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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냐 > 2006년 어느 간첩을 기억하다
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달 간첩이 기소됐다. 간첩의 범죄 사실을 기록한 검찰의 공소장은 94쪽에 달했다.
업무상, 공소장을 챙겨 찬찬히 읽다보니 김영하의 소설 '빛의 제국'이 겹치기 시작했다.

소설은 남파된지 20년이 넘은 잊혀진 스파이 김기영과 그 가족을 등장시킨다. 마치 TV시리즈 '24'처럼 긴박한 그들의 24시간이 소설 전체다.

대략 소설을 보자.....평양외국어대 영어과에 입학했다가 1980년 남파간첩으로 차출된 주인공은 김일성정치군사대학에서 4년간 대남공작원 교육을 받고 김기영이라는 신분으로 남한에 침투한다. 자연스러운 운동권으로 출발하기 위해 입시를 치르고 연세대 수학과 86학번이 된 주인공. 주체사상 학습하면서 대학다니다가 졸업 후에는 영화 수입업자로 생업을 삼는다. 하지만 1995년 자신을 내려보낸 북쪽 담당자가 숙청되면서 '명령'이 끊기고...잊혀진 스파이는 남한의 소시민으로 녹아든다....이런 김기영에게 돌연 귀환명령이 떨어진 어느 하루..가 바로 이 소설이다.
 

소설의 
김기영이나 이번에 기소된 간첩 정경학의 운명은 묘하게 닮았다. 처음엔 방글라데시인으로 변신하려다 태국인으로 살았고, 중국인 행세도 하다가 필리핀인 행세까지 했던 비자발적 노마드 정경학. 김기영처럼 남한에 직파된건 아니지만 그도 중간에 북쪽 담당자가 숙청되면서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인다.

간첩들에게 드물지 않게 벌어진 상황 같은데....태국에서 활동하던 정경학은 97년 태국 금융위기로 사업이 힘들어지자 북한 복귀를 희망하게 된다. 계속 베이징 쪽으로 전문을 보내는데..회신이 없자 '남조선에 나가 변절됐다고 보고 통신을 단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에 떨고..직접 확인해보겠답시고 베이징으로 간다.

그런데 "문화연락실 직원이다"라고 상사를 찾자 "문화연락실은 없다. 대기하라"는 대답이 나온다. 결국 정씨는 "문화연락실은 범죄자 집단으로 보위사령부에서 모두 처리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 경위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대답과 함께 여러가지 조사를 받았다.

신분노출에 대한 불안에 떨고,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며..한번 들어가게 해달라던 그는 철저히 소외됐다. 간첩 생리상 달랑 선 하나만 대고 있던 조직이 '범죄자 집단'이 되어버린 현실이었고,  "평양에 들어가야 좋을 일이 없다"는 싸늘한 대답뿐이다.

16살에 김일성 종합대 외국어문학부에 입학, 18세에 특수부대 '적공국'에 입대했고, 적공국 특수공작대 공작원 자격으로 20살에 김일성 정치대학에 들어가고 21살에 노동당 당원이 되고....최고 엘리트로 교육받았으나...그의 삶은 신산하다.

한에 침투해서 청와대 분수 앞에서 사진 한방 찍어보려고 애썼는데....무장한 경비병만 보고 그냥 쫄아서 포기한 사례..등 실상 관광객이 사진 찍는게 뭐 대수겠냐만...지레 소심하게 포기한것도 많다. 소설속 김기영도...슈퍼마켓에서 물건살 때 뭐라고 말해야 하나부터 훈련받고, 롯데리아 앞에서 '셀프서비스'가 뭘까 몇시간을 고민한다. 

진부한 일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고통.

모처럼, 김영하스럽지 않은 김영하의 장편. 어쩐지 비현실적인, 우리네 일상과 거리가 먼 간첩을 소재로 했는데...마침 간첩 공소장을 접한 나로서는 작품의 리얼함에 소름이 돋았다. 작가의 취재가 허투루 진행된게 아닌가 보다. 분단국가 어느 구석엔가 이 비슷한 스토리가 여럿 있을법도 하다.

처음 책을 읽을 땐...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지만, 공소장을 읽으면서 이 작품은 내게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김기영의 아내 장마리나 딸래미의 이야기 등 등장인물 모두가 쿵쿵 심장박동 소리를 내고 있지만 적어도 내게 이 작품은 2006년 체포된 어느 간첩의 사연과 떨어지지 못할거 같다.

북한은 어제 핵실험을 강행했다. 2006년 한반도는 이렇게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모여 현실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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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파란여우 > 리뷰에 관한 15문답

1. 리뷰쓰기의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첫째, 책의 대중적인 요소가 강한 부분을 간략하게 소개 한다.(지은이, 출판사)
둘째, 저자의 간단한 소개와 책과의 연관 관계를 해석한다.
셋째, 책이나 저자와의 인연같은 것을 맛보기로 보인다.
넷째, 내용 중에서 느낌이 강했던 부분을 반드시 소개하며 그것에 약간의 주관적인 감상을 덧붙인다.
다섯째, 책의 인쇄 상태나, 번역, 제본상태까지 소개할 정도면 이미 그 책에 애정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여섯째, 별 다섯개가 아니더라도 리뷰를 쓰지만 가능하면 높은 점수대를 소개한다.

