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매혹적인 이야기의 바다가 펼쳐지다 - 북유럽 신화 _ 스토리매니악


인류가 만들어낸 많은 것들에 신화가 존재한다. 그리스로마 싢화, 북유럽 신화, 거기에 각 문명의 신화까지, 인류의 손길이 닿은 거의 모든 창작물에는 신화의 입김이 작용한다.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수많은 문화유산은 물론 현재 시점의 문화, 캐릭터, 영화 게임에 이르기까지 신화를 모티브로 하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유행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겠지만, 21세기들어 그 유명세가 커지고 있는 신화는 단연 북유럽신화다. 이는 할리우드의 역할이 크다. 마블 히어로로 일컬어지는 영화 덕분에 토르와 로키는 누구나 아는 캐릭터가 되었다. 이 두 캐릭터가 활개치는 영화의 세계가 북유럽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호기심 가득한 이들은 그들의 세계와 연관된 다양한 문화 상품을 찾아 보기도 한다. 


이 책은 부쩍 관심이 높아진 북유럽 신화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야기꾼 '닐 게이먼' 은 어릴 적 읽은 토르의 모험담에서 시작해 신들의 황혼이라 불리는 라그나로크까지, 북유럽 신화의 여러 줄기를 엮어 나름의 해석과 상상력을 덧붙여 아름답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유려한 서사시를 읽는 듯, 이야기꾼으로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도둑맞은 망치를 되찾기 위해 여자로 변장한 토르, 권모술수의 대가 로키, 지혜를 위해 한쪽 눈을 내준 오딘까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신화하면 고리타분하여 먼지가 켜켜이 쌓인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쌓인 먼지를 탈탈 털어내고 상상력과 재치를 더해 광까지 삐까뻔쩍하게 내 놓았다. 딱딱한 문장에 갇혀 그 빛을 잃었던 이야기들이 작가의 재주에 의해 매혹적인 광채를 되찾은 느낌이다.


제우스를 내세운 그리스 신화와는 또 다른, 인류의 상상력이 구축한 또 다른 세계의 모습을 발굴해 보여준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북유럽 신화의 실체를 더 가까이 들여다 본 느낌인데, 그 접근 방식이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 하다. 고리타분한 신화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현재 시점에 상상력의 원천으로 널리 사용되는, 재미난 신화의 이미지로 탈바꿈한 신화를 저자는 보여주고 있다. 신들이 존재하는 아름다운 세계, 그 세계에 존재하는 무한한 상상력의 힘을, 저자는 독자들의 즐거움이라는 관점에서 되새김질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재미난 서사의 힘을 만나게 되고, 그 어떤 이야기보다 긴장감 넘치는 상상력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신화의 캐릭터, 세계, 하나하나의 사물이 갖는 상징성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들의 조합이 열어주는 다양한 상상력의 길을 체험하게 된다. 왜 신화가 상상력의 원천, 창작의 원천이라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더욱 뚜렷이 알게 되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더해 나만의 상상력의 세계가 더해지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음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신화가 가진 힘이고, 그 힘을 잘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이 아닌가 싶다.


책에 들장하는 신들의 치열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현존하는 가장 재미있고 가장 매혹적인 북유럽 신화 판본' 이라는 평가에 동의한다. 마치 소설을 읽듯 후루룩 읽어낼 수 있었다. 영화 등을 통해 신화의 존재를 접하고 막상 신화에 관한 책을 보면 그 딱딱함에 금새 포기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 호기심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 만큼 재미나다. 이 책이 가진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신화를 안 다는 것은 우리의 상상력의 세계가 더 넓어짐을 의미한다. 아는만큼 상상력의 새로운 길이 보이고, 그 안에서 탄생할 수 있는 창작력을 발견할 수 있다. 신화에 담긴 지혜와 교훈도 챙길 수 있고, 굳었던 판타지 세계에 대한 로망도 다시 녹여볼 수 있다. 그런 길을 딱딱한 북유럽 신화 책 보다는, 한 편의 소설과도 같은 판본으로 시작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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