 로맨스 소설의 느낌이 많이 나는 작품이에요. 중간중간 낯이 확 뜨거워지는 묘사들이 등장하고, 주인공 셰리든과 관련하여 성적인 사건들이 꽤 일어납니다. 이야기의 가장 밑바닥에는 셰리든의 출생의 비밀?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사랑과 관련되어 있죠. 셰리든은 이 사랑 때문에 행복하기도, 쾌락을 느끼기도,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아름다움과 매력이 도무지 숨겨지지 않는 십대의 여자아이, 그녀의 곁을 맴도는 수많은 남자들, 금지된 사랑 그리고 출생의 비밀.
통속극이 갖추고 있는 너무도 당연한 조건들인가요?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지만 그렇지 않은 듯, 이 이야기는 끝없이 사건을 팡팡 터뜨리면서 진행됩니다. 딱히 깊이는 없지만, 눈을 뗄 수가 없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그렇게 사건이 마구마구 진행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이야기가 너무 급하게 끝나 버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금지된 사랑에 그렇게 고민했으면서, 출생의 비밀을 다 폭로했으면서, 자신의 꿈을 위해 나아가고 싶어 했으면서..? 왜 그렇게 한 순간 결말을 맺으려는 걸까요? 열린 결말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저는 뭔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공이 고통받는 걸 한참 보여줬다면, 주인공을 괴롭힌 사람이 벌 받는 것도 좀 더 보여줘야지! 이런 심정이었달까요...
주인공에게만 모든 포커스가 맞추어져서, 결말도 너무 주인공 위주로만 치달은 것도 약간 아쉬운 지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후속격의 작품을 탈고했다고 하더라고요.. 작가 본인도 그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거겠죠?

철부지 소녀가 두 계절이 흘러갈 동안 치열하게 겪어 냈던 사랑과 꿈, 그리고 자아 찾기를 매우 통속적으로 그려 낸, 흡입력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확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셜록 홈즈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ㅣ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 좋은 기회에 서평단에 당첨되어 미리 읽어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앤터니 호로비츠의 "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을 읽었습니다.

코난 도일 재단이 공인한 홈즈 시리즈다웠다고 해야 할까요..

코난 도일이 환생해서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셜록 홈즈와 왓슨에 대한 묘사에 감탄을 하면서 읽었더랬습니다.

거기다 사건이 좀 더 다이내믹, 스펙타클해진 것은 덤이라고 할까요..

이번에는 셜록 홈즈의 영원한 숙적 모리어티 교수와의 라이헨바흐 폭포 사건 이후, 셜록 홈즈가 귀환하기 전 그 공백기를 배경으로 하는 '모리어티의 죽음'입니다.

모리어티는 사실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번 등장만으로, 그는 이미 셜록 홈즈의 숙적이자 범죄의 제왕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요.

'마지막 사건'에서, 셜록 홈즈는 모리어티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왓슨, 그자는 범죄 세계의 나폴레옹일세. 이 대도시에서 벌어진 악행의 절반, 그리고 발각되지 않은 범죄의 거의 전부는 그에게 책임이 있네. 그는 천재이고 철학자이며 추상적 사고의 대가일세. 그리고 일급의 두뇌를 가지고 있지. 그는 거미줄 한가운데 있는 거미처럼 꼼짝 않고 엎드려 있다네.....

그런 그가 셜록 홈즈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격투 끝에 함께 추락하고, 사망하게 되지요. 우리가 알던 기존의 홈즈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셜록 홈즈가 귀환하지요.

‘모리어티의 죽음’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모리어티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라이헨바흐 폭포에 찾아온 런던 경시청의 존스 형사와 미국 핑커턴 탐정회사에서 파견된 체이스는, 모리어티의 양복 안감에서 쪽지 하나를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거대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를 잡기 위해 함께 수사를 시작하지요.

그들이 쫓는 클레런스 데버루는 미국의 무자비한 범죄 우두머리입니다. 미국의 범죄 조직을 섭렵하고, 이번에는 영국으로 진출하여 모리어티와 손을 잡고 범죄 조직들을 접수할 계획이지요. 하지만 모리어티는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이미 죽었으니, 그를 찾을 길이 요원해졌지요. 존스와 체이스는 논의 끝에 모리어티가 죽지 않은 것으로 거짓 기사를 내고, 모리어티 행세를 하면서 데버루를 찾기 위한 추적에 나섭니다..

