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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에서 프랑스 사회와 함께 똘레랑스를 천명했던 홍세화는 프랑스의 잣대로 한국사회를 재단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책에서 그는 여기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는데, '오늘날 한국의 사회제도의 기본틀은 모두 서구에서 수입한 것인데 그 틀 속에 들어 있어 마땅한 내용물을 프랑스 사회를 통해 말하려는 것뿐이다'라고 말이다.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말을 하고 있다.
바로 '연대'이다.
이 사회에서 연대의식이 생성되지 못하는 이유.. 그 '왕따' 시스템.. 그 비열하고 악랄한 지배의 메카니즘.
안보와 질서라는 그들의 질서와 안보유지체제 속에서 정의 란 단어는 얼마나 무가치한가?
진정한 '공화주의'를 위한 수단은 오직 불의(온갖 차별과 불평등)을 용서치 않는 사회구성원들의 단결과 연대뿐이다.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어 고착화 되어가고 있는 오늘의 한국사회에 이만큼이나 필요한 가치가 또 있을까?
몇가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알베르 까뮈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사회불의보다 차라리 무질서를 택한다."
피에르 신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세상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어지는게 아니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너무 감동 받았다. 사회정의가 질서에 우선하는 공화주의 만세!!
에밀졸라가 드레퓌스를 변호하다가 결국 형을 선고받고 영국으로 망명길을 떠나게 되는데 그때 행한 최후 진술
" 드레퓌스에겐 죄가 없다. 나는 단언한다. 드레퓌스에게 죄가 없다는 것에 나는 내 삶을 걸고 내 명예를 건다. 이 엄중한 순간에, 인류의 정의를 대표하는 재판정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배심원들 여러분 앞에서, 모든 프랑스와 전세계 앞에서, 나는 드레퓌스에게 죄가 없다고 선언한다. 나는 나의 40년 간에 걸친 작업과 그 노동이 나에게 준 권위를 걸고 드레퓌스에게 죄가 없다고 선언한다. 또한 나는 내가 획득한 모든 것, 지금의 내가 되게 한 이름과 프랑스 문학의 확장에 기여한 내 작품을 걸고 드레퓌스에게 죄가 없다고 단언한다. 만약 드레퓌스가 유죄라면 이 모든 것이 붕괴되고 나의 모든 작품이 사라질 것이다! 드레퓌스에겐 죄가 없다. 모두가 나에게 반대하는 듯하다. 상하 양원이, 민간권력과 군부권력이, 거대 신문들과 그들이 중독시킨 여론 모두가 나에게 반대하고 있는 듯하다. 내 편에는 오직 진실과 정의라는 이상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평온하며 나는 승리할 것이다. 나는 내 조국이 거짓과 불의에 놓여있기를 원치 않았다. 지금은 나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프랑스는 프랑스의 명예를 구하는데 도움을 준 나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명예를 되찾아줄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