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백년고독 > 도대체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게 있어서  ""은 과연 무엇일까?  살아가기 위한 음식일까? 아니면 "부(富)의 상징일까? 옛부터 조상들은 "쌀을 사러간다"고 하지 않고 "쌀을 팔러간다"고 했다.  왜일까? 쌀을 산다와 쌀을 판다의 의미에는 "빈부의 차"가 내포되어 있다.  "쌀을 판다"는 것은 쌀이 남아서 팔러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즉, 쌀이 남아 판다는 의미는 부(富)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쌀을 화폐로서 사용을 했기에 "쌀을 판다"고 했다. 이 경우에는 돈을 의미했다. 이외에도 여러의견이 있지만, 어째든 "쌀"은 옛날부터 동양사회에서는 삶을 영위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곡식이었고, 부의 상징이었다.

  ""을 읽으면서 어릴적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당시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친구들 중 여러명은 하루세끼 먹는일이 힘들때였다. 도식락에도 보리밥을 의무적으로 섞어야 했던 그 시절. 나와 절친했던 이웃집 친구의 집을 나는 저녁때면 놀러갔다. 그 친구의 집은 하루가 멀다하고 저녁은 수제비를 먹었기 때문에 수제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저녁마다 찾아간 것이다. 하지만 그 친구의 집은 밥을 해 먹을 쌀이 없었기에, 한달에 한포대씩 나오는 동사무소의 배급밀가루로 수제비를 해 먹었던 것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별식이었던 수제비가 그녀석이나 그녀석의 가족에게는 어쩔수 없는 주식이었음을...

  쑤퉁의 작품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아니 자세히 말하면, 그의 전작(국내에 소개된 책중) "이혼 지침서"의 세편을 먼저 읽었으므로 "쌀"은 네번째 작품이 되는 꼴이다. 이미 "이혼 지침서"로 그의 작품세계는 맛을 본 상황에서 이번에 "쌀"이 출간되어 읽게 되었다. 먼저 책이 끌어들이는 흡입력에 놀랐다. 책이라는 것이 처음 몇페이지는 읽히는게 더디고,  이른바 책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쑤퉁의 "쌀"은 첫 페이지부터 빨아들이는 힘을 느꼈다. 왜 쑤퉁의 책이 많은 나라에서 출간을 했고, 중국에서도 영향력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지 다시한번 실감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또한 깔끔한 번역이 마음에 들었다. 읽는내내 편안함을 맛 볼수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작가가 쓴 작품을 읽는 느낌이었다. 역시 좋은 작품은 좋은 번역자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

  쑤퉁의 ""을 읽는내내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고, 참담하고, 암울하고,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인간(人間)이란 이런 것이란 말인가? 정말로 인간의 본성은 악한 것일까? 순자가 말할대로 인간의 본성은 나면서부터 악하고, 양보도 없으며,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고, 남을 해치는 상하게 하는 마음 투성이일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순자의 성악설(性惡說)보다는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쑤퉁의 "쌀"에서 희망을 찾아 볼수가 없다. 오직 불행과 참혹한 현실만이 존재한다.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서 희망이라고는 오로지 죽는것 뿐. 다른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오히려 별것아닌 일상적 말한마디가 오히려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온통 시기와 질투, 배신, 음모가 가득찬 가운데에 "툭"하고 던지는 일상적 한마디가 기쁨이 되어 돌아온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에서는 한 인간의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다. 더 이상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바닥에까지 이르는 한 인간의 종말...책을 읽다가 주인공이 그만 생명의 줄을 놓기를 바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주위의 사람이 제발 그 생명에 마침표를 찍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몇번이고 갖게 된다. 아마도 그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도 되는것처럼....

  결코 좋아질수 없는 희망없는 삶을 사는 그에게 남은것은 오직 "쌀"뿐.  ""은 바로 그의 희망이고 이상이고 꿈이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의 고향은 다시 돌아가야할 꿈이고 이상의 도시이다. 비록 그곳에서 희망이 없어 떠나왔지만 결국 그가 다시 돌아가야 할곳은 다른곳이 아닌 바로 그의 고향. 그는 결국 고향으로......

