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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이미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반지의 제왕>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호빗> 또한 유쾌한 모험을 글자 그대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빗>은 <반지의 제왕>에서 표면적 서술로만 지나쳤던 부분의 자세한 속사정까지 알아가는 재미외에도 <반지의 제왕>과는 또다른 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호빗>의 배경이 되는 시점은 아직 사우론이 부활하기 전으로 절대적인 힘을 가진 악한 존재는 없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결코 얕볼 수는 없지만 어찌보면 약하다고 볼 수 있는 여러 대립자들이 등장합니다. 트롤, 고블린, 거미, 용, 늑대 와르그 같이 말입니다.(사우론에 비해서 약하다는 거에요.) 그리고 레골라스나 엘론드의 요정들 같이 보통 사람들이 친절하고 신비스럽게 생각하는 요정들도 탐욕스러운 요정왕 같이 약간은 부정적 존재로 묘사됩니다.(물론 이 때도 난쟁이와 요정은 철천지 원수지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반지의 제왕>에 비해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하다 보니 오절판을 먹는 것 같이 다채로웠습니다. 또한 칭찬을 하면 할 수록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빌보를 유능한 도둑으로 아는 난쟁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렇게 하다가 실제로 훌륭한 도둑이 되어버린 빌보의 변신 또한 유쾌합니다. 하지만 결말 부분에 이르면 등장인물 중 몇 명이 죽게 되는데 역자는 보물에 대한 지나친 욕심에 대한 대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각각의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다릅니다. 어떤 이는 끝까지 정신적 파멸에 빠진채 처량한 죽음을 맞이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숭고하게 싸우다 전사하죠.
제가 글을 쓰면서 여러 번 '유쾌하다'는 말을 반복했는데요, 정말 읽는 내내 유쾌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표면적으로만 보여진 호빗과 난쟁이들의 참모습을 깊게 느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골목쟁이네라는 이름이 암시하듯이 웃음도 절대 빠지지 않는 유쾌한 모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