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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지음 / 창비 / 2026년 7월
평점 :
동물권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편이다. 대학교 때 수행평가로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도 작게 열어본 적이 있다. 종종 유기견/유기묘 관련 봉사를 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하는 편이다. 난각번호 1/2번을 사고, 모피를 사지 않고, 가능한 소/돼지고기도 좋은 환경에서 자란 고기를 사려고 한다. 개고기는 유구하게 싫었다. 딱 한 번의 접점은 초등학교 때 아빠가 데려간 보신탕집에서다. 아빠가 뭔지 속이고 몸에 좋은거라며 한 점 먹였던 것을 누린내가 나 뱉었던 기억이 있다. 뭐냐고 추궁하자 개고기라고 했고 나는 울면서 아빠를 때렸다. 그 이후로 아빠는 보신탕 집에 나를 데려가지 않았다.
개고기는 싫고, 옳지 않고,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진 채 살았을 뿐 그 심연에 대해서는 사실 아는 것을 두려워했다. 특히 개고기 도축에 대해서는 이전에 한 번 인터넷에서 슬쩍 지나가다가 보았는데, 그마저도 겁나서 자세히 보지 못하고 빠르게 지나쳤다. 심연 같았다. 알면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무언가같아서 회피했다.
이 책에는 그 심연이 아주 자세히 나온다. 읽으면서 좀 많이 힘들었다. 자꾸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래도 직면하려고 노력했다. 알고싶지 않았던 인간의 잔인한 본성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회피하지 않았던건 그 인간의 추악함과 다른 편에 서있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때문이다. 개를 비롯한 불쌍한 생명들을 사랑해서, 그들이 가장 대우받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현장에 기꺼이 갔던 그 사람들과 일종의 연대를 한다는 마음으로 읽었던 것 같다. 텍스트로 간접경험을 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그들은 어땠을까 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현장속에서 생명이 아닌 철저히 물건취급을 받는 개를 비롯한 동물들에게 첫번째로 드는 생각은 역시나 죄책감이다. 미안하다는 생각. 인간이 너무 욕심이 많고 못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라고 해서 떳떳하지 않다. 솔직히 나는 비건은 자신없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윤리적인 소비를 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동물들을 재료로 하는 거대한 의류, 식품, 각종 소비품 산업에서 자유로울 자신이 없다. 그 생각을 하면 사실 막막하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뭘 소비하고 뭘 소비하지 않아야 이런 현상을 멈출 수 있을까? 단순히 나비효과를 기대하면서, 나라도 보태는 게 정말 도움이 되나? 생각할수록 의문점이 남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산다.
개고기 관련해서는 더 맥이 빠지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인들은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지만, 사회에서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 중에 종종 개고기에 대해 '그럴수도 있지' 하거나 혹은 자기도 종종 먹는다는 사람도 본다. 무작정 논쟁으로 끌고가긴 애매하니 그냥 듣고있자면 그들의 논지는 대체로 '소나 돼지랑 뭐가 달라?'다. 거기다 대고 어디서부터 설명할까 하다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인데, 나름 해답을 얻었다. 5장의 '자격 없는 자의 응답' 장이 그 답이 되어주었다.
<5장 어떤 응답 / 자격 없는 자의 응답 중에서>
.동물을 인간의 영역으로 데려온 이들이 다름 아닌 우리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 동물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이야기하는 일, 그들에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질문하는 일이 오로지 우리의 의지에 따라 달려있다. 그런 의지를 발휘해야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동물의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장도 왜곡도 없이 동물은 우리의 삶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에게 의무를 지닌다. 우리에게는 같은 종의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 대한 책임도 있다.
....(중략)....
오늘날은 돈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소비할 수 있는 시대인 한편, 기술 혁신이 도덕적 진보를 가능케 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때로는 '무엇을 하는가?' 보다 '무엇을 하지 않는가?'가 한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설명한다. 비거니스트는 식물을 먹기 위해서가 이날 동물을 먹지 않기 위해 채식을 선택한다. 개 식용을 금지하려는 사람은 소,돼지,닭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또다른 동물을 그 시스템에 밀어넣지 않기 위해 반대 입장을 선택한다. 무엇이 정답인지 확신할 수 없을때도 우리는 더 가치 있고 지속 가능한 일을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르포르타주, 인터뷰, 에세이 등 모습을 바꿔가며 개를 비롯한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흐름에 맡기며 읽다보면 인간에 대한 분노와 동물에 대한 죄책감, 동물들을 위해 애써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부채감 등에 휩싸인다. 그러다 마지막에 마주하는 5장에서 위 문장들을 읽다보면 그래도 그 뒤죽박죽이었던 마음과 생각이 갈무리가 되면서, 앞으로 내가 이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갈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한 번이라도 해본적이 있다면 같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