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백년고독 > 도대체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게 있어서  ""은 과연 무엇일까?  살아가기 위한 음식일까? 아니면 "부(富)의 상징일까? 옛부터 조상들은 "쌀을 사러간다"고 하지 않고 "쌀을 팔러간다"고 했다.  왜일까? 쌀을 산다와 쌀을 판다의 의미에는 "빈부의 차"가 내포되어 있다.  "쌀을 판다"는 것은 쌀이 남아서 팔러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즉, 쌀이 남아 판다는 의미는 부(富)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쌀을 화폐로서 사용을 했기에 "쌀을 판다"고 했다. 이 경우에는 돈을 의미했다. 이외에도 여러의견이 있지만, 어째든 "쌀"은 옛날부터 동양사회에서는 삶을 영위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곡식이었고, 부의 상징이었다.

  ""을 읽으면서 어릴적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당시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친구들 중 여러명은 하루세끼 먹는일이 힘들때였다. 도식락에도 보리밥을 의무적으로 섞어야 했던 그 시절. 나와 절친했던 이웃집 친구의 집을 나는 저녁때면 놀러갔다. 그 친구의 집은 하루가 멀다하고 저녁은 수제비를 먹었기 때문에 수제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저녁마다 찾아간 것이다. 하지만 그 친구의 집은 밥을 해 먹을 쌀이 없었기에, 한달에 한포대씩 나오는 동사무소의 배급밀가루로 수제비를 해 먹었던 것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별식이었던 수제비가 그녀석이나 그녀석의 가족에게는 어쩔수 없는 주식이었음을...

  쑤퉁의 작품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아니 자세히 말하면, 그의 전작(국내에 소개된 책중) "이혼 지침서"의 세편을 먼저 읽었으므로 "쌀"은 네번째 작품이 되는 꼴이다. 이미 "이혼 지침서"로 그의 작품세계는 맛을 본 상황에서 이번에 "쌀"이 출간되어 읽게 되었다. 먼저 책이 끌어들이는 흡입력에 놀랐다. 책이라는 것이 처음 몇페이지는 읽히는게 더디고,  이른바 책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쑤퉁의 "쌀"은 첫 페이지부터 빨아들이는 힘을 느꼈다. 왜 쑤퉁의 책이 많은 나라에서 출간을 했고, 중국에서도 영향력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지 다시한번 실감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또한 깔끔한 번역이 마음에 들었다. 읽는내내 편안함을 맛 볼수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작가가 쓴 작품을 읽는 느낌이었다. 역시 좋은 작품은 좋은 번역자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

  쑤퉁의 ""을 읽는내내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고, 참담하고, 암울하고,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인간(人間)이란 이런 것이란 말인가? 정말로 인간의 본성은 악한 것일까? 순자가 말할대로 인간의 본성은 나면서부터 악하고, 양보도 없으며,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고, 남을 해치는 상하게 하는 마음 투성이일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순자의 성악설(性惡說)보다는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쑤퉁의 "쌀"에서 희망을 찾아 볼수가 없다. 오직 불행과 참혹한 현실만이 존재한다.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서 희망이라고는 오로지 죽는것 뿐. 다른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오히려 별것아닌 일상적 말한마디가 오히려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온통 시기와 질투, 배신, 음모가 가득찬 가운데에 "툭"하고 던지는 일상적 한마디가 기쁨이 되어 돌아온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에서는 한 인간의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다. 더 이상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바닥에까지 이르는 한 인간의 종말...책을 읽다가 주인공이 그만 생명의 줄을 놓기를 바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주위의 사람이 제발 그 생명에 마침표를 찍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몇번이고 갖게 된다. 아마도 그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도 되는것처럼....

  결코 좋아질수 없는 희망없는 삶을 사는 그에게 남은것은 오직 "쌀"뿐.  ""은 바로 그의 희망이고 이상이고 꿈이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의 고향은 다시 돌아가야할 꿈이고 이상의 도시이다. 비록 그곳에서 희망이 없어 떠나왔지만 결국 그가 다시 돌아가야 할곳은 다른곳이 아닌 바로 그의 고향. 그는 결국 고향으로......

  쑤퉁의 ""을 읽으면서 지금의 내 삶이 행복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적어도 나에게는 따뜻한 말한마디 나눌 가족이 있고, 잠잘 집이 있으며, 하루 세끼를 먹을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오랫만에 좋은 소설 한편 읽었다. 마치 하루동안 참담하고 암울한 공간속에서 헤매이다 나온 느낌이다. 지금 삶이 힘들고 생활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면 거침없이 쑤퉁의 ""을 펼쳐보길 바란다. 아마도 지금 이곳에 머물고 있음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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