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리커버, 양장)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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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 쾌감이란 그야말로 이런 것 아닐까.

현실 세상을 ‘노필터’로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 글을 읽는 통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한 것.


한때 ‘팬질’에 푹 빠졌던 그 시절 그 공기―난 아직도 이따금 그 시절 그 공기 안에 갇히는 꿈을 꾼다―가 다시금 떠오르기도 했고(「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현실 세계에 실존하는 어느 진상 고객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스무드」).

궁금할까 봐 말을 보태자면, 현실 세계의 그는 늘 순진무구한 표정의 아이를 대동해 멀쩡한 척하며 상습 환불을 일삼는 악성 진상 고객이다. 진상짓이 이루어지는 동안 옆에 손 잡고 선 자신의 아이에겐 그저 한없이 자상한 표정으로 웃어 보인다.

「스무드」를 읽어나가며 ‘아, 이것은 마침내 그것이로구나!!!’라는 확신이 굳건해질수록 박진감이 일었고, 앞뒤 맥락은 싹둑 잘라먹고 단 몇 시간의 느낌만으로 조국의 온정을 품에 안은 주인공이 우스꽝스러울수록 왠지 모르게 난 신명이 났다.


그리고,

‘내가 보는 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내가 받는 이 느낌은 과연 믿을만한 것인가.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이라서인지 마음에 남는 「혼모노」.

왜 모두 자기가 혼모노라며 상대를 손가락질하는가.

선비인 척, 가식 좀 그만 떨었으면.


 p.153

장삼이 붉게 젖어든다. 무령을 흔든다. 잘랑거리는 무령 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가볍고도 묵직하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작두에서 내려오지 않던 신애기가 아연실색하며 나가떨어진다. 그애는 바닥에 주저앉아 휘둥그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황보와 그의 가족도 기도를 멈추고 나를 올려본다. 할멈도 이 장관을 다 지켜보고 있겠지.

어떤가. 이제 당신도 알겠는가.


하기야 존내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큭큭, 큭큭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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