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멈추는 날 - 전 세계 대규모 자산 동결이 시작된다
제임스 리카즈 지음, 서정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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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 최악이 닥친다면? - 은행이 멈추는 날 _ 스토리매니악


경고로 시작해 경고로 끝나는 책이다. 제목부터가 섬뜩하다. '은행이 멈추는 날', 과연, 상상하기도 싫다. 비록 은행에 넣어둔 것이 거의 없기에 아쉬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은행이 멈추어 버린다면...이라는 상상은 식은땀이 등골을 쪼로록 타고 내려오게 만든다. 은행이 멈춘다는 것은 단지 은행의 파산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금융이 마비된다는 소리가 나아가 금융 시스템이 마비된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불안의 먹구름이 왕창 몰려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책에서 저자는 새로운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1998년, 2008년에 일어났던 세계적 금융위기에 이어 2018년 다음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다. 앞의 위기들과는 달리 만약 예상하는 위기가 정말 닥친다면 이것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파괴적 금융위기가 될 수도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금 공황, 회사채, 중국 신용위기 등의 주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러한 위기들이 어떤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지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낡은 이론에 집착한 경제학자들이 이같은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고 견제하지 못함을 질타하며, 새로이 닥칠 금융위기의 파괴력을 상상케 한다. 저자는 이를 지진에 비유한다. 1998년과 2008년에 닥친 금융위기가 지진의 전진에 지나지 않으며, 2018년에 닥칠 위기가 제대로 금융 생태계를 위협할 본진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다음 금융위기의 시나리오는 충격적이다. 저자가 예측하는 시나리오 중 가장 끔찍한 것은 금융권력이 위기가 닥쳤을 때,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시스템을 봉쇄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거래소가 폐쇄되고, 현금지급기 사용이 불가능함, 현금이 거부당하는 사태, 그야말로 경제에 무식한 사람이 들어도 깜짝 놀랄만한 일들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실제 이와 비슷한 일이 이미 발생하기도 했다. 2015년 그리스 금융위기 사태 때, 현금지급기의 사용이 중단되어 문제가 된 일은 뉴스에도 여러 번 보도가 되었다. 그와 비슷한 일이 우리의 현실에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설마설마 싶은 이야기지만, 결코 없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저자는 이러한 금융위기의 현실, 금융권력들이 마련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알게모르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금융위기의 징조들을 살펴보며, 이러한 금융위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덧붙여 이야기한다.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견제다.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진단해보고, 사전에 그러한 문제들을 예방하려면, 우리가 금융권력들을 견제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고 차근히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상황 판단으로 금융권력과 위기를 적절히 견제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될 때, 앞으로 있을지 모를 금융 대위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솔직히 저자의 대안이 좀 멀게 느껴지기는 한다. 지식을 갖추고 견제하고 대응한다는 논리는 좋으나, 금융 제도, 행정, 시스템과는 동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와 같은 일들이 버겁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가 아닌 개개인이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도, 제도와 시스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현실도 이 같은 느낌에 한 몫 한다.


저자의 다양하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성 이론과, 행동경제학, 역사적 사실들이 접목되어 지난 위기들을 분석하고, 다음 위기에서 벌어질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저자의 식견에는 감탄한다. 저자의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 단지 미래에 닥칠 위기에 대한 우려에 그칠지, 지금 이 순간에 알 도리는 없지만, 분명 이 같은 문제의식을 지니고 금융시스템을 바라 본다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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