  쑤퉁의 ""을 읽으면서 지금의 내 삶이 행복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적어도 나에게는 따뜻한 말한마디 나눌 가족이 있고, 잠잘 집이 있으며, 하루 세끼를 먹을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오랫만에 좋은 소설 한편 읽었다. 마치 하루동안 참담하고 암울한 공간속에서 헤매이다 나온 느낌이다. 지금 삶이 힘들고 생활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면 거침없이 쑤퉁의 ""을 펼쳐보길 바란다. 아마도 지금 이곳에 머물고 있음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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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백년고독 > 술통
술통
장승욱 지음 / 박영률출판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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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무엇인가를 하기위해 살았고,
지금 나는 살기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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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백년고독 > 그와 함께 술 한잔 기울이고 싶어진다
술통
장승욱 지음 / 박영률출판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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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이 주성(酒聖), 주선(酒仙)임을 자청했던 청록파의 한분이셨던 조지훈(본명;동탁) 선생께서는 음주에는 18단계가 있다고 하셨다.  술을 마신 연륜, 술을 마신 친구, 술을 마신 기회, 술을 마신 동기, 술버릇 등을 종합해서 그 단의 높이를 말씀 하셨다.(이에 대한 소개는 마지막에 첨부하기로 하겠다). 선생은 18단계로 나누고 이 이후로는 이미 이승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수가 없다고 하셨다. 

  술을 좋아하는 나는 잘해야 초급의 단계인 학주정도는 와있는 듯 싶다. 대학 1년때 술을 배워 지금까지 꾸준히 마시고 있으니 그 양만해도 가히 상당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4-5년전 술대신 담배를 끊은것 정도. 대학시절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마시기를 좋아해 술마시러 학교에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저자처럼 소주를 즐기지는 않는다. 그냥 편하고 가벼운 맥주를 좋아한다. 그런 것으로 보면 나는 아직도 멀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술자리가, 좋고 친구가 좋고, 분위기가 좋고, 첫잔을 마실때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좋아 지금도 술을 가까이 하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술통"이라는 책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무조건 사봐야겠다고 벼르게 되었다. 도대체 저놈의 술통에는 어떤이야기가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술한잔 덜 마시고 책이나 사야겠다고 하던차에 리뷰어를 모집한다는 말에 무조건 손을 들고 말았다. 그리고 받아든 "술통"이라는 책은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를 않았다. 440여페이지의 묵직한 책이 술한잔 가격도 안되는것에 놀랐다. 책의 내용은 푸짐하다. 너무도 재미있어 결국은 밤을 세우다시피 하며 읽고 말았다. 읽히는 속도가 매우 빠른게 장점이다. 글을 재미있게 썼기도 하거니와 마치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듯 해서 인지 마치 만화를 보는 듯 휙휙 읽히는 것이 좋았다.

  저자의 술에 대한 사랑은 가히 존경할 만 하다. 나와 절친한 친구는 소주를 좋아한다. 그 친구말에 의하면 소주가 달다고 한다. 아니 어찌 그 쓰디쓴 소주가 달단 말인가. 그래서 인지 그 친구는 소주를 즐긴다. 거의 하루에 1병정도씩. 내가 술을 좋아하다 보니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술을 좋아한다. 역시 친구는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맞는 듯도 싶다. 그러한 친구들과 만나 술한잔 비우면 어느새 과거로 돌아가 있다. 어릴적 추억과 자라온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잘간다. 그것도 만날적 마다 하는대도 말이다.

  아마도 저자 장승욱은 술의 진경을 아는 분인 듯 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쌓아온 술실력과 대학시절의 경험담을 읽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마도 그와 함께 같은 학교를 다녔다면 분명 나는 그와 함께 술한잔 기울였는지도 모르겠다. 술에 대해 한 수 배우기 위해. 그의 진실한 글 속에서 그가 살아온 삶을 깊이와 넓이를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사실 본인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맛깔나게 글을 써내려간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친구까지 들먹이며.... 

