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을 두어 읽어서 앞부분은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첫 양쪽 가득한 해외 언론의 가득한 찬사가 과장이 아님을 금방 알게 되었다. 작가의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번역으로는 보통 그 본래 문체의 힘이 감소되는 경우를 감안한다면 더욱 매력적인 글이다. 흠이랄 건 없지만,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건축에 대한 관심보다 작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 다는 것. “다음 작품이 가장 기대되는 작가”라는 게 괜한 풍문이 아니었다.

“우리의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많은 것들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가치를 할당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힘”을 저자는 “교양”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건축에 관해 저자가 정의한 그런 교양을 선사한다.
르 꼬르뷔지에 관한 얘기는 황당하면서도 재밌다. 배수가 되지 않는 집을 지어 아이가 폐렴에 걸려 결국 건축비를 받지 못했다던가, 오늘날 슬럼이 대버린 프랑스판 뉴타운에 대한 착상이라던가.
일본 건축의 어제와 오늘에 관한 작가의 생각은 일본보다 전통의 훼손이 심한 한국에게는 더욱 와 닿는다. 가령 “현대의 현실을 향해 자신을 번역하고 거기에 적응하지 못한 것, 오랜 매력을 새로운 용어로 전달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한 짜증”은 비닐하우스와 콘크리트 아파트가 함께 있는 풍경을 아무렇지 않게 보고 사는 우리에게선 곱절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

파리와 런던, 네델란드와 스위스, 베네치아와 신주쿠를 걸으며 건축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세상 이야기는 근사하면서도 공감되고 풍성하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는다. 보통의 글을 읽다보면, 그의 말처럼 “깊은 의미에서 집으로 돌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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