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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저항
방현석 지음 / 일하는사람들의작은책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가 한 발자국씩 진보를 이룰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누군가는 반드시 치루어왔다. 이 책은 노동자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대가를 치루어 준 사람들과 그 현장의 기록이다. ‘공돌이’와 ‘공순이’, 그 모멸에 찬 이름을 ‘노동자’로 바꾸어 역사 앞에 복원시키기 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지불되었던가. 지금, 노동자들은 곤경에 빠져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지금보다 쉬웠던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한번쯤 지난온 길을 곰곰히 되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저자 서문중-
작년과 올해 그리고 최근에 전국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갔다.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이용석, 한진중공업 곽재규, 한진중공업 김주익, 세원테크 이해남, 두산중공업 배달호,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박일수, 사회보험노조 박동진..등등. 그 중 누구는 노동자의 파업에 대한 사용자측의 엄청난 손해배상및가압류에 항의해 분신했으며, 그 중 누구는 노동기본권인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탄압에 항의해 분신했으며, 그 중 누구는 비정규직 차별 철례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신나를 붓고 불을 붙였다. 또한 그 중 누구는 노조 활동중 해고․수배를 당해 도망다니다 암에 걸려 한달만에 이 세상을 떠났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을 산화해간지 이제 34년, 그리고 아직 이 땅의 현실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만 기본적인 권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 야만의 사회이다.
방현석의 ‘아름다운 저항’은 2004년 현재, 한편에서는 진보와 변혁의 중심 세력으로서, 다른 한편에서는 야만적인 탄압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위해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지금의 노동자들이 있기까지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공산주의당 선언이 나온지 약 150여년이 흐르고, ‘만국의 프로레타리아여 단결하라’를 외친 칼 맑스의 사상은 근래 1000년중 가장 위대한 지성이라는 특집 신문기사란에서나 볼 수 있는 죽은 개가 되어버린 듯 하다. 한때 맑스와 레닌의 책을 읽으며 혁명을 꿈꾸던 이 땅의 70, 80년대 많은 사람들이 스탈린주의에 찌든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와 더불어 도그마적 이론에 지탱하던 자신의 말과 행동들을 부정하면서 뿔뿔이 흩어져갔다. 그들이 흩어져가면서 아무도 남지 않을 것만 같았던 자리에 꿋꿋이 깃발을 세우고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맑스가 이야기하였던 노동자들이었다는 것을 ‘아름다운 저항’을 통해 알 수 있다. 서구 사회에서 봉건제 이후 자본주의의 성장과 더불어 같이 성장하였던 노동자들은, 빠른 자본 축적을 통하여 자본주의 체제를 만들어 간 한국 사회에서도 어김없이 그들의 존재를 드러내었고, 끊임없는 저항을 해왔던 것이다.
노동자들의 인간해방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국가가 만들어주는 법,제도나 자본가들과의 협상을 통하여 얻어질 수 없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한국에서의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투쟁의 역사, 그리고 사회의 변혁주체로서의 우뚝 서기 위한 투쟁의 역사를 이 책안에서 볼 수 있음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공세와 자본의 세계화에 의해 만국의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고 한국의 많은 노동자들 역시 노동현장에서 자본가와 정권에 의한 물리적 탄압과 이데올로기적 공세 속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고,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서 벌여나가는 현실 속에서 역사 속의 ‘아름다운 저항’은 계속되어져 하고, 그러한 저항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투쟁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