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 인간 본성의 역설
리처드 랭엄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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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 본성의 선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자들에게 흥미로운 논제였다. 동양의 성선설, 성악설 서양의 루소주의와 홉스주의가 그 예이다. 이 주제는 어려운 철학, 사회과학으로 뛰어들지 않아도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로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인간은 자신과 직접적인 이익 관계가 없는 제 3자를 위해 희생한다. 난생 처음 본 아이를 구하기 위해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기도 하고, 길거리에 주저앉아 우는 고3 학생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반면 인간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없음에도 계획적으로 타자를 해하기도 한다. 미성년자의 성착취물을 공유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즐기고, 잇달아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저자 리처드 랭엄은 인간 선악에 대한 답을 진화론의 힘을 빌려 유인원관 비교함으로써 얻고자 하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길들이기’를 통해 과거의 난폭하고 폭력적인 유인원 조상과는 다른 성향을 갖는 종이 되었다. 랭엄은 인간이 ‘낮은 반응적 공격성’과 ‘높은 주도성 공격성’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반응적 공격성이란 수동적 공격성이다. 타자가 먼저 공격성을 보이거나 위협을 가하면 동물적인 감각으로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우발적 폭력, 살인등은 이에 해당한다. 주도적 공격성이란 계획적 공격성이다. 능동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신중한 계획에 의해 실행되며 분노, 공포와 같은 감정을 동반하지 않는다. 계획적 범죄가 그 예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그렇게 진화했는가?

선택적 여우 길들이기 실험인 ‘벨랴예프의 법칙’, 늑대와 개의 차이, 유인원 침팬지와 보노보의 차이를 통해 랭엄은 동물에게서 일어난 ‘길들이기 증후군(domestication syndrome)’ 인간에게도 적용되어있으며, 과거 조상에 비해 ‘길들여진 종’이라고 말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골격, 얼굴의 크기, 어금니의 면적, 턱의 크기가 작으며, 성별간 외형적 차이가 적다. 이는 신경능선세포(neural crest cell)의 이동 유형 갑상선 호르몬에 의한 제어와 관계가 있다. 또한 길들이기는 사회화의 창을 넓히므로, 낮은 반응적 공격성과도 관계가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언어’는 낮은 반응적 공격성과 더불어 협동의 길로 가도록 이끌었다. 타 동물과는 다르게 복잡한 언어 체계는 개체간 ‘평판’을 만들었고, 평판은 ‘도덕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간은 집단 내 지나치게 폭력적인 개체인 ‘폭군’을 제거하여 진화적으로 높은 반응적 폭력성을 약화시켰을 것이다. 높은 주도적 공격성은 ‘주도적 연합 공격’에 대한 높은 성향이 이어져 왔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냥의 풍습은 동물 뿐만 아니라 낯선 동족(인간)에게도 향했을 것이며, 이는 길들이기가 진행되는 동안 ‘폭군’에 대한 계획적 공격이었다가, 종래에는 계획되고 공동으로 승인한 ‘사형’이 집행되며 약자에게도 적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진화적으로 선한면과 악한면은 모두 진화적 과거에서 기인한다. 저자는 ‘인간의 미래를 숙고하는 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에 관한 두 가지 사항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해 진화생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한 책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 등 인간을 유인원 중 하나로 간주하고 그 진화적 역사와 현재 인간 종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한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함께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벨라예프 실험과 개와 늑대의 차이로 ‘길들이기 증후군’을 설명하고 그를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에 적용하는 부분, 또 침팬지, 보노보, 인간 차이와 침팬지보다 보노보와 유사하다는 점을 밝혀가는 과정, 인간이 어떻게 낮은 반응적 공격성과 높은 주도적 공격성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찰 등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초반에 저자가 언급하고 옮긴이의 말에도 나와있는 유전학, 특히 후성유전학적 접근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진화론 #성악설 #성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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