2. 어떤 장르의 책을 리뷰로 소개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당연히 고전읽기다. 그 다음이 사회학 관련 서적이거나 평전인데, 동화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3. 리뷰를 쓰는데 가장 힘들다고 여기는 책은 어떤 장르인가?
시집이다. 짧은 문장일수록 그 속에 함축 되어 있는 깊고 넓은 의미는 여전히 어렵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성격이 강한 문학작품들은 높고 험난한 산맥이다.

4. 이제까지 가장 쓰기 힘들었던 리뷰의 책은 어느 것인가?
신화와 관련된 책들. 아무래도 신화 이야기에 취약한 정서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편의 엮임과 그 엮임의 연결은 매듭 푸는 일에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5. 리뷰를 쓰면서 독후감의 양식이라는 것을 짧게 정의 내린다면 무엇인가?
일정한 원칙을 정해 놓고 쓰는 리뷰와 무작정 쓰는 리뷰가 주는 감동의 차이는 크다고 본다. 내 경우에는 대부분 일정한 원칙하에 진행되어진 리뷰를 읽으면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정돈된 느낌을 전달 받아서 그런것이 아닐까 한다. 질서는 아름답고 편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6. 우리나라 출판사 중에서 리뷰 쓰는데 선호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단연코 고전을 소개하는 '태학사'와 사회학 서적을 재미나게 출간하는 '아웃 사이더'이다. 이 두 출판사는 솔직히 편애하는 편이다.

7. 화장품 리뷰에 관하여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가?
화장품도 하나의 개체로 볼 경우 상품에 해당하므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나름대로의 양식을 갖춘 리뷰라면 즐겁고 유쾌한 품평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내가 접한 대부분의 화장품 리뷰는 나의 까다로운 만족도를 채워주지 못했다. 그런고로 화장품 리뷰에 추천을 하는 일은 한번도 없음을 고백한다. 도전하고 싶은 분야이기도 하다.

8. 알라딘의 리뷰와 타 인터넷 서점과의 보편적인 리뷰성격을 비교해 본다면?
일단, 알라딘의 리뷰가 더 우수하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다만, 알라딘에는 프로 작가들이 제법 참여하고 있는게 사실이며, 또 하나 서재지인들간의 끈끈한 인연이 맺어 있어서 그것에 위로를 삼아 훌륭한 리뷰라는 생각을 품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알라딘의 고수들 중에는 엄청나게 놀라운 내공을 지닌 아마추어들이 있지만 그들의 글을 다른 포털 싸이트에서도 발견한 바 있어 이러한 현상은 알라딘만의 고유한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알라딘의 우수성은 타사의 리뷰어와는 다른 정성과 다독의 흔적이 여실히 보여 이 점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9. 타인의 리뷰를 읽고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는가? 있다면 어느정도 인가?
타인의 멋진 리뷰는 곧 책 구입과 직결된다. 나의 경우에는 40%정도.

10. 리뷰가 서재질에 끼치는 최대의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즐겨찾기 숫자가 상승하는 것이며, 책구입이다. 책에 대한 정보와 상식과 흥미를 유발하지만 가장 큰 영향은 인간 관계의 형성이 아닐까 싶다. 책으로 연결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11. 우리나라 작가 중 리뷰 쓰는데 가장 어렵게 만드는 작가가 있다면?
김훈이다. 이 작가의 글은 명료한 맛도 있고, 문장력도 있지만 너무 끊고 맺음이 강렬하며 확연해서 그 다음의 연결을 만들어 가는 일에 자칫하면 따라하기가 쉽다. 한마디로 딱딱한 문장이 주는 고딕체의 구성이라고 여긴다.

12. 우리나라 작가 중 리뷰 쓰는데 나름대로 편하다고 여기는 작가가 있다면?
리뷰 쓰는 일에 쉬운 작가는 거의 없다. 하지만 대화체의 유홍준 교수나, 독설가 장정일의 글은 읽기가 편해서 그런지 이 사람들의 리뷰도 비교적 편하게 쓰는 편이다.

13. 외국 작가 중 리뷰 쓰는데 어려운 작가가 있다면?
알랭 드 보통이나 움베르토 에코는 엄청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거대한 박식함 앞에서 숨이 막혀 올뿐이다. 작가가 너무 현학적이라면 독자는 그를 흠모하면서도 흉내를 내는 일에 망설여 지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멋지면서도 그저 말문이 막히기 때문이다.

14. 외국 작가 중 리뷰 쓰는데 별 반 매력없는 작가가 있었다면?
'11분'과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 책에서 말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별 반 매력없는 결론뿐이었다. 미안해요 코엘료씨!!

15. 앞으로 어떤 식의 리뷰를 쓰고 싶은가?
큰 변화가 없다면 이제까지의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나름대로 편하며 적응한 원칙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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