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갱 아저씨의 염소 파랑새 그림책 95
알퐁스 도데 글, 에릭 바튀 그림, 강희진 옮김 / 파랑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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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퐁스 도데의 〈스갱 씨의 염소〉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책입니다. 초등학교 새내기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진지하게 토론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스갱 씨의 염소〉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염소가 축사에서 도망쳐 산으로 갔다가 늑대에게 잡아먹힌다는 얘기입니다. 염소는 스갱씨가 주는 적당한 먹이, 적당한 애정, 적당한 안전을 뒤로 하고, 울타리를 뛰쳐나가 동경 해오던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풀과 꽃, 새로운 친구들, 첫 사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다 해질녁 귀가를 알리는 나팔소리에 잠깐 고민하다 산에 머물기를 택합니다. 불행하게도 그녀의 선택에는 늑대라는 치명적 위험이라는 대가가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선배 염소를 떠올리며 늑대와 일전을 벌이다 늑대의 만찬이 됩니다.

우리 아이들과 나누었던 큰물음은 일단 집을 뛰쳐나온 염소씨는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할까요?’입니다. 염소씨는 처음부터 집을 나오지 말았어야 할까요? 아니면 모든 걸 잃더라도 자신의 자유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까요? 지루한 안전과 위험한 자유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할까요? 그리고 염소씨의 선택과 죽음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상대를 얕잡아 보고 위험을 과소평가한 무모한 죽음일까요? 아니면 타고난 종과 역량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용감한 죽음일까요?

소설의 끝에 쓰인 “그러다가 아침에 늑대가 잡아먹었다고”라는 문장을 두고 볼 때 이 이야기는 막연한 자유를 위해 현실적인 안정된 삶을 간과하는 가상의 가난한 문인 친구한테 들려주는 핀잔이나 잔소리 같기도 하지만, 이 글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라는 물음을 영구토록 던져줍니다. 자유 없는 안전과 안전 없는 자유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질 때 반복적이고 따분하지만 안정된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부담이 있지만 자신의 욕망에 따라 자유를 추구하는 길을 택할 것인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아님에도 현실적 안정에 타협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한 순간이라도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 여기서 앞서 나온 큰물음을 ‘염소씨는 바보인가 영웅인가?’라는 물음으로 다시 물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좀 더 생각을 우려보면, 염소씨의 일탈이 막연한 유혹에 이끌려 순간의 객기로 생명을 잃은 위험한 가출로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목줄과 울타리라는 세속의 구속을 뒤로하고 온전히 자연의 섭리에 몸을 맡긴 출가로 볼 여지도 있을 듯 합니다.

*아이들의 책읽는 힘, 글쓰는 힘, 말하는 힘,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책힘글힘" 글숲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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