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외 7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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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여전히 날개를 펴고 도시를 묵직하게 짓눌렀고, 거리의 가로등은 홍옥처럼 빛을 발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은 짙게 깔린 안개를 뚫고서 도시의 거대한 동맥인 거리를 누비며 계속되었고, 그 소란스러운 생활 소음은 흡사 맹렬한 바람 소리 같았다. 그러나 어터슨 씨의 방은 불빛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와인의 산미는 진작 풀려 있었는데, 와인의 보라색은 시간 경과 덕분에 색감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마치 채색 유리창에 부딪힌 햇빛이 더욱 은은한 빛을 발하는 것처럼 와인의 빛깔과 색감은 아주 훌륭했다. 뜨거운 가을 오후의 포도밭을 내리쬐는 햇빛에 익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어터슨 씨가 조금전 음울하게 느꼈던 런던의 안개를 사라지게 했고 또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어터슨 씨는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누그러들었다. 47쪽

안뜰은 굉장히 서늘하고 약간은 축축했다. 안뜰에서 바라본 높은 하늘은 해가 져도 여전히 환했지만, 이곳은 벌써부터 어스름이 완연히 깔리기 시작했다. 세 개의 창문 중 가운데 차운이 절반쯤 열려 있었고, 지킬 박사가 그 창가에 가까이 앉아 한없이 슬픈 모습으로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박사의 이런 모습은 흡사 서글픈 죄수와도 같았다. 어터슨씨는 우연히 이런 지킬 박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니!지킬!"어터슨 씨가 소리쳤다. "괜찮은가?" 57쪽

"세상에!" 몇 번을 이렇게 소리를 질렀는지 모르네. 마치 부활한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을 하고 몸을 떨면서 절반은 기절한 채 손으로 앞ㅇ르 더듬거리고 있던 그자는, 그러니까 내 눈앞에 있던 그자는 바로 헨리 지킬이었네!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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