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커포티 선집 4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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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모든 범죄에는 항상 사회적 맥락이 있고, 범죄의 발현에는 사회적 맥락과 개인적 운명이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에 동감하고 아무리 잔인한 범죄일지라도 그 범죄를 잉태한 세상과 범죄를 같이 분석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앞서 말한 요소들을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물론 나는 성범죄자,살인자,강도,폭력범이 착하고 선량한 본질을 가졌다는 신학적인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강력범죄들은 처벌의 대상이지만 그 죄가 분출되게 된 맥락을 우리가 살펴볼 수 있다면 우리는 인간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어떤 세상을 원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하지만 범죄가 일어났을 때 우리가 보는 것은 공정한 처벌과 이해의 세상이기보다는 필요 이상의 분노로 가득찬 세상이다. 지면은 저널리스틱한 용어들로 도배되고 댓글란은 분노와 일차원적 감정들로 폭발한다. 약싹빠른 이들은 '범죄자에 대한 분노가 우리의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설파하며 세상에 대한 말들은 감추고 범죄자에 대한 분노는 필요 이상으로 증폭시킨다. 범죄자를 사형시키는 것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유일한 정의라고 믿는 세상에서 범죄의 맥락을 이해하자는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무의미한 답변으로 일축된다. '가해자에게만 인권이 있고 피해자에겐 없냐' <인 콜드 블러드>를 읽으면 우리는 악에 대한 이해란 너무나 지난하고 길며, 천재와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하는 회의를 가지게 된다. 또한 분노만이 가장 쉽고 빠르며 그다지 많은 지성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 또한 깨닫는다.


 대화의 90% 이상을 기억했다는 트루먼 카포티라는 천재에게도 일가족 4명을 단지 돈 몇푼과 성욕 때문에 죽인 2인조 무뢰배들이 화차에 올라타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그에게도 그 잔인한 인간들이 괴물도,악마도 아닌 세상의 산물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그들이 암흑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암흑이 돼버렸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500쪽이 넘는 지면이 필요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런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세상만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범죄자의 악마성만을 파고드는 것도 아닌, 둘 사이의 복잡한 상호관계를 다뤄야만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이해를 넓힐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이 책이 말해주는 가슴아픈 진실일 것이다. 천재조차 아닌 우리가 범죄 너머의 세상을 보고, 더 잔인한 본질을 보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노력들을 해나가야 하는가.


아래는 인용.


 "..듀이는 옆에 앉은 남자를 분노하며 쳐다볼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는 일종의 동정을 느꼈다. 페리 스미스는 일생 동안 한 번도 온실에서 보호받으며 살지 못했으며, 불쌍하고, 추하고 외로운 과정을 겪어 하나의 망상에서 다른 망상으로 옮겨 다닌 것이다. 하지만 듀이는 용서나 자비를 줄 만큼 깊이 동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페리와 그의 동료가 교수형 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둘이 등을 맞대고 매달리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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