사실, 셜록 홈즈가 등장하지 않는 셜록 홈즈 시리즈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아쉬움을 상쇄시켜 주기 위함일까요? 뒤에 셜록 홈즈가 나오는 단편이 한 편 있습니다. 가벼우면서도 기발한 반전이 있어서, 역시 코난 도일의 스타일을 완전히 소화해 낸 호로비츠의 솜씨에 감탄하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는 존스 형사와 체이스 콤비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예전의 몇 사건에서 홈즈에게 굴욕을 당하고 홈즈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존스 형사의 모습도 재미있게 느껴졌고요.. ‘주홍색 연구’의 일부분을 따와서 암호문을 만든 부분도 무척 기발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작품도 역시나 속도감이 일품입니다. 존스와 체이스라는 캐릭터를 각각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고, 콤비의 느낌이 홈즈와 왓슨에 비해서는 덜 매력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자체가 흥미롭고 쉴틈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언급되는 홈즈 에피소드라거나, 홈즈 시리즈에 등장했던 범죄자의 면면들도 셜로키언의 잔재미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반전이 일품입니다. 중간에 눈치 채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네요...^^;

제가 이런 스타일의 트릭을 잘 눈치 채지 못하는 편인 거 같아요.. ㅎㅎㅎ

올 여름에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시리즈가 또 나오면 좋겠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셜록 홈즈 단편들을 더 좋아해서, 다음 권은 단편 모음이면 어떨까..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비뚤어진 욕망이 부른 비극을 담은 타우누스 새 작품

산 자와 죽은 자 ㅣ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드디어 기다리던 타우누스 시리즈가 나왔네요~
운 좋게 77인 리뷰단에 선정되어서 조금 먼저 읽을 수 있었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는 사건의 긴박감이나 담고 있는 가볍지 않은 메시지들도 좋지만,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생활인'의 모습이 사건과 잘 어우러지고 있어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계속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다음 권이 더 궁금해지는 그런 시리즈입니다.
피아와 보덴슈타인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여 주고 있어서 굉장히 생생해요~
마치 시즌제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ㅎㅎ

이번 이야기는 피아와 크리스토프가 비밀 결혼을 하고 함께 여행을 가려고 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살인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피아는 여행을 포기합니다. 크리스토프는 그런 피아의 마음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혼자 떠나지요~
처음에 그저 묻지마 살인이라고 생각했었던 살인 사건은, 살인자가 부고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점점 철저하게 계획된 살인으로 밝혀집니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살인자의 내레이션이 삽입되어서, 독자들은 이미 살인자가 살인을 계획했음을 알 수 있죠.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이 계획적 연쇄 살인에는 잔인한 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 관련자들은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연쇄 살인 사건들을 파헤치다 보면, 씁쓸한 현실이나 사람들의 비뚤어진 욕망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고 있는 주제도 결코 가볍지 않죠.
환경보호라거나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 발전소 개발 등.. 그 안에서 어떤 비리들이 드러나기도 하고요~
'산 자와 죽은 자'에서는 장기 기증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고귀한 행위인 장기 기증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납니다.. 진실이 밝혀질수록 부와 명예를 위해서 어떤 희생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아집으로 똘똘 뭉친 비뚤어진 인간의 모습이 느껴져서 참 씁쓸했습니다...

 

이번 소설도 속도감과 몰입감이 뛰어났습니다. 거기다 이번 사건에 투입된 프로파일러 네프의 밉상짓과 피아의 동생 킴의 비밀스런 연애도 흥미로웠어요. 늘 그렇지만 보덴슈타인과 피아의 인간적인 이야기들도 흥미롭구요~ 이제 두 인물과 강력반 식구들, 주변 인물들에 너무 정이 가서 이 이야기가 쭉쭉 계속 되면 좋겠어요~ 마지막 장을 덮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였어요.
그래서 벌써 다음 권이 기다려지는 타우누스 시리즈였습니다.

누구에게나 강추!

덧. 순서대로 읽으시면 더 재밌을 거예요~ 이번 작품은 중간중간에 예전 사건에 대해 짧게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어쩌면 스포가 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2015년의 독서 리스트

올해도 부지런히 읽자^^

총 9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전자책] 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12월
9,100원 → 9,100원(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6년 01월 06일에 저장

판매중지

2015년 12월 31일 자정 직전에 아사카사의 신사 앞에서 새해를 기다리며 마저 읽은 책. 따뜻한 책. 레이먼드 카버가 떠올랐던 책.

매거진 B (Magazine B) Vol.36 : 나스 (Nars)- 국문판 2015.5
JOH & Company (제이오에이치) 편집부 엮음 / B Media Company / 2015년 5월
13,000원 → 12,350원(5%할인) / 마일리지 260원(2%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5년 12월 28일에 저장

매거진 B (Magazine B) Vol.31 : 딥디크 (Diptyque)- 국문판 2014.11
B Media Company 지음 / B Media Company / 2014년 11월
13,000원 → 12,350원(5%할인) / 마일리지 390원(3% 적립)

2015년 12월 28일에 저장

품절

매거진 B (Magazine B) Vol.42 : 스타워즈 (Star Wars)- 국문판 2015.12
B Media Company 지음 / B Media Company / 2015년 12월
13,000원 → 12,350원(5%할인) / 마일리지 390원(3% 적립)

2015년 12월 28일에 저장

품절

총 9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