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령의 시간 ㅣ 교유서가 다시, 소설
김이정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9월
평점 :
#도서제공 #유령의시간 #김이정 #교유당 #교유서가 #싱긋 #교유서포터즈
“모든 작가에게 숙명처럼 주어진다는 단 한 편.” -전성태
2016년 제24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유령의 시간』 이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소설은 운 좋게 남북작가대회의 작가단으로 합류하게 된 ‘지형’이 평양의 고려호텔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를 고대하며 한 사내를 떠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내는 ‘이섭’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형의 아버지다.
이야기는 지형과 이섭을 번갈아 조명하면서 딸과 아버지의 시선을 차례로 보여준다. 소설이 중반부를 지나면서 한국전쟁 전후로 이섭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이 밝혀지게 되고, 격동하는 현대사 속 개인들이 겪어내야 했던 모진 폭력과 고난이 고스란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작품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로 책을 펼쳤다. 읽으면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의 말을 살펴보니 정말 그랬다.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더 잘 읽혔다.
기억과 기록, 흔적과 결과로 존재하는 아버지의 삶을 응시하고 더듬고 가늠해나가면서 완성해나간 느낌이 있었다. 또 존경, 사랑, 연민 같은 감정들이 단단하게, 그러나 티나지 않도록 얇게 이섭이라는 인물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소설의 말미에 왜 이섭에게 이런 일이 벌어져야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삶이 계속해서 던지는 질문과 같았다. 이섭이 잃거나 잃지 않은 자식들을 짊어지고 느껴야했을 삶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이런 소설을 읽었다. 이념 간의 갈등, 전쟁, 사회안전법 같은 이야기들. 나에게는 너무 아득하다가도 여전히 누군가의 삶에 뿌리박힌 이야기들. 사라지기엔 아쉬운 소설이었다. <다시, 소설> 시리즈의 시작으로 참 적절한 작품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