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온 나라가 난생처음 접하는 바이러스에 벌벌 떨었고,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선진국이라 여겼던 나라들의 일상이 멈추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다른 나라에 견주어 일찌감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접한 한국은 작년 이맘때 큰 공포와 혼란 속에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정부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잘 억제했고, 대대적인 셧다운에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팬데믹 상황을 비교적 잘 헤쳐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온 나라가 '올스톱' 해야 했던 미국과 프랑스 같은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한국이 순항만 해온 것은 아니다. 일자리를 잃거나 비자발적 휴직 또는 수입 감소로 빈곤한 상황에 내몰린 평범한 사람들.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에 내몰린 사람들. 그럭저럭 잘 굴러가는 듯 보였지만 조금씩 곪아온 사회 문제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젠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일상이 제법 익숙하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찾는 건 당연한 일이 되었고, 오히려 집 밖에서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마주치면 머릿속에 '앗!' 하고 느낌표가 떠오르니 말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 사회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은연중에 느끼고 있다. '우리의 어디가, 어떻게 이상한 걸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은 이유다.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은 방송사 CBS의 '지식GSEEK콘서트' 시리즈 중 여덟 개 강연을 보강해 엮은 책이다.
독일어, 경제, 환경, 외교, 트렌드, 의료 분야의 전문가가 저마다의 관점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한다.
<오늘부터의 세계>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던 2020년 7월에 출간된 책이다.
<오늘부터의 세계>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인류를 돌아보는 책'이었다면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은 '코로나19를 발판삼아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보는 책'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은 공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하고 가속화했어요. 코로나19가 특정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더욱 위험하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않게 위험한 사람은 불평등 구조의 최하단에 있는 사람들이었죠. 소규모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 길이 막막한 그들 역시 '빈곤'이라는 치명적인 기저질환을 피할 길이 없었던 겁니다.
(1장 '라이피즘, 신인류의 이념', 김누리, 원문 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