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표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도록 안개 속에 표류하고 있는 청춘.

  '청춘표류'.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가야 할지, 당장 오늘 하루를 어떻게 끝맞쳐야 할 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내 삶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아서 제목부터 심상치않았다. 그래서 혹시 이 책을 보면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서 나 또한 지금의 불투명한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책의 첫 장을 폈다.

 

하류 인생에서의 표류를 벗어나기 위해

  이 책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간 사람들, 아직 '성공'이라 함부로 이름 붙일 수는 없지만 자기가 선택한 그 길에서 나름의 일가견을 이루어낸 사람들을 일본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인터뷰하고 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책으로 만들어 출간한 것이다. 

  책 속에 나오는 11명의 청년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누구하나 순탄했던 인생이 없었다. '좋은 학교를 나와서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려는 일반 사람들의 그저 그렇게 무난하고, 편안한 인생과는 다른 길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이 가는 길을 사람들이 지지해 준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미쳤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더 많았었다. 이들에게 실패는 '어려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TV 드라마 속의 캔디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의 기반을 뒤흔들어버린 충격이었고, 청춘이 그리 아름다운 것만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해냈다. 와인, 자전거, 나이프, 매 등 각자 자기가 하는 일에서 일가견을 이루어냈다.  

  땡전 한 푼 없이 인생의 기반 자체가 막막한 상황에서 이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살기 위해,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일을 하며 '하류인생'을 살고 있었던 이들은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휴식시간이 화장실 갈 시간뿐이더라도, 고급 와인을 맛보기 위해 프랑스에 갔는데 차를 타고 다닐 돈이 없어 하루 종일 걸어 다녀야 해도 '그냥 좋았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아무 이유가 없는 것처럼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가끔은 절망하게되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정진했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이 해야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면

  강인선 기자의 책에 나오는 말인데 아마도 '청춘표류'의 주인공들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말인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문제아"였던 그들은 청춘시대에 표류하는 동안 '자기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그것을 '자신이 해야하는 일' 즉, 직업으로 삶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해야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그리고 즐겁게 일하는 만큼 일의 효율성도 매우 높을 것이다. 
  '청춘'이라는 시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자신의 '꿈'을 찾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따뜻한 집을 떠나 모험을 할 용기가 없어서 또는 당장의 생활고 때문에 꿈을 찾는 일을 포기한다. 그렇게 청춘을 떠나보내고 청년 시절에 찾아헤매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시절을 '왕년의 추억'으로 그리워하며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어쩌면 우리는 물이 끓는 온도인 100도에 이르기가 너무 힘들다고 포기했는데 사실 99.9도에서 그만 둬버리는건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고, 진정으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면 따뜻한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우리의 청춘 시대에 정신 없이 표류하며 험난한 파도에 휩쓸려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아픔을  이겨내고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그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망설임과 방황의 시간, 열정과 패기만큼 그로 인한 실패와 부끄러움이 당당할 수 있는 것이 청춘의 특권이라는 그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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