  그의 글과 그의 주변사람들의 글을 읽고 한가지 교훈삼은 것이 있다. 바로 술에대한 예의라고나 할까.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실수를 한다. 마치 술마시고 한 실수는 너그러이 용서가 되기라도 하는양. 그래서 결국은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게 술이라는 것인데, 저자는 그러한 자잔한 실수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저자야말로 진정으로 술을 아는 분이며, 술을 마실줄 아는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쪼록 오래오래 우리의 곁에서 술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한글사랑에 대한 많은 작품을 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늘 친구나 직장동료와 술한잔 약속이 있다면, 오늘은 술한잔 대신에 서점에서 "술통"을 사 들고 들어가 "술통"에 빠져들기를 권한다. 술 한잔 가격도 되지 않는 "술통"은 분명 몇차례의 술집탐방보다도 값지고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오늘은 슬쩍 술값 계산을 하지말고 뒤로 물러나 있으라, 그리고 그 돈으로 "술통"을 사들라고 하면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에게 속 보이는 행동일까?

 

조지훈 - 주도유단(酒道有段)

 1.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마시지는 않으나 안마시는 사람(9급),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8급),

3. 민주(憫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겁내는 사람(7급),

4. 은주(隱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며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서 홀로 숨어 마시는 사람(6급),

5. 상주(商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지만 무슨 잇속이 있어야만 술값을 내는 사람(5급),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4급),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3급),

8. 반주(飯酒) - 밥맛을 돋구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2급),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珍景)을 배우면서 마시는 사람. 주졸(酒卒) (초급),

10. 애주(愛酒) -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주도(酒徒) 1단),

11. 기주(嗜酒) - 술의 참맛에 반한 사람(주객(酒喀) 2단),

12.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터득한 사람(주호(酒豪) 3단),

13.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주광(酒狂) 4단),

14. 장주(長酒) -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주선(酒仙) 5단),

15.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주현(酒賢) 6단),

16.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함께 유유자적 하는 사람(주성(酒聖) 7단),

17. 관주(關酒) - 술을 보고 즐거워 하되 이미 마실 수 없게 된 사람(주종(酒宗) 8단),

18. 폐주(廢酒) - 술로 인해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열반주(涅槃酒)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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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백년고독 > 바짝 말린 무청처럼 살고 싶어라...
비구니 산사 가는 길
이기와 지음, 김홍희 사진 / 노마드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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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새벽 3시다. 도량석이 시작되었다.’ 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조용하지만  잰 걸음의 스님들이 떠오른다. 차가운 물에 세수를 하고 가사를 걸치는 소리, 미닫이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들이 책속에서 걸어 내게로 다가온다. <비구니 산사 가는 길>은 굴곡의 시인 이기와가 사진작가 김홍희와 함께 전국의 산사들을 돌며 펴낸 감동의 기행집이다. 나와 같은 남정네는 평생 들여다 볼 수 없을 법한 비구니들의 생활들을 소소하고 감동적으로 이야기해준다. 여성 특유의 감수성에 시인의 혜안까지 지녔으니 책의 내용은 말하지 않아도 알만할 터. 또한 이기와 시인의 글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사진작가의 주인공은 <나는 사진이다>라는 포토 에세이를 펴내기도 한 김홍희 작가이다.


