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ㅣ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cardigans를 들으며 읽었던 냉정과 열정사이. 어떤 것이 냉정이고 열정인지 모르겠다. 10년 동안 서로를 그리워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열정이 되고, 그 열정을 자제한 채 현재의 연인에게 충실한 척하는 것이 냉정이 된다는 것인가. 같은 마음과 약속을 10년 동안 간직한 남녀 각각의 시점이 펼쳐지는 두 권의 책. 특히 아오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한없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단지 간직하고 있는 기억 때문에 특별한 사건 없이도 일상이 슬픔이 될 수 있구나. 책을 덮고 나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는 간직하고 있는 기억 때문에 한 침대에서 자고 있을 누군가에게 미안해지는 날이 오겠지. 이전처럼 열정적으로 그리워 하진 못해도 '그립다'는 단어는 오랫동안 내 마음을 부유해서 그 사람은 내게 그리운 존재라고 사전처럼 정의되겠지.
누군에게나 자신의 연애나 사랑은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처럼, 이 책도 그렇고 그런 연애 이야기지만 아오이와 쥰세이에겐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랑은 아닌 이야기 정도의 가벼운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순간 만큼은 이탈리아의 낯선 까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기분에 사로잡힐 수 있다. 10년 후 특별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10년을 냉정과 열정사이의 감정에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날 것 같은 기분. 가볍지만 오랫만에 따뜻한 문체에 휩싸여 누군가를 기다려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