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일상은 미스터리의 연속 - 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_ 스토리매니악


인간이란 종족이 둔해서 그렇지,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일상은 미스터리의 연속이다. '왜?' 라는 의문을 달고 보면 알쏭달쏭한 일들이 정말 많이 벌어진다. 어쩌면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너무 사소한 것이라, 또는 더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냥 지나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사소한 것들을 지나치지 않고, 살을 좀 붙여 나가면, 한 편의 근사한 미스터리 소설이 되지 않을까? 바로 이 소설처럼 말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분위기 속에 작은 미스터리들이 등장하고, 그것을 총명한 쌍둥이가 풀어낸다는 것이 이 소설의 골자다. 상당히 평범하다면 평범한 구성이지만, 몇 가지 장치로 인해 꽤나 재미난 이야기로 둔갑한다.


하나는 탐정이 쌍둥이라는 것이다. 쌍둥이라는 것 자체가 특별한 장치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정반대 성격의 존재로써의 쌍둥이라면 좀 얘기가 다르다. 사람의 선의를 믿는 '란'과, 사람의 악을 경계하는 '렌' 이라는 캐릭터는 묘한 대칭을 이루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기존의 탐정들과 살짝 다른면도 있는데, 그들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이다. 여타 미스터리 소설의 탐정들은 빈틈이 없다. 추리 과정에서는 어수룩한 면들도 있지만, 추리에 들어가면 날카로운 총명함이 빛을 발해 실수하는 법이 없다. 허나 이 소설의 두 탐정은 다르다. 한 사람이 추리를 하여 문제가 해결되었다 싶으면 다른 한 사람이 그 추리의 잘못된 점을 짚어 뒤집어 놓는 식이다. 뭔가 불완전한 탐정과 이를 보완하는 다른 한 쪽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것이 쌍둥이로 결국은 하나의 탐정처럼 느껴지는 점은 꽤나 매력적이다. 또 이런 추리의 차이가 각자의 사람을 보는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인물들이 존재하는 배경 공간이 '절' 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절하면 우리의 것과는 좀 다른 면이 많은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으로써의 절은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공간으로써 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란 주인공들과 그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 또 그런 인물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에서의 다양한 미스터리의 접점은 소설 분위기를 독특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또, 절이라는 공간에 등장하게 된 주인공들의 사연 또한 미스터리 그 자체로 이야기에 흥미로운 점을 더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절 아래 버려진 쌍둥이 갓난아기, 이들을 기르자는 결정을 한 가족, 또 절의 가업을 잇게 된 '잇카이' 라는 소설 속 화자까지, 이들의 미묘한 감정의 어울림 또한 일상에서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분위기적으로나 장치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은 소설이다. 거기에 비해 추리의 소재로 등장하는 사건들은 무게감이 떨어지는 듯도 하다. 하지만 이는 전체 밸런스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 이런 캐릭터에 묵직한 사건을 떨어뜨려 놓으면 상당히 어색할 것 같다. 오히려 딱 좋을 만큼의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미스터리다. 사라진 조의금 봉투, 유산한 아이에 대한 공양 등, 그 소재의 선택이 이야기의 전체적 분위기와 딱 맞을 만큼 물려 돌아간다는 느낌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으로 더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분위기나 캐릭터, 사건까지, 이 소설이 훨씬 재미있었다. 앞으로 시리즈로 나올지 어떨지 모르겠으나, 충분한 기대감을 갖고 기다려도 좋겠다 싶다. 일상의 잔잔한, 분위기가 살아있는 미스터리를 원한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해 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