평창 오대산의 지장암, 울산 가지산의 석남사, 예산 덕숭산의 견성암, 그리고 강화 고려산 백련사 등 수 많은 산과 그 속에 자리하고 있는 산사의 모습과 스님들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스님들을 만나고 절에 머물면서 삶의 화두를 찾고 잃어버린 길을 보며, 보이지 않는 답을 본다. 소나무 밑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는 작은 자벌레에게서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지혜를 배우고,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느낀다. 시인은 시집살이 보다 더 고달프고 까다롭다는 행자시절을 마치고 구족계를 받아 스님이 된, 수많은 비구니들을 만나면서 배움과 깨달음의 의미를 되짚는다. ‘계곡물이 꽁꽁 얼어붙어 죽은 듯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꺼운 얼음장 밑으로 실핏줄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계곡물은 냉장고의 얼음덩어리처럼 죽은 것이 아니라 피가 통하고 있다’ 계곡물 속에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는 시인의 말은 오래 묵은 된장으로 끓인 구수한 된장국과 같다. 산과, 나무와, 물과, 법당안의 공기들은 무릇 ‘때가 잘 끼는 애욕의 손톱 밑’과 ‘물욕의 발가락 사이사이’를 깨끗이 씻어주는 최고의 멘토가 아닐까...


이기와 시인의 글도 글이려니와..., 실은, 나에게는 김홍희 작가의 사진이 글보다 더욱 좋았다는 것을 고백한다. 눈이 부실 듯 반짝이는 스님의 방, 목탁이 걸려 있는 깨끗한 벽, 법당 앞에 벗어 놓은 하얀 고무신들은 속세에서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겠다는 스님의 무소유를 보여주는 듯 하다. 어른어른 한 물결과 그늘진 산사의 모습, 간절한 소원을 빌기 위해 피어 놓은 단아한 촛불들... 아름다운 처마의 단청과 어두운 그늘의 담 속에서 강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피어난 작은 잎들... 김홍희의 사진들은 산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시간이 나면 글을 쓰고 명상을 한다는 작가의 모습은 산사의 스님들과 꼭 닮았다. 그래서 일까, 사진들은 하나같이 스님들의 법문처럼 깊고 진하게 다가온다.


온갖 더러운 욕망으로 가득한 세상, 오랜만에 차분히 앉아 내 속에 들끓고 있는 욕망들을 잠재울만한 책을 만났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부질없는 속세에 너무 많은 기대와 열망을 안고 있다. 그것이 고스란히 자신을 갉아먹는 벌레인줄은 꿈에도 모른 채... 욕심으로 가득한 속세인들의 모습을 잘 표현한 이기와 시인의 말은 물욕으로 가득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기에 충분하다....


수분이 있는 것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무청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이승에 머무르기 위해 지나가는 바람과 햇살을 끌어와 이불로 덮고 제 몸의 부피를 줄이고 있다. 애욕과 물욕의 수분이 많은 사람들의 몸은 쉬 곰팡이가 슬고 빨리 부패하고 만다. 그들은 제 욕심의 수분을 말리는 방법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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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백년고독 > 역사에서나 만날 수 밖에 없는 선비정신
조선의 선비 - 살아있는 조선의 청빈을 만난다, 개정판 조선을 움직인 위대한 인물들 1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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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현대의 인물이 없을까?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이나 정치인, 나라일을 하는 공무원, 나라의 경제를 담당하는 기업인 등 그 누구에게서나 그 어디에서도 청렴한선비, 올바른 선비, 국가나 사회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도 만날 수도 없음이 마음 아프다. 이 책을 읽는내내 정말로 아주 먼 옛날, 그것도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려옴은 왜일까? 책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어버렸음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말로 우리나라의 정치인, 공무원, 기업가들에게서는 선비의 정신을 찾을 수가 없을까? 아무리 떠올려 보아도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하다. 그래서 슬프다.

  아마도 "조선의 선비"는 그래서 나온 듯 하다. 이 책은 무엇보다 그들이 읽어야 할 듯 싶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정치인들, 그리고 국민의 세금을 축만내는 그것도 모자라 횡령까지 일삼는 많은 공무원들, 자신의 회사라고 자신의 돈처럼 마음대로 쓰는, 함께 힘써온 아랫사람을 내모는 많은 기업가들 그들은 읽어보아야 한다. 하긴 그런다고 해서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책이 좋고 내용이 좋으면 무엇을 하랴, 꼭 읽어야 할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면 필요없는 종이뭉치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할 수 없이 우리가 읽고 우리 스스로가 깨끗해 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면 언젠가는 변하게 된지 않을까...

  차라리 출판사에서 그러한 정치인들, 공무원들, 기업인들에게 선물을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차피 사서 읽지 않을 사람들 이라면 강제로라도 읽히고 싶다. 그래서 바뀔 수 없다면 느끼기라도 하라고 해주고 싶다. 너무 표현이 심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요즈음 우리 사회를 보면 절로 화가난다. 언제부터 우리가 경제대국이고,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였던가, 실제 국민들은 빚에 시달리고, 허덕이고 있는데 그들은 그들의 배나 채우겠다고 정당싸움만 일삼고, 조금이라도 축적하겠다고 횡령이나 일삼고, 세금이나 포탈하고 있는데...

  매년 연말이 되면, 길거리의 보도블록이 새롭게 깔린다. 신호등이 여기저기 생긴다. 그 해 책정된 예산을 모두 쓰기 위해서 하는 그야말로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짓을 매년 자행한다. 그래야 내년의 예산이 감축되지 않으니....정말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보도블록을 깔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계를 위하는데 써야 하는것이 아닌지...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런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괜히 읽었구나라는 생각만 앞섰다. 그리고 여지없이 화가났다. 

  책의 의도는 좋았다. 읽으면서 아하 이런 선비도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군데군데 들게 만들었다. 특히 아는 인물들 보다 모르는 인물들에 대해 많이 알게되어 흐믓했다. 우리의 조상중에 이리도 훌륭한 인물이 많았다는데에 마음이 뿌듯했다. 사진과 인물의 자세한 정보도 좋았다. 특히 사진이 많이 첨부되어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구성이나 내용은 좋았던것 같다.

  하지만 읽는내내 거슬리는 것들이 군데군데 나타났다. 모른척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다음판에서 수정이 필요할 것 같아 첨가하기로 했다. 또한 다른 읽는 이로 하여금 참고하라는 의미에서 추가하기로 하겠다.

  솔직히 표현이 매끄럽지 못했다. 너무도 읽기가 거북했다. 그것도 너무 많은 곳에서 매끄럽지 못한 문장 문장을 만날 수가 있었고, 너무 빈번한 연결어의 사용이 의미를 약화시켰다. 아마도 긴 문장을 중간 중간 인용하면서 생긴 듯 하다.  

  또한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의 문장들을 찾을 수가 있었는데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면,   77페이지 아래에 공신이며 또 가장 혁혁한 가문을 이루어 그야말로 연안 이씨의 혁혁한 가문을 자랑했던...에서 필요없이 혁혁한 가문이 중복이 되어 읽는데 어색했다.

  오자가 몇군데 발견되었다. 교정을 좀더 신중하게 했었다면 아는 아쉬움이 들었다. 한자도 틀리고, 오자도 발견되었다. 

  예를 들면, 24페이지 밑에서 3번째줄에 승정(崇顔)은 한자가 숭안인데 승정의 한자로 표기해 놓았다. 물론 나의 짧은 한문실력으로  그것이 같은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이나 사전을 찾아봐도 승정에는 그런 한자가 없었던것 같았다.  그리고 86페이지의 마지막줄 호동()은 한자가 으로 잘못 표기되어 洞으로 정정하여야 할 것이다.

  15페이지의 오른쪽에 성종의 인물소개에 있어서도 오자가 있었다. 조선 제 9대왕(1469-1494, 재위 1469-1494)로 되어 있는데 문장대로라면 성종은 태어나면서 임금이 되었다는 말이 되는데 아래에 보면 성종은 1469년 13세로 왕위에 올랐다고 되어 있으니 결국은 탄생년도가 1469년이 아닌 1457년이 되어야 한다.

  또한 56페이지의 남한산성을 믿었기 때문에.... 차라리 남한산성이 있었다면 숨을 곳을 생각하지 않고....  에서는  차라리 남한산성이 없었다면....이 옳은 표현인듯 싶다.

  위와 같은 매끄러운 문장표현 및 단어들을 사용했다면 더할나위 없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부디 다음 